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용산역 현대산업개발 앞에서 30일 넘게 노숙농성

8월 27일_ 원청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원 고용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전 조합원이 용산역 앞 투쟁 집회를 진행하고 농성 천막을 설치하였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가 현대산업개발이 있는 용산역 앞에서 30일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 상황에 대해 조합원, 나아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조차 이해시키기 쉽지 않다. 투쟁의 주 요구가 임금인상이나 처우 개선, 혹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아니라, 조합원의 고용안정, 즉 조합원의 채용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업이익을 시민의 민주적 권리보다 우선하는 나라에서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노동조합은 생경하기만 하다.

노동자가 일한 대가로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건설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거둔다. 국가가 발주한 공공 공사조차 시공 원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얼마만큼의 이익을 거두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때문에 건설산업은 온갖 비리와 부패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오죽하면 영화에서조차 정경유착과 조직폭력을 묘사하는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이런 영화 속 이야기들은 실제 현실에 매우 가깝다.

노동의 대가로 이익을 본 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한데, 노동자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이는 없다. 건설산업은 법적으로 하도급을 인정하고 있기에 현대산업개발은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해 그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때문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 아파트 ‘아이파크’를 짓는 대기업 현대산업개발에조차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는 단 한명도 고용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을 바꾸라고 말하는 노동자를 되려 공갈, 협박 혐의로 구속하는 적반하장이기까지 하다.

2015년 11월 27일 전국건설노조 정민호 부위원장과 김명욱 서울경기타워크레인 지부장을 비롯해 5명의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구속되었고, 총 15명의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검찰에 기소되었다.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채용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이 공동 공갈, 공동 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다. 본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단 2015년 뿐만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 노무현 정권 임기 동안 전국의 건설노조 간부 200여명이 구속되었다. 공갈, 협박, 금품 갈취가 주 요지였다. 조합원 채용 요구는 공갈, 협박으로, 노동조합 전임비 요구는 금품 갈취로 둔갑하여 처벌 받았다.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고용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 나라의 법이다.

이런 판결들에도 여전히 건설노조는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할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는 이 나라의 법이 책임지지 않는, 주기적인 실업을 반복해야 하는 건설노동자의 삶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노동자들이 또 다시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한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의 투쟁은 농성 기간이 다소 길어지고 있지만 거의 매일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을, 건설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 중 하나다. 그런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굳이 지면을 빌어 적는 이유는 전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노동의 유연화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이란 신조어가 쫓아가야 할 유행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시대의 요구라고들 하기 때문이다.

이런 투쟁의 양상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의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고용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가 없는, 그 모든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된 산업의 폐해를 건설현장에서는 이미 지겹도록 겪어내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구속까지 각오해야 하는 그 누구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투쟁에 처한 노동자들의 모습은 노동 유연화의 폐해가 무엇인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유연화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주목해 주길 바라는 이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