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30분 부산대병원 대강당···지부 “자회사 홍보용”, 조합원은 대다수 불참

단식 12일 차인 정재범 부산대병원 지부장, 손상량 시설분회장, 허경순 비정규직지부장이 공청회장 앞에서 연좌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8일 오후 3시 부산대병원 9층 대강당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병원 내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식 12일째인 부산대병원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시설분회장이 입구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양 옆으로 지부간부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꺼내들었다.

지부장은 “공청회는 병원 측이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방안을 홍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제지할 뜻을 내비쳤다. 지부장 옆에 앙상한 분회장 손에는 ‘자회사 NO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답이다’라는 피켓이 쥐어져 있었다.

대강당 안에는 총무팀 행정직들이 공청회 시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긋한 정장 차림의 총무팀장이 강당 밖으로 나오더니 바로 앞 지부 간부에게 다가와서 “노조가 파업할 때 우리도 똑같이 하면 되느냐”고 비꼬듯 말하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지부 간부는 “조합원들은 공청회에 별 관심 없어요. 오면 수간호사나 병원이 동원한 직원들, 비조합원들이 올 것입니다.”며 총무팀장의 말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는 듯 했다. 조금 있자 이제는 허경순 미화지회장이 두 단식자 옆에 자리를 함께 잡았다.

공청회 10분 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 병원이 동원했든, 비조합원이든 몰려올 것 같은 느낌이 감지됐다. 한 지부 간부는 “아마 30분 지나면 몰려올 겁니다”고 신호를 줬다. 또 한 지부 간부는 “공청회가 시작하면 강당 안에서 도열해서 피켓팅을 할 것임”을 다른 간부들에게 알려주었다.

30분이 지나자 정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도열했던 지부 간부가 “뭔데 이렇게 업무시간에 몰려오십니까, 일들 하시지”라면서 몇몇 직원을 알아보는 것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한 여성 지부 간부는 “조합원은 아주 일부고요, 거의 비조합원”이라고 귀띔해줬다.

또 다시 총무팀장이 방금 전 지부 간부에게 다시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이제는 실랑이가 붙었다. “말 시키지 마시고 본인 일이나 하세요”라고 간부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자 총무팀장은 “왜 고함을 지릅니까”라며 말다툼을 벌이다 주위 직원들의 만류로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속속 몰려와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십일 넘게 두 명이나 굶고 있는데, 총무팀장이나 돼서 상황을 알아야지”라며 그 간부는 혀를 찼다. 누군가 강당 문을 닫는 모습을 보고 곧 공청회가 시작될 것을 짐작했다.

40분에 공청회가 시작됐다. 총무팀장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스크린 화면에는 ‘간접고용(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 컨설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띄워져 있었다. 대강당 측면으로는 지부 간부들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170여 명의 참석자들이 물끄러미 화면을 응시했다.

지부장은 병원 본관 단식하는 로비로 돌아가면서 “대부분이 비조합원이에요.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다 보냈거든요”라고 전해줬다. “8800만원 예산을 들여서 공개입찰로 컨설팅 했다고 하는데 노사합의로 하게 돼 있음에도 위반하고 저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허탈해했다.

조합원들이 공청회자 입구 주변에서 연좌와 현수막,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이 공청회자 입구 주변에서 연좌와 현수막,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이 공청회장 내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