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상담당 집행관 면담서 “여름까지 협약 어려울 것” 

김학용 환노위원장이 한국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청하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을 유럽기준에 맞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9일 오후 국회를 찾아 김학용 환노위원장에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여름 전까지 마무리해달라"고 촉구했다. ILO 100주년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협액 비준에 성과를 내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여름 전에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있고 실질적으로 ILO 협약 비준 전 국내법을 다듬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며 “여름 전에 통과될 수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대담에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거나 “유럽의 기준에 한국을 맞추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협약 비준 전 입법보완이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ILO 협약의 우선 비준을 요구하는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ILO 긴급공동행동은 9일 오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선 비준 후 입법 보완이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입법 보완 후에야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것은 이를 핑계로 협약 비준을 미뤄오던 역대 정부들과 똑같은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김선수 대법관은 2018년 변호사 신분으로 참여한 국회 토론회에서 “노조법의 완벽한 개정이 선행되어야만 ILO 핵심 협약을 비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대법관은 “핵심협약에 부합하도록 모든 법률개정 작업을 완료한 이후에만 핵심협약 비준이 가능하다고 고집하는 것은 핵심협약 비준을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한국의 노동법 상황에서 노조할 권리에 관련한 ILO 핵심협약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법제도와 법적용 실태를 모두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사의 자유 원칙과 국내법이 상충되는 모든 영역을 제도적으로 시정한 후에 관련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김학용 환노위원장을 만나기 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한국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에 가시적 진전이 없으면 전문가 패널 소집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EU FTA 체결당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조항으로 약속한 바 있다. EU 측은 한국 정부가 선결의무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분쟁조절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 패널 소집은 EU의 분쟁조절단계 중 최종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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