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정재범 부산대병원지부장의 단식농성이 20일째를 넘어섰다. 애초 6월 27일에는 2명이 부산대병원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15일째 되던 7월 11일 58세인 손상량 시설분회장이 저혈당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실려갔다.

부산대병원 노조측 정규직 대표와 비정규직 대표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나선 것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부산대병원에는 청소, 시설, 주차, 경비업무에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용역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수년, 수십년을 부산대병원에서 일하면서도 매년 재계약을 하면서 고용불안을 겪는다. 임금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근속년수는 인정되지 않는다. 밥 먹을 공간도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제대로 없고, 용역회사 관리자의 갑질과 횡포는 도를 넘는다.

부산대병원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이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서로 아름다운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연대가 쉽지만은 않았다. 병원측은 끊임없이 직원분열과 노노갈등을 부추겼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과도한 처우개선을 요구할 것이므로 기존 정규직의 몫이 줄어든다.”는 게 병원측이 주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직접고용되면 정년을 60세로 해야 하고, 인건비 여력이 없어 처우개선이 어렵지만, 자회사로 전환하면 정년을 65세로 조정할 수 있고,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는 달콤한 얘기를 던졌다.

심지어 부산대병원측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노사합의마저 팽개친 채 88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컨설팅까지 진행했고, 직원설명회까지 강행했다.

이처럼 부산대병원 노조측의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철저히 분리시키려는 병원측의 이간질을 뚫고 아름다운 연대를 실현하는 투쟁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대병원 노조측의 투쟁은 비정규직없는 병원 만들기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나가는 투쟁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었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매우 더디며 커다란 진통을 겪고 있다. 사용자측이 용역회사와 맺은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재연장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는데다,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노조측은 자회사 전환을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회사 전환은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간접고용에 불과하기 때문이고, 환자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환자안전도 지킬 수 있고, 권역거점공공의료기관으로서 부산대병원의 공공성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각종 의료폐기물과 감염위험이 있는 오물을 깨끗이 치우고 병원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청소업무, 환자·보호자의 신속하고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는 주차업무, 병원내 모든 시설의 정상적 가동을 책임지고 있는 시설업무, 병원내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보안·경비업무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모두 환자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로서 직접고용 대상이다.

이처럼 부산대병원 노조측이 자회사 전환을 극구 반대하면서 직접고용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환자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요구되는 책임성, 전문성, 연속성, 협업성을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으로는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대병원 노조측의 투쟁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하여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부산대병원 사용자측의 태도이다. 2018년 임단협교섭에서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정규직 전환하되 세부사항은 노사 합의로 정한다”고 합의했지만 직접고용을 외면한 채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명백한 합의사항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방침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사무국장단 간담회, 국립대병원 노사 간담회, 12개 국립대병원 현장 방문, 교육부차관-국립대병원장 간담회 등을 잇달아 열어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조속히 정규직 전환을 완료해달라”는 입장을 사용자측에 전달했으나 사용자측은 교육부의 이 같은 주문사항을 철저히 무시한 채 시간을 끌면서 자회사카드를 들이밀고 있다. 관할부처인 교육부 방침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에 역행하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측은 컨설팅 결과를 설명하는 직원공청회 자리에서 “자회사를 설립하면 주차업, 세차업, 세탁업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며 돈벌이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환자·보호자와 직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돈벌이 수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용역회사 직원을 또다시 자회사 직원으로 내몰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고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권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의 공공적 책무에 역행한다. 모범적인 공공병원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부산대병원이 공공성 훼손에 앞장서려는 모습은 국민들 앞에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다.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부산대병원 사용자측이 노사합의를 존중하고, 정부방침에 따르고, 공공성을 지키면 된다.

부산대병원 사용자측이 시간끌기와 핑계대기를 중단하고 직접고용하기로 작정한다면 모든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미 노조측에서는 정부 방침에 입각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이룩하면서도 병원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부산대병원 사용자측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는 것이 정부의 가이드라인 준수, 교육부 방침 이행, 환자안전 제고,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 노사관계 발전, 시민사회 신뢰 회복, 부산대병원의 미래발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성실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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