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상단여백
HOME 산별/지역 노동
“오르막길 손수레를 미는 마음으로”9일 부산대병원 지부장·분회장 공동단식 13일째,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결의대회
  • 민주노총 부산본부
  • 승인 2019.07.10 09:59
  • 댓글 0
▲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 쟁취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제가 이 싸움하면서 제일 미안했던게요. '왜 이제야 알았을까'예요. 20년 동안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분이 그 20년 동안 휴가를 한번 못 갔다고 합니다. 집안 경조사도 그냥 다 못 갔답니다. 예전엔 3일 이상 결근하면 바로 잘랐답니다. 20년 동안 용역업체가 10번이 넘게 바뀌었다는데 왜 우리는 이제야 이 동지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을까. 그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단식 13일째를 맞은 부산대병원 정재범 지부장의 말이다. 정규직인 정재범 지부장은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위해 비정규직인 손상량 시설분회장과 함께 지난 6월 27일 단식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지 2년이 지났다. 지난 4월 30일 교육부는 '파견용역직 근로자의 조속한 정규직 전환 완료 촉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국립대병원으로 보냈다. 대통령의 약속과 교육부의 촉구에도 변한 것은 없다. 부산대병원 사측은 노사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지부는 선전전, 천막농성, 파업 등을 벌이며 상시·지속 업무이자 생명·안전 업무인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싸우다가 결국 단식이라는 극한의 농성을 택했다.

7월 8일에는 부산대병원 노동자들과 부산대학교 동문, 시민사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7월 9일 오후 6시 부산대병원 앞에서는 '비정규직 직접 고용 쟁취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 천 여명이 모였다.

▲ 김종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조직국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

대회사를 맡은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13개 국립대 병원의 5천명 비정규직 중 단 15명 만이 정규직이 됐다"라며 "병원장들은 용역회사 보다 못한 자회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나 위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예산을 지원받는 공공병원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정규직화 쟁취하자"라고 소리높여 외쳤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노동자의 길을 걷다보면 무수한 장벽과 가시덤불을 만나는데 늘 앞장에서 장벽을 허물고 가시덤불을 치우는 동지들이 있다"라며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분회장을 격려했다. 김 본부장은 "정규직이 직접 비정규직 투쟁에 나서는 것이 말만큼 쉽지는 않은데 부산대병원의 투쟁은 민주노총 안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투쟁"이라면서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시민사회에서도 릴레이단식 등으로 투쟁에 동참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이 직접 나와 노래와 춤으로 결의를 높였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에게,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주는 편지글 낭독은 큰 감동을 주었다.

박봉준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매일 아침 부산대병원으로 출근하지만 본사가 어딘지도 모르는 용역업체와 매년 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30년 넘게 우리 병원에서 일하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름도 모르는 용역업체가 아닌 부산대병원에서 일했다는 자부심으로 퇴직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장영미 부산대병원 지부 조합원은 "파견직에서 계약직으로, 무기계약으로 가는 멀고도 험한 시간을 견뎌내는 후배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불편했고 그 마음이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했다"라면서 "부산대병원이 발전하는 동안 함께 걸어온 우리는 동료"라고 말했다. 장 조합원은 "30년 근무하는 동안 병원장들은 늘 적자라고 말했지만 우리 병원은 건재하다"라며 "우리 병원이 노동자가 존중받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도록 이 투쟁에 정규직들이 마음을 더 보내자"라고 호소했다.

▲ 투쟁사 손상량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지부 시설분회장, 정재범 부산대병원 지부장

이어 단식 13일을 맞은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분회장이 환한 낯으로 무대에 올랐다.

정재범 부산대병원 지부장은 "왜 비정규직 투쟁에 나섰냐는 질문을 하는데 정규직이 손 잡지 않으면 비정규직 동지들은 갈 곳이 없다"라며 "지금 병원 로비에서 24시간 농성을 하고 있는데 만약 비정규직들만의 투쟁이었다면 농성장은 벌써 철거 됐을 것"이라고 말한 뒤 "병원에서는 최저가로 쓰여지고 용역회사에서 또 한번 갈취당하는 이런 착취 구조는 없애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이어서 "손수레를 끌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는 사람들 보면 뒤에서 밀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냐"라며 "이 투쟁, 정규직이 해야 한다.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손상량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지부 시설분회장은 "연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가슴이 벅차고 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해 주는 것에 때때로 울컥한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며 목이 메이는 듯 발언을 잠시 멈췄다. 손 분회장은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병원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라면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두 노동자의 발언에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붉혔다.

지부장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은 "1년 마다 계약서를 새로 쓰고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20년, 30년을 일하는 것은 노동존중이 아니며 우리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식하는 두 동지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투쟁하자. 부산본부가 책임지고 승리하자"라고 외쳤다.

▲ 노래공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소속 미화노동자들로 구성한 <녹두시스터즈>가 '무조건 투쟁할거야', '네박자' 등 개사곡을 불렀다.

▲ 몸짓공연 부산대병원 지부 몸짓패 <그린나래>가 '아모르파티', '보건의료노조 따르릉'에 맞춰 몸짓을 선보였다.

▲ 편지글 낭독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는 하나'> 장영미 부산대병원 지부 조합원, 박봉준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 조합원

▲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분회장이 '파업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kctu@hanmail.net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