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노동운동 후배로서 유지 받아안고 산 자의 결기로 나아가겠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지난 23일 별세한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진행되었다.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한 줄로 늘어서 국회 본청 앞 영결식장으로 들어오는 고 노회찬 의원의 영정을 맞이했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집행부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등 민주노총 가맹조직 대표자와 간부들도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을 지켜보았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동자 김호규’로서 노동운동 선배인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조사를 낭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도 영결사를 낭독했다. 노회찬 의원의 큰조카 노선덕씨가 유족들을 대표해 조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얼굴도 모른채 가명으로 활동한 1986년 늦가을이 생각난다. 벅찬 가슴안고 뚜벅뚜벅 걸었던 노동자의 길을 기억한다. 그 길에서 노회찬 선배를 만났다. 울산 바닷가 의기투합했던 도원결의를 간직하겠다. 회한과 슬픔이 앞서지만 다시 한 번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의 후배로서 선배의 유지를 받아안고 산 자의 결기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노동자와 시민 그리고 동료 의원들의 추모 속에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은 의원회관 의원실로 향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아래는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의 조사

 

노회찬 선배께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너무나도 소박한 요구를 밤새 가르방으로 긁어 유인물로 만들고 새벽찬 어둠을 뚫고 잰걸음으로 인천, 부천지역 공단 주변 집집마다 돌리고 먼 길을 돌아 출근했던 노동자 생활이 떠올려집니다.

 

서로 얼굴도 모른채 가명으로 활동한 1986년 늦가을이 생각납니다.
벅찬 가슴안고 뚜벅뚜벅 걸었던 노동자의 길을 기억합니다.
그 길에서 만난 노회찬 선배.
30년이 지난 오늘 영원한 안식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제가 부족했습니다.
노동운동의 노선과 조직이름이 바뀌어도 함께했던 선배였기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산별노조 양날개론을 증명해보고자
실천한 선배였기에
온갖 시련과 갈등이 혼재된 진보정당운동에서
대중적인 정치인으로 우뚝 선 선배였기에
 
그저 믿었습니다. 저희가 안일했습니다.
예전 조직활동 했던 때처럼 분명하게 비판했고 조직적으로 결정했다면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필요할 때만 전화했던 이기심이 부끄럽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선배의 고민을 함께하지 못했던 얄팍함을 반성합니다.

 

그래도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위해 희망을 만들었던 선배를 존경합니다.
푸근한 호빵맨으로 적절한 비유로 비판의 경지를 한 단계 높여
대중적인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열어낸 선배의 열정을 사랑합니다.
낮은 울림의 첼로를 연주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온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선배의 감성을 배우겠습니다.

 

1986년 부천에서 노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저에게 지난 30여년 동안 선배와의 인연은 일선의 현장활동가로서 가까웠지만 사안에 따라 다소 멀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울산에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선배의 지도는 늘 좋았고 명쾌했습니다.

갈등했던 기억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울산 바닷가 의기투합했던 도원결의는 간직하겠습니다.
선배를 보내는 이 자리는 회한과 슬픔이 앞서지만 넋 놓지 않고 다시 한 번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운동의 후배로서 선배의 유지를 받아안고 산 자의 결기로 나아가겠습니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선배를 통해 체득한 실사구시를 활동하는 동안 놓치지 않고 노동자의 길로 나아가는데 발걸음마다 나지막히 퍼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장례기간 동안 선배를 추모하는 긴 행렬을 보았고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제 노동자의 길을 걸었던 노동운동가에서 진정한 정치인으로 우뚝 선 선배이기에 영원한 안식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자유롭게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광화문 정동길 금속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선배를 기억하며 서성이는데 붉은 고추잠자리가 제 주위를 맴도네요.

추억과 동심의 잠자리 모습에서 씨익 웃는 선배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여 번뜩 내려와 귀로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노래 중에 이런 대목이 다가옵니다.

 

무지개가 뜨는 언덕을 찾아

넓은 세상 멀리 헤매 다녔네

그 무지개 어디로 사라지고

높던 해는 기울어가네

새털구름 머문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숨을 쉬며 천천히 걸어서

나 그리운 그 곳에 간다네

먼 길을 돌아 처음으로

 

엄혹했던 시절, 노동운동가에서
치열한 진보적인 대중 정치인으로
이제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국민들 가슴속에 첼로의 운율을 남긴

먼 길 돌아왔습니다. 처음처럼 아가처럼 편히 쉬십시오.

 

2018년 7월 27일

금속노동자 김 호 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 고인의 영정이 도착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13년만에 철도공사로 돌아가게 된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오른쪽)과 조합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시민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바라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권영길 지도위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많은 시민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영면을 바라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시민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바라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삶에 대한 영상이 나오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장조카인 노선덕 씨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끈난 후 노회찬 의원의 영정이 의원회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을 치른 후 영정을 들고 살아 생전에 사용했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의원회관 고인의 사무실에 사진 등이 놓여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운구차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영결식을 마친 후 장지로 향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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