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토론회

지난해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곧 임기 1년을 맞는다.

취임 첫날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포하고,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문 대통령이다. 기대 반 의구심 반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난 1년간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평가하기 위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산업노동학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평가 ▲일자리위원회 등 주요 정부위원회 점검 ▲총괄 평가 순으로 진행됐다. 정규직 전환 평가와 주요 정부위원회 점검, 총괄 평가 세션을 1편과 2편으로 각각 나누어 싣는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5월 4일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마지막 세션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총괄 평가와 과제'에 참여한 토론자와 발제자들의 모습. (사진=안우혁)

현재의 개혁국면은 촛불혁명의 결과

“주도권은 민주노조운동에... 공세적 대응 필요”

노중기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이 발제자로 나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을 평가했다. 노중기 교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간접고용 사용자 책임성 등 지난 20년 이상 민주노조가 요구했던 개혁사안 상당 부분 수용되었으며, 과거 많은 국가주도 개혁이 노동과 자본의 요구를 서로 교환하는 형식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점을 평가했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과 나머지 노동개혁 사이 긴장 발생할 수 있고, 일자리 정책은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자본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 ▲5인 이하 근로기준법 적용,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형법상 업무방해조항 적용, 정리해고 요건 강화, 노동법원 설치, 노동부 위상 제고 등이 논의에서 제외된 것은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노중기 교수는 “왜 이런 정책기조가 나타났는지 분석해야 한다”며 현재의 노동개혁국면을 촛불혁명의 결과로 규정했다. 노중기 교수는▲촛불형멱의 심층엔 신자유주의 20년의 사회경제적 모순이 누적되어 있으며 ▲촛불혁명은 87년 정치체제의 제한적 민주성을 벗어나려는 정치혁명이고, 그 제한적 민주성은 노동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수구정치세력, 재벌자본, 보수언론은 균열되어 있고 정치적 수세에 있다는 점 등을 이러한 개혁 국면이 나타난 원인으로 보았다.

따라서 현재의 국면은 신자유주의 모순 20년 동안 노동운동이 저항해온 투쟁의 역사가 겹쳐져 있는‘노동권이 확대되는 공세적 국면’이며, 지배블록의 성격도 달라 노동과 자본의 요구가 교환되는 교환국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중기 교수는 “100%를 다 원하는 것이야말로 방어적이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확실히 따내는 전략적 집중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관련 제도개혁, 노동기본권 확대와 조직률 제고, 산별교섭 관련 제도개혁 등 ‘장기·정치적 과제’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각종 복지 개선 등 ‘단기·경제적 이해’를 구분하고 전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개혁 국면을 민주노조운동 내부 혁신사업과 연계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연대체제로의 조직전환, 1사1노조, 기업지부 폐지, 비정규노동 할당제, 재정 집중 등 정부가 주창하는 노동존중사회에 조응하는 민주노조운동 내부 혁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진전된 것 사실이지만 조선 구조조정 살펴보면...”

토론자들은 노중기 교수의 상황 진단에 어느정도 동의하면서도 각자의 이견을 말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단기적 이해’와 ‘장기적 과제’구분에 대해 “노동조합 운동의 역사적 쟁점을 보면 근기법과 최저임금법은 단기적 이해라고 볼 수 없다. 노동운동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견을 표했다.

또한 안 원장은 “노동정치, 노사관계 전체로 보면 어느정도 진전된 것은 사실이나, 절반 이상이 쫒겨난 조선업 구조조정의 사례를 볼 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되는데 자동차 사내하청과 조선산업의 이른바 ‘물량팀’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이날 토론회 마지막 세션인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총괄 평가와 과제'를 발제한 노중기 한신대 교수. 노중기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 공약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20년 이상 민주노조가 요구했던 개혁사안을 상당정도 수용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안우혁)

“촛불이 혁명인가?”“미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 필요”

앞서 노중기 교수가 ‘혁명’이라 표현했던 촛불 집회의 성격 규정에 대한 이견도 나왔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일부 긍정적 평가에 동의하나 촛불을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그 사례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헌과 관련해 시행한 대국민 설문조사 중 노동과 관련된 문항이 매우 부정적으로 나온 점, 한국지엠 등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겨냥한 구조조정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호의적인 점을 꼽았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더불어민주당이 수년 전부터 표방한 정책이며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촛불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개선 요구, 투쟁의 산물이지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그 자체였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지금의 상황은 “권위적 자본주의 지배블록의 균열, 사회개혁적 자유주의 헤게모니 세력의 일시적 연대”가 만들어 낸 결과이며 “체제 전환적 국면”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임운택 교수는 “노동조합이 노동의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노동조합을 내 일자리 지켜주는 세력이라고 여길 것”이라며 “향후 10년 내에 불연속 노동이 일반화되는 등 일자리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라져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다가오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 노조가 이런 미래일자리 문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마가편, 말이 지치고 방향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지역 수준의 노동정책 역량개발도 필요”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주마가편의 필요성은 있으나 채찍이 강하면 말은 지치고, 달리는 방향마저 흔들릴 수 있다. 정책이 준비 없이 시행된 것 아니냐 하지만.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의 과감한 정책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체계 및 임금수준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또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준비된 무기는 무엇인가. 연공급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임금체계 개편에서 ▲노동자의 생애 총임금 변화 여부 ▲노동조합 참여 등 개편과정의 공정성 ▲성급한 개편 논의 지양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지역 내 노동계의 역할이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과 더불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채준호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의 추진을 꾀하고 있으며, 노동·일자리 정책의 분권화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차원에서 민주노총이 논의 틀에 들어왔으면 한다. 결정은 중앙에서 내리지만 적용과 집행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지역에는)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 안 원장은 "문재인 정권은 민주노조의 개혁 사안을 상당 정도 수용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지난 정권과 차이 없는 '노동자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진=안우혁)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노동 내부 균열 풀어야

인천공항공사, 서울교통공사, 기간제교사 등의 전환을 둘러싼 이른바 ‘노노 갈등’은 이번 토론회의 화두였다. 첫 번째 세션의 토론자였던 권혜원 교수는 “직접고용은 공개경쟁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마치 규범처럼 여겨지고 있다. 어떤 영역에서는 필요할 수 있겠으나 공개채용 방식이 절대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속과정에서 축적한 숙련과 경험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 내부의 균열선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할 경우 반개혁의 빌미로 작용될 수 있다. 내부 정규노동의 반발은 임시직 교사나 인천공항의 경우처럼 공공부문 일반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크고, 이는 노동 측의 전략적 대응을 요한다”고 말했다. 채준호 교수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전환 과정에서 노동계 내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그 평가 과정에서 리더십, 집행부와 조합원 간 인식격차, 이후 과제가 도출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남신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정책공약으로 가지고 있었던 전교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집단 탈퇴 압력에 굴복했던 일이 있었다. 정규직으로의 입직 과정이 현재 핵심적이고 절절한 쟁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부분 청년 선호 일자리기에 이 문제에 대해 추후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돈문 교수, “담론투쟁 제대로 했는지 1년 뒤 평가해보자”

이날 마지막 세션의 사회를 맡았던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1년 뒤 노동계가 제대로 대응했는지 평가하는 토론회를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조돈문 교수는 “대선 공약이 의미 있고 소득 주도 성장도 좋은데, 잘 집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와 혁신성장론이 무엇이 다른지도 의문이다. 정책 조율과정에서 아직도 경제부처 관료들의 목소리가 크다”며 “담론투쟁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살리고 임금을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은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1년 후에 다시 평가회를 가지고 싶다. 담론투쟁을 제대로 했는지,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지 한번 보자. 정부 잘못을 비판하는 것이 곧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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