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 보장 촉구, ‘투표소 교복 입장’

'교복을 입고 투표하는 상황은 막겠다'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에 시작된 '투표소 교복 입장' 퍼포먼스. ©남영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일 첫날인 8일, 서울 청운효자동에 위치한 종로장애인복지회관 앞으로 교복을 입은 무리가 나타났다. 이들은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행동에 나선 사람들’이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에서 만 20세로 첫 선거를 하는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유권자들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에서 주최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촉구해 온 제정연대의 이번 ‘교복입고 투표하기’라는 퍼포먼스는 지난 2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교복을 입고 투표하는 상황은 막겠다.”라며 ‘학제개편을 우선으로 하는 선거권 연령 하향’을 언급했다. 자유한국당의 임시국회 보이콧 선언으로 4월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나며 제정연대가 촉구해 온 ‘4월 법안 통과‧6월 투표’도 물거품이 됐다.

이에 제정연대는 선거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예고하며 정책협약, 기호 0번 교육감 선거 후보 ‘청소년’ 출마 선언’ 등을 진행했다. 이번 ‘교복입고 투표하기’ 역시 그 중 하나. 참여자들은 투표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교복을 입고 투표해선 안 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반대하며 교복을 입고 선거에 참여한다. 교복을 입고 투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려주고자 한다.”라며 “그 누구도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강고한 연대와 서로를 향한 존중을 통해 만들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교복을 입고 투표에 나선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교복을 입고도 어떤 유권자보다 공정히 판단해 투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며 “더이상 교복 속에 시민권을 가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도 청소년의 권리와 교복이 없어지는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대표는 “대한민국 국회가 별의 별 일을 다 시키는 것 같다. 교복까지 입을 줄 몰랐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들이 이해관계를 따지며 만든 이상한 기준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가는 첫 걸음일 것이다.”고 전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당원인 초라 씨는 “나이가 많든 적든 장애가 있든 없든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 청소년의 목소리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그날까지 함께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만 20세로 첫 지방선거를 하는 청년은 “지난 선거에는 못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첫 선거라 공보물을 읽었는데 선거할 기회가 없었다면 시도를 안 했을 것이다. 모든 행동은 기회에서 시작한다. 청소년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겨 함께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여자들은 종로장애인복지회관 4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자리를 옮겨 투표를 마쳤다. 이와 함께 제정연대는 9일 오후 2시부터 홍대입구역에서 기호 0번 교육감 후보 ‘청소년’의 연설회와 유세 퍼레이드를 하며 시민에게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청소년과 함께 투표하고 싶다'며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 행동에 나선 만 19세 이상 유권자들. © 남영주

 

참여자들은 교복을 입고 사전투표를 마쳤다. ©남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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