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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 두려워 조합원 신분도 못 밝혀"전기신문분회, 19일 노조 탄압 폭로 기자회견
  • 연현진 언론노보 기자
  • 승인 2019.08.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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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회 집행부에 대한)경영진의 탄압과 협박을 옆에서 지켜본 노조원으로서 실명을 공개하게 될 경우 똑같은 수준의 탄압 행위가 벌어질 것이 우려됩니다.”(언론노조 전기신문분회원)

전기신문 언론노동자들이 1년 넘게 경영진으로부터 불법적인 노동탄압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기자가 지금까지 조합 가입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전기신문분회와 함께 이 회사 경영진의 노조 탄압 실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기신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노조 파괴 행위가 분회장 발언과 조합원들의 편지를 통해 공개됐다.

전기신문 기자들은 지난해 7월, 창간 54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대자보를 편집국에 게시했다. 편집국장 임명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한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경영진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 대자보를 철거했다.

이후 경영진은 대자보를 게시한 기자들을 징계했다. 노동조합 집행부임을 밝힌 조정훈 전기신문 분회장과 부분회장 모두 6개월간 감봉 20%의 조치를 받았다. 동시에 분회장은 울산으로, 부분회장은 광주로 전보됐다.

징계 과정에서 인사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역본부 발령자들에게 제공하는 최소한의 숙소나 여비도 분회장과 부분회장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부당 징계와 전보뿐 아니라 인권 침해 행위도 있었다. 10년차 기자인 분회장 등은 지역으로 부당 전보된 뒤 회사의 지시로 취재 업무 대신 무려 823쪽 분량의 일간지 기사를 손으로 직접 베껴 써야만 했다.

조 분회장은 사측이 분회 집행부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등 노조를 탄압한 이유에 대해 “편집국장에 대한 ‘깜깜이 인사’를 지적하는 대자보를 부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분회장과 조합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회사는 심판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해 11월 20일, 돌연 징계를 취소했고 분회장과 부분회장은 서울로 복귀했다. 그러나 본사 출근 40분 만에 대기 발령을 받았다.

조 분회장은 “당시 경영진은 저에게 회사가 싫으면 떠나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노조 해산을 조건으로 회사에 복직시켜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회사는 지난해 12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대자보를 붙이고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회장과 부분회장에게 정직 6개월, 사무국장에게는 정직 3개월의 2차 징계를 내렸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4월 분회장 등에 대한 2차 징계에 대해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경영진은 반성은커녕 재심을 청구했고, 급기야 7월엔 조 분회장을 해고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전기신문의 노조 탄압 사태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여 년 간 이어진 언론인 해직 사태에 맞먹는 노동 탄압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또 “언론노조는 올해 전기신문과 진행한 5차례의 교섭 자리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려 했으나 이를 거부한 건 사측이었다”며 “사장·부사장은 교섭 중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전기신문 경영진의 조합 가입 방해와 조합원 색출 행위도 이날 공개됐다.

조 분회장은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 시 받게 될 불이익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등 경영진의 협박과 회유가 이어졌다.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회사가 조합원을 색출하려했다는 직원들의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조 분회장은 이어 “현재 8명의 전기신문분회 조합원들은 회사의 비상식적인 행태와 불이익을 우려해 본인이 조합에 가입했다는 사실조차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합원임을 밝히지 못한 직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편지를 통해 회사측의 노조 탄압 사실을 증언했다.

“현재 ‘비공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못할 직 또한 아닌데, 왜 이 편지 한 통 쓰는 것에도 상당한 용기를 내야하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아직은 후폭풍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회사가 누군가를 찍으면 인사이동을 통해 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사실 이런 식으로 직원을 압박하는 것은 많은 곳에서 자행되는 일이라는 현실에 더욱 참담함을 느낀다. 노동자 개인은 회사라는 단체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조합원들의 편지는 전기신문의 노조 탄압이 현재 진행형임을 나타낸다. “많은 동료들이 노조에 가해지는 정신적인 압박을 이기지 못하거나 이런 상황에 질려 떠났다”는 내용의 편지글도 있었다.

이날 전기신문의 노조 탄압 폭로 기자회견에는 한대광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의장(경향신문지부장), 홍제성 연합뉴스지부장, 장지호 스카이라이프지부장, 김두식 iMBC지부장, 오동운 MBC본부장, 박태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지부장 노승찬 MBC본부 춘천지부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재 전기신문 사태는 1970-80년대 극악한 노동환경에서나 일어났던 수준이라며 유감을 넘어 분노를 표했다.

장지호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사측은 직원들을 상생의 파트너가 아니라 복종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언론기본권 훼손, 인권 침해, 노동 탄압 등 전기신문에서 벌어진 이 모든 일이 21세기, 촛불혁명에 의해 만들어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나서서 법과 행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기신문분회는 거듭되는 경영진의 탄압에 맞서 고용노동부에 특별 근로감독관 파견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당해고행위에 대한 구제 신청과 고소도 진행할 계획이다.

연현진 언론노보 기자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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