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이 셋 둔 경기도 학부모 한미경(46) 씨···6/27 2500명 학부모 지지선언에 동참

한미경 씨는 21살, 여고3, 중1 아이 셋을 둔 학부모다. 그는 이번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지난 6월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을 지지하는 2500명 학부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온라인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1천 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지지 선언을 했다. 예전에는 없던 반응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막상 파업에 돌입한 3일 저녁 뉴스에는 ‘학생 볼모’라는 파업 반대 학부모의 얘기가 솔솔 나온다. <노동과세계>가 5일 오전 9시 30분 영등포역 근처 작은 카페에서 세 아이를 둔 학부모인 한미경(46) 씨를 만났다.

경기도 화성에 살고 있는 한 씨는 학교 ‘급식실’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은 여고생(비봉고) 3학년인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때 아토피가 심했는데 급식실 조리사가 대체식을 준비해 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꺼냈다.

한 씨의 아이들이 다니는 비봉중·고는 사립학교로서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한 씨는 “100명의 학교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삭발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면서 “급식문제는 이제 그 불편을 급식실 만의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우리 학부모도 함께 진지하게 얘기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씨 역시 학부모로서 마음은 다르지 않다. 도시락을 싸주거나 대체식을 준비하려니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는 얘기다. “바로 그 부분이 또한 파업하는 이유도 될 것”이라면서 “사용자에게만 저항하는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들인 우리 학부모들에게도 불편함을 주는 것이기에 어떻게 감수할 것인가로 접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살, 여고3, 중1 아이 셋을 둔 학부모인 한미경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특히 그는 “살다보면 밖에서 저녁이 늦어지거나 챙겨주지 못할 때도 생기는데, 내가 할 때는 허용하지만 그들이 하는데 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안 맞다”고 잘라 말했다. 단순하게 한 끼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이것이 단순히 그들의 봉급 몇 푼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면 2~3일 점심 값으로 1천~2천원 더 챙겨주면 된다”면서 단순히 급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제는 파업에 대한 학부모의 생각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게 한 씨의 생각이다. “맘까페 등 커뮤니티에 예전 같으면 급식 파업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글들이 많이 안 보인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불편함보다는 당연함으로 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 ‘경력단절’의 문제가 이번 파업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전의 경력을 살려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그러다보니 돌봄이나 급식 직종 종사자들이 많아졌다”면서 “아이들에게 밥을 안 주고 놀다오는 것 하고는 다르기에 이들의 파업 결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이는 많은 사회적 이익을 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한미경 씨는 21살, 여고3, 중1 아이 셋을 둔 학부모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인터뷰 전문>

- 이번 학교비정규직 파업 때문에 학교 급식 얘기가 많이 나온다

= 둘째, 셋째가 다니는 비봉중고는 사립이라 이번에 파업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학교비정규직들이 있지만 아직 조합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둘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 급식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먹을 것을 가려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급식실 조리사들이 대체식을 준비해주곤 했다. 국수 같은 것 대신 밥을 먹여야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아 아토피도 많이 좋아지게 됐다.

주위 엄마들을 통해서 많이 들었다. 100분의 학교비정규직 선생님들이 삭발했을 때 충격 받았다. 급식문제는 이제 사회적 책임으로 돌려야 할 때다.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불편에 대해서 급식실만의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우리도 함께 얘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 아이들이 다니는 비봉중고에도 급식실이 있다. 비정규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인건비는 교육청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청에 고용돼 있다는 얘기다.

지금 애들 학교가 오늘까지 시험기간이다. 다른 많은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하는 것으로 들었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급식 때문에 불편해 한다. 도시락을 싸주거나 대체식을 준비하려니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또한 파업하는 이유도 될 것이다. 사용자에게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인 우리 학부모들에게도 불편함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감수할 것인가로 접근해봐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회적인 불편함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고용주에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하다 못 푼 것이니까 정부나 교육부에게 항의를 해야 맞다. 학부모들은 이제 교육부가 답해야 한다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맞벌이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아침을 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교 안에서 식사마저도 제공받지 못한다는 불편감이 있다. 이것이 단순하게 한 끼의 문제로 접해선 안 된다. 살다보면 밖에서 저녁이 늦어지거나 챙겨주지 못할 때도 있다. 내가 할 때는 허용하지만 그들이 하는데 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안 맞다. 단순히 그들의 봉급 몇 푼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라면 2~3일 점심 값으로 1천~2천원 더 챙겨주면 된다. 단순히 급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 이번 파업에 대해 주변 학부모들 분위기는 어떤가

= 오히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더라. 예전보다는 파업 규모도 많이 크고, 학교 앞에 현수막도 달려 있는 걸 봤다. 현수막 안에 파업 이유도 들어있었다. 주변에 친환경 농업하시는 분들의 동조 피켓시위도 봤다. 페이스북에 기자회견 지지선언 올렸더니 폭발적인 좋아요를 눌러줬다. 온라인으로 많이 퍼 날라 주기도 했다. 맘까페 등 커뮤니티에도 예전 같으면 급식 파업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글들이 많이 안 보인다. 사회적 분위기가 불편함보다는 당연함으로 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 여성의 입장에서 접근해 봤을 때 많은 분들이 이전의 경력을 살려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돌봄이나 급식 직종 종사자들이 많아졌다. 공공부문 학비 노동자들의 처우가 여성경력 단절이라는 문제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분들도 우리들하고 똑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다. 밖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밥을 안 주고 놀다오는 것 하고는 다르다. 이들의 파업 결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많은 사회적 이익이 생길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문제에 있어 우리 여성들의 대우에 많은 긍정적 영향과 효과가 분명히 있다.

- 학생을 볼모로 한다는 파업반대 학부모들이 있다

= 명확하다. 급식을 볼모로 한다는 논리는 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에게 빵이나 우유를 먹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학교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보장하도록 돼있다. 빵과 우유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파업기간에 이루어지는 행위이고 대체음식은 어떻게든 나온다. 나는 365일 따뜻한 밥과 국을 주는 엄마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맞지 않다. 여성을 강요해선 안 된다. 이들도 여성노동자다. 그들의 모성을 자극해서 죄책감을 주게 해선 안 된다.

- 아이를 공부시키는데 어려움은

= 걱정되는 것 많다. 고학력으로 가면서 좋은 일자리가 없는데다 경쟁률도 치열하다.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직장이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을 가지라고 하지만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회가 변해 공유경제로 가고 있다. 소비에 비해 많이 나눠쓰게 되는 풍토로 변해간다. 교육도 그러한 변화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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