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사고 지원 학생의 일반고 지원 금지 효력 정지 결정

교육부가 시행 중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일반고등학교(일반고)에는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중지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 외고 폐지라는 정답이 있는데도 간접적이고 제한적인 방법으로 굳이 돌아가려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자사고 지원자들이 일반고에 이중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이와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의 선고가 나올 때까지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들은 수년동안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촉구해 왔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교육부는 지난 해 말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에 부여된 ‘우선선발권’을 폐지해 일반고와 같은 후기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했다. 또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는 학생은 2개 이상의 학교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교육부는 이를 2019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적용할 계획이었다.

이 내용을 담은 법조항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 1항과 81조 5항이다. 헌재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와 동시에 학교를 뽑도록 한 80조 1항에 대한 가처분은 기각했다. 그러나 자사고 지원자들이 이중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한 81조 5항에 대해서는 가처분을 받아들여 그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자사고 지원자도 후기 일반고에 중복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시행령 개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입법목적 달성의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고 우려하면서도 “자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 사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평준화 지역의 경우 자사고 불합격시 지원하지 아니한 일반고에 추가로 배정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 2019학년도 고등학교의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학생과 학보모의 학교선택권, 학교법인의 학생선발 자유권,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한 자사고 운영 재단과 자사고 희망 학생·학부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효력 정지의 시기를 이들이 같이 낸 헌법소원심판청구 선고시까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논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2019학년도 입학전형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와 일반고가 후기전형으로 하는 고입 동시 실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며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이행할 방법은 더욱 명확해졌다. 자사고 폐지를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교육부의 과제로, 자사고에 대한 제도적 평가를 통해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교육청의 과제로 선명하게 부각됐다”면서 “정부는 개별 학교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특권학교 폐지’를 위한 시행령 개정에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이 국정과제를 국가교육회의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진척 사항은 일반고와의 입학 동시 전형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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