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국민연금 개혁방향 국회토론회…70년 후 재정추계 ‘기계적’, 사회적 논의 합의가 우선
정부가 10월에 내놓을 예정인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싸고 70년 후 기금이 소진된다는 (제4차) 재정추계가 ‘공포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23일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 민주당 남인순 의원실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과 함께 국회의원 회관에서 주최한 ‘제4차 재정추계 그 의미와 과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방향’ 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70년 후의 기금을 막기 위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다.
제4차 재정추계위원회에 참여한 정세은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민연금을 민간보험과 비슷하게 기금을 일정 유지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면서 운영할 때 과도하게 많은 기금을 쌓게 되는데, 국민연금은 민간보험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국가가 부족한 수입의 일정부분을 나누어서 진다고 한다면 보장성을 높이고 과도하게 기금을 쌓지 않아도 국민 전체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세금과 보험료가 부과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 참여한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방향’이라는 발제를 통해 “‘가입자가 사망 시까지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여 신뢰를 쌓을 수 있을 정도로 기금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연금제도의 ‘사회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기계적으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인지, 후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토론자로 나선 민주노총 유재길 부위원장은 “공공연금인 국민연금제도는 자연적 기금소진을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기금 고갈론과 같은 비생산적인 사회적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의 문제를 더 이상 세대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고, 재정추계에 있어서 국민건강보험 등과 같은 사회보건복지 재원들과 연계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1처장은 “지금 언론에서 기금고갈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일자리문제나 사회보장제도가 함께 얘기돼야 하는데 국민연금만 부각시켜서 불신만 쌓고 있다”면서 “제도를 떠나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라는 프레임은 ‘연금정치’라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을 개혁하고자 하는 지금의 논점을 흐리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부분적립 방식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70년 이후를 추계하여 재정균형을 평가하는 것은 처음부터 형용모순일 뿐이고, 추계의 결과를 맹신하거나 불필요하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에 대한 깊은 불신은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 만큼 연금간의 격차를 줄이는 논의나 설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진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국민연금 문제를 건강검진에 많이들 비유하는데, 재정추계는 엑스레이를 찍어본 것이고 정확히 진단하려면 CT나 MRI를 찍어봐야 알듯이 (재정)추계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면서 “보건복지부 입장을 보면 지금 만들어놓고 70년 동안 아무 것도 안할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 사회가 노인 부양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함께 논의되면서 연금 문제가 얘기돼야 하는 것이지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장호연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지금 국민연금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인구문제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생긴 문제이고 제도의 장점이 제대로 부각 안 된 측면이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국민연금 얘기만 나오다 보니까 개편안(1안/2안)이 나오게 됐는데 재정안정과 제도개선이 함께 가야 해서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