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대한 책임과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지난 8년간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아왔다. 국가는 노조파괴를 용인했고, 언론은 이 상황을 묵인했다. 그러다 이제 와서 노동자들만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2일 발생한 사건 배경에 8년 전부터 이어져 온 유성기업의 ‘노조파괴’가 있음을 알고 있다.”

3일 오전 손잡고, 민변, 민언련, 조계종 사회노동위, 비정규직없는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유성기업 노조파과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손잡고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사측의 노조파괴와 폭력을 묵인해온 정부와 정치권, 사법부, 언론이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상황이 아닌가.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해고당하고 죽었다. 생존권이 뿌리뽑히고 가정이 파괴됐다. 노동자가 저지른 폭행의 잘못이 1이라면 사측 책임은 100이다. 그렇기에 유성기업 회장 유시영도 징역을 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조합원들이 기업의 임원을 폭행한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런 일이 절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너무나 천박하다. 사태의 원인을 잘 모르고 보수언론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단순 폭력만 문제삼을 것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도 인터넷도 사측의 인권유린과 노조파괴, 어용노조와만 교섭하는 행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며 발생 원인을 덮고 폭력만을 부각한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사측의 노조파괴 시도나 현대차 개입 정황과 부당해고 등 어떤 내용도 보도하지 않다가 폭행사태가 벌어지자 늑대같이 달려들어 크게 보도한다. 여태까지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힘들게 만든 최고의 공범은 언론”이라고 말했다.

김상은 민변 변호사는 “2011년 5월 차량 뺑소니 사건, 무참했다. 유성기업은 노동자 13명을 차량으로 갈아버리고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2011년 6월에는 유성 노동자 20여 명이 용역 폭력으로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수사기관은 지금 같이 전담수사팀을 꾸리지 않았다. 국가는 이런 폭행에 불구속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시영 회장 등 유성기업 임원들은 변호사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유성기업 사용자들의 범죄를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의 계보’ 살펴보면...
원청 현대차의 지시 하청 유성기업의 폭력적 노무관리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이를 묵인한 법원, 검찰, 경찰, 언론이 ‘원인’

유성기업은 현대차 등에 자동차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다.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반복되는 심야노동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건강을 잃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마저 발생하자 유성기업 노사는 2011년 1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1년이 되자 유성기업은 돌연 합의 이행을 거부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원청 현대차의 지시였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4시간 부분파업을 하자 유성기업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직장폐쇄를 했다. 한밤 중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13명을 용역깡패가 승합차로 치고 달아나고, 2011년 6월 유성 노동자 20여 명이 용역 폭력으로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사측은 이어 기업노조를 만들고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와해시키려 했다.

2011년 유성기업 직장폐쇄 당시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깡패가 노동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휘두르고 있다.

유성기업은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일일이 감시해 부당한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고 징계와 해고, 고소를 남발했다. 아산·영동공장에 총 30대의 CCTV가 설치되었고, 휴대용 카메라나 녹음기도 동원됐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는 1,200여 건에 달하는 고소고발과 4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이 청구됐다. 2016년 3월에는 한광호 조합원이 징계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제2노조(어용노조) 조합원들이 ‘시비’ ‘채증’ ‘몸빵’으로 역할을 눠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자극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유발해→ 이를 채증해서 고소·고발한 뒤→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을 징계 또는 해고하는 노조 탄압 수법"과 현대차가 작성해 유성기업에 전달한 ‘노동조합과의 주간연속 2교대제 협의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창조컨설팅을 통해 대응(노조파괴)하라’는 지시사항이 명시된 문건 등이 2012년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났다.

2011년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들의 모습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도 밝혀졌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노조 파괴 혐의를 받던 유성기업 대표 등 사측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사실이 다수 확인됐고 구속 송치가 필요하며 회사 대표 등 주요 임원 3명에 대한 출국 금지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출국 금지 요청을 거부했다. 압수수색을 앞두고 유성기업 직원 4명의 PC가 교체돼 증거 인멸이 의심된다는 근로감독관의 의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현대차-창조컨설팅-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커넥션이 수년 전에 낱낱이 드러났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유성기업은 아직도 노조파괴, 노동자 괴롭힘을 중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징계·해고·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있다.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 아래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상당수가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10월 31일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사측 관리자들이 휴대폰 카메라와 녹음기, 소음 측정장치 등으로 감시하고 있다.

어용노조와는 빨리 교섭을 타결하고 민주노조와는 교섭 타결을 지연하라는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10월 15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에서 농성하며 노조파괴 금지와 2011년 이후 합의하지 못한 임금과 단체협약을 놓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성지회가 서울사무소 농성을 벌이는 45일 동안 사측은 단 한차례의 교섭에 나왔을 뿐 그 이후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22일 금속노조 유성아산지회 조합원 일부가 유성기업 임원을 1분간 폭행한 사건의 배경이다.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이번 사태에 관한 입장문에서 “주인이 머슴을 때리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머슴이 주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는 것 같다. 사고가 벌어진 상황은 불과 1~2분이었다”라며 “지회는 더이상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회는 노사 교섭과 대화를 통한 노조파괴 사태 해결을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조파괴, 시킨다고 하지마세요' 유성기압 아산공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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