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선 학교비정규직 부천 소사고 조리사···“암에 걸려도, 고작 20일 휴가” 재정 탓만 해

소사고등학교에서 이예선 조리사와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공공부문 2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24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실현, 노정교섭 구조 구축’ 등을 핵심요구로 하는 7월 총파업 계획을 확정하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 중 30만 명이 비정규직 조합원이다. 이 중 20만 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이번 7.3 공동파업은 성사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펼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직접 주체가 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공공부문 사용자 격인 문재인 정부를 겨누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정책이 ‘조삼모사’, ‘엉망진창’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노동과세계>가 이번 공동파업의 한 주체인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이예선 급식실 조리사를 만나 그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10일 오후 4시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부천 소사고에 도착했다. 아담한 소사고는 학생 700명으로 부천에서 중간 규모의 학교다. 급식실에 들어서자 직경 1m나 되는 양은솥들이 깨끗하게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옆으로 조금 들어가자 조리사들이 기거하는 방이 나왔다. 11년째 조리 업무를 하고 있는 이예선(52) 조리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예선 급식실 조리사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리사는 출근하면 2명씩 조를 짜서 식재료 검수를 하고, 12시 30분까지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간다. 12시 50분에 배식한 후 4시까지 청소를 하게 된다. 조리와 배식, 청소가 이어지는 일의 흐름 상 1시간 점심시간을 따로 둘 수 없는 조건이다. “조리사들은 대개 10분 내로 밥을 먹는데, 예전에는 서서 밥 먹고 바로 일했다”고 이 조리사는 말을 꺼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 처우개선이 그나마 많이 좋아진 편이다. 이전에는 그저 밥하는 아줌마 정도로 취급받았다. 영양사가 그만두라고 하면 나가야하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노조가 생긴 이후에는 영양사가 마음대로 못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노조가 달려오기 때문이다. 같은 동네 모 학교는 노조가 없을 때 갑질한 영양사가 노조가 생기자 다른 곳으로 발령 났다고 전했다.

그래도 일은 고달프기만 하다. “학교 조리업무 10년이 넘으니까 안 아픈 데가 없다”고 털어놨다. 퇴행성,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반창고는 뗄 날이 없다. 무거운 것을 수도 없이 들었다 놨다 하는 업무 때문이다. 잔반 처리 통은 40kg가 넘어 둘이서 낑낑대며 처리한다고 했다. “100kg나 되는 육류 재료를 둘, 셋이 들고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들 때도 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파스와 밴드를 붙인 손이다. 급식실 환경은 근골격계 질환과 화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가스 불 화력과 소리도 견딜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 옆에서 쓰러질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 아니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서 “시력도 나빠지고 노안도 빨리 오는 게 가스 불 때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교에서 나오는 보건증도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갑상선 암에 걸린 급식실 동료는 단 20일 휴가만 받았다. “최소한 2~3개월 병가가 필요한 병인데, 행정실은 재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이댄다”고 비판했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높아 홍역을 치른다. “학교 측이 식중독 걱정된다고 전 요리를 많이 시키면서, 실내 온도는 7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숨을 지었다. 거기에다 급식실 청소는 ‘달인’ 수준을 요구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천정까지 다 닦았다. 후드 청소하다가 떨어진 사고가 있고 난 뒤에는 정기적으로 1년에 한번 업체에 맡기게 됐다. “바닥 하수구를 열어서 수로 청소할 때는 무릎이 나가고 허리가 다 망가지는데, 아무리 위생을 깨끗이 해야 하는 학교 급식실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냐”고 혀를 내둘렀다.

학교는 작년부터 월급제가 되면서 청소 일을 줄였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직접 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방학 중에는 예전에 7일 하던 청소 일을 3일만 주는데, 월급제 되면서 돈을 더 안 주려는 수작”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은 남자를 고용했다가 한나절 일하고 도망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보통 건설 일을 힘들다고 예를 들지만 우리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지역 학교 비정규직 소속 조합원들은 메시지 단체방을 통해 서로의 부상 소식을 알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학교는 늘 ‘재정’과 학교장 ‘재량’을 거들먹거린다. 주차수당을 안 주려고 방학을 앞당기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학교장의 재량이라고 하면서 목, 금요일 방학인데 수요일에 하는 식이다. “영양사들은 일찍 나오거나 출장을 가도 초과수당이 나오는데, 우리들이 재료 검수를 위해 한 시간 일찍 나와도 수당이 없다”는 것도 ‘학교장 재량’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들이라는 얘기였다.

소사고 급식실 조합원도 7월 3~5일에 전면파업이 예정돼 있다. 3일에는 광화문, 4~5일에는 도교육청으로 집결한다. 파업기간 학교는 학생들에게 ‘대체식’으로 처리한다. “무더운 여름철에 학교 아이들에게 밥까지 안 해주면서 볼모로 하는 것도 사실 불편한 일”이라면서 “이제 아이들도 의식이 좋아져서 데모를 불순세력이 아니라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년 6월 학교 비정규직 집중대회 사진이 들어간 달력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7.3공동파업 인터뷰 전문>

- 하루 일과(노동)는 어떻게 되나?

= 부천 지역은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한다. 부천 13개 학교는 급식비 13만원도 못 받는다. 학교 특성에 따라 급식을 먹게 하는 학교도 있지만, 허가를 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행정실이나 사서처럼 돈 내고 사먹는다면 1시간 점심시간을 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된다. 조리와 배식, 청소가 이어지는 일의 흐름 상 1시간 점심시간을 따로 둘 수 없는 조건이다.

- 학교에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재작년까지는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줬는데, 작년부터는 방학기간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서 그 기간엔 임금을 주지 않는다. 가정 살림을 하다보면 재정이 없는 달에 충족이 어려워진다. 들쭉날쭉 생활이 될 수밖에 없다. 연봉을 나눠주더라도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

올해 노조가 임금 요구안으로 정규직의 80%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70% 수준이다. 올해 정규직 공무원들은 임금인상이 됐는데 우리는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같은 비정규직인 사서만 해도 365일 근무를 하는데, 방학 중에는 쉬어도 급여가 나온다. 급식은 그렇지 않다.

처우개선이 노조가 생기고 나서 많이 좋아졌다. 이전에는 상하 복종의 관계였다. 그저 밥하는 아줌마 정도로 취급받았다. 영양사가 그만두라고 하면 나가야하는 시대였다. 노조가 생긴 이후에는 영양사가 마음대로 못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노조가 와서 해결이 된다.

학교는 늘 재정과 학교장 재량을 거들먹거린다. 주차수당을 안 주려고 방학을 앞당기는 학교도 있다. 학교장의 재량이라고 하면서 목, 금요일 방학인데 수요일에 하는 것이다. 영양사들은 일찍 나오거나 출장을 가도 초과수당이 나온다. 우리들은 재료 검수를 위해 한 시간 일찍 나와도 수당이 없다. 조리사교육이 있어도 방학 중이면 출장비를 아예 안주는 학교도 있다. 학교마다 학교장 재량으로 빚어지는 문제들이다.

법규부장이다 보니까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주차수당 문제만 해도 교육 안 받으면 잘 모른다. 방학 기간 중이라 목, 금요일만 일해도 연속된 근로일이라 주차를 줘야 하는데, 모르면 안 준다. 교육청 지침이 있어도 학교장 재량이라고 조치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과 사이가 안 좋은 학교도 많다. 교육청이 지침을 내리고, 법이 있으니 개선할 수 있는데, 어정쩡해서 대응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학교 조리업무 10년이 넘으니까 안 아픈 데가 없다. 퇴행성,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달고 산다. 반창고는 뗄 날이 없다. 무거운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 놨다 한다. 잔반 처리 통은 40kg가 넘어 둘이서 낑낑대며 처리한다. 육류 재료는 100kg에 육박한다. 둘, 셋이 들고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도 들게 되는 때도 있다. 부천시 관내 조합원들은 대개 10분 내로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서서 밥 먹고 바로 일했다.

급식실 인원 배치기준이 문제다. 지금은 학생 수 기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소사고는 7명의 조리사가 있다. 학생 수가 700명 정도 되니까 100명꼴이다. 150명당 1명인 데도 있다. 문제는 조리실 규모도 감안해야 한다. 소사고만 해도 조리실이 굉장히 넓다.

가스 불 화력과 소리가 엄청나다. 누군가 쓰러질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시력도 나빠지고 있다. 가스 불 때문인 것 같다. 노안도 빨리 온다. 학교에서 건강검진 하라고 보건증이 나오는데 형식적이다.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만 점검하는 수준이다. 한 동료는 갑상선 암에 걸렸는데 단 20일 휴가뿐이었다. 최소한 2~3개월 병가가 필요한 병이다. 행정실은 재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이댄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높아 홍역을 치른다. 식중독 걱정된다고 전 요리를 많이 시킨다. 실내 온도는 70도까지 올라간다. 숨이 턱 막히고, 화상도 많이 입는다. 급식실 청소도 처음에는 천정까지 다 닦으라고 했다. 후드 청소하다가 떨어진 사고가 있고 난 뒤에는 정기적으로 1년에 한번 업체에 맡기게 됐다. 교육청에서 상하반기 정기 점검이 나오는데, ‘청소의 달인’을 요구한다. 바닥 하수구를 열어서 수로 청소할 때는 무릎이 나가고 허리가 다 망가진다. 위생을 깨끗이 해야 하는 학교 급식실이지만 이건 아니다.

탁상공론 행정이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가 직접 하고 있다. 작년부터 월급제 되면서 청소 일을 줄였다. 너무 넓어 사실 마대질 하기도 벅차다. 기계로 청소하는 것도 있는데 안 해준다. 방학 중에는 예전에 7일 하던 청소 일을 3일만 준다. 월급제 되면서 돈을 더 안 주려는 것이다. 한 번은 남자가 일하러 왔다가 한나절 일하고 도망갔다. 식판이 무거운 데, 100개씩 들어야 한다. 보통 건설 일을 힘들다고 예를 들지만 우리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 2년(촛불) 전과 비교해 살림살이는 나아졌나?

= 어느 정권이 잡든 피부로 느껴진 적이 없다. 박근헤든 문재인이든 다 똑같다. 정치인들은 선거할 때만 역전에 와서 지지해 달라고 한다. 국회의원들 없어도 된다. 진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서명운동을 해서라도 국회의원들 월급 없애야 한다. 나라 걱정 한답시고 그렇게 꼬투리 잡고 싸우니 누가 되든 똑같다.

- 노조가 생기고 난 이후에 변화는?

= 2013년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인간적인 처우에 있어서 영양사들의 갑질이 없어졌다. 부천의 모 학교는 노조가 없을 때 갑질하다가 노조가 생기자 다른 곳으로 쫓겨났다. 노조가 생기고 교육청 소속으로 되면서 학교가 마음대로 못한다. 학교는 이제 인사 권한이 없다.

- 노조에 바라는 것은?

= 노조 간부들은 월급을 더 받지도 않는데, 조합원들 다수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 너무 잘하고 있다. 7월 3일 교육청에 싸우러 나가는 것도 노조가 아니면 못한다. 여자의 몸으로 단식, 삭발과 추운 겨울에 스티로폼 한 장으로 몇 달씩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 노조위원장은 급식노동자 출신이기도 하다.

- 민주노총에 바라는 것은?

= 민주노총 하면 무서웠다. 백남기 어른 투쟁 때 사실 무서워서 못 나갔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되고 일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민주노총이 있어야 한다. 모든 세력들이 연대해서 협업해야 한다고 본다.

- 파업에 참여해본 일은 있나?

= 작년에는 6월 30일 하루 서울시청에 모였다. 비가 왔고 몹시 더웠다. 파업을 하면 영양사가 빵이나 우유로 대체식을 준비한다. 학교는 파업을 하지 말라고 하지 못한다. 공문 체계가 잘 돼 있어서 노조가 공문을 보내면 행정실에서 통보가 온다. 재작년에는 이틀을 파업했다.

올해 요구안은 정규직의 80% 임금적용, 배치기준 조정, 기본급 인상 등이다. 기본급은 해마다 얼마라도 자동적으로 인상됐는데 올해는 아직 안 오르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까지 경험상 파업을 하면 개선이 됐다. 어차피 해줄 것이면 왜 파업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7월 3~5일에 전면파업이 예정돼 있다. 3일에는 광화문, 4~5일에는 도교육청에서 진행된다. 이 3일간도 학교에서는 대체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학교 아이들에게 밥까지 안 해주면서 볼모로 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다. 이미 공고가 나가서 아이들은 빵 먹어서 좋아한다. 어떤 아이들은 왜 빨리 안 나가느냐고 얘기까지 한다. 아이들 의식이 좋아졌다. 데모를 불순세력이 아니라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편들도 지지해준다. 이렇게 해야 나라가 발전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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