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숙명여대 기자회견···숙대교수 권순원 최임위 공익위원 신임 위촉 간사 “제 역할” 촉구

숙명여대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직접 작성한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은 숙명여대 총학생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함께 2일(화) 오전11시 서울 숙명여대 제2창학캠퍼스 프라임관 앞에서 ‘노동자-학생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권순원 교수님,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저임금이 필요하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했다.

이가영 숙명여대 총학생회 사회연대국장은 “알바의 무거운 다리로 60분 버텨서 최저임금 8350원 받아도, 야채죽 8천원, 찜닭 1인분 9천원에 2019년 최저임금으로는 식사 한번 안 되고, 죽 한 그릇 사먹지도 못하는 어려운 삶”이라면서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온전히 다니고 싶고 다양한 삶과 시간을 갖고 싶어도 알바로 지친 몸이 수업에 방해가 되고, 즐겨야 할 청춘이라고들 하지만 결국 돈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숙대에서 미화경비 일을 하고 있는 조득용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숙명여대분회장은 “2016년 9월 최저임금도 못 받던 시절 학생들의 도움으로 노조가 설립돼 지금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면서 “권순원 교수가 숙대의 자랑거리인 최임위원이 된 만큼 알바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위원회에 가서는 우리의 의견을 꼭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5년 전부터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의 금액이고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이 공약한 사항인데, 지금은 공약은커녕 동결이니 1% 인상이니 하는 실정”이라면서 “결국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공익위원들의 손에 달려있는 만큼 권순원 위원은 재벌특혜에 손들어 줄 것인지, 알바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요구에 답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과 송정숙 공공운수 숙명여대분회 부분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과 송정숙 숙명여대분회 부분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생활고 때문에 대출받은 빚을 갚아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 알바하느라 친구 만날 시간이 없는 현실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요구가 욕심이냐”고 반문하면서 “숙명여대 권순원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공동체 구성원인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최임위 공익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로 새로 위촉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리게 될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가영 숙명여대 총학생회 사회연대국장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전진숙명 제51대 총학생회 ‘오늘’의 사회연대국장 이가영입니다. 저는 대학생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생들은 알바를 하며 각자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장님의 눈치를 보고, 손님에게 막말을 듣고, 무거운 다리를 애써 움직여 60분을 버텨야만 8350원을 벌 수 있습니다. 아플 때 8500원짜리 야채죽 한 번 사먹지 못하는 돈입니다. 학교 앞에서 찜닭 1인분을 먹기 위해선 9000원이, 연어덮밥 1그릇을 먹기 위해선 10,0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의 최저시급은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하지 못하는 돈인 것입니다. 우리는 현실의 부조리함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죽 한 그릇 사 먹는 것이 매번 어려워야 할까? 젊은 날들을 열심히 살면서도 맛있는 한 끼조차 누리지 못하는 삶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생활비는 부족하고, 등록금의 무게는 우리들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시간을 쪼개 알바를 뛰어도 등록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밖에 벌 수 없습니다. 수업을 듣다가도 알바로 쌓인 피로에 눈이 감깁니다. 이런 하루의 반복은 대다수 대학생들의 일상입니다. 우리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온전하게 다니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지식을 얻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랜 노동에 지친 몸은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매번 방해합니다.

많은 이들은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젊었을 때 다양한 목표들에 도전하라.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을 즐겨라. 멋진 문장들을 입에 담아 보려고 하면 결국 돈 문제를 마주합니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한 여행, 여유롭게 미래를 상상해보는 시간은 결국 돈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뜨겁게 도전하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도전을 꿈꿀 시간조차 가질 수 없습니다. 현실을 마주했을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것들 뿐입니다.

최저시급에 허덕이는 시간들은 인생을 계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등록금 350만원을 벌기 위해 400시간을 일해야합니다. 유럽 여행 한 번을 가기 위해선 300시간 이상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대학생들에게 최저시급은 가치판단의 기준을 의미합니다. 모든 시간은, 모든 가격은 우리의 노동시간으로 환산됩니다. 우리는 돈 걱정 없이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습니다. 알바를 적게 하고 공부에 온전하게 집중할 환경이 필요합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원합니다. 최저임금 위원회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교수님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우리 대학생들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를 교수님께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서울지부,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숙명여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득용 공공운수 숙명여대분회 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기자회견이 참석한 숙명여대 학생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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