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가두는 종합조사표 개선하고 개인맞춤형 3대 정책 예산 확대 촉구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요구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 비마이너 박승원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대대적인 내년도 예산 확보를 촉구하며 전국의 장애인들이 결집했다. 특히 이들은 만 65세가 되는 해에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강제 전환되는 문제를 짚으며 ‘지금 당장’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8월 21일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 지하차도 농성을 시작한 날이다. 2012년 8월 21일 시작하여 1842일간 이어진 광화문 농성의 성과로 올해 7월, 장애등급제는 31년 만에 단계적 폐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애계에서는 ‘31년 만의 장애인정책 변화’라는 정부 설명이 무색하게 예산 책정이 충분치 않아 구체적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예산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며, 장애인 자립생활에 중요한 3대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확대를 요구했다. 전장연은 내년도에 △장애인활동지원 9948억 원(1조 34억 원→1조 9983억 원) △장애인연금 5400억 원(올해 7197억 원→내년 요구안 1조 2597억 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2643억 원(287억 원 → 2930억 원) 증액을 촉구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전장연은 오후 4시 더불어민주당 당사가 있는 여의도 방향으로 행진을 했다. 가는 도중 충정로 사거리 육교에서 장애계 요구안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 거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휠체어 뒤에 걸린 손팻말에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라고 적혀있다. ⓒ 비마이너 박승원

- 현대판 고려장,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해야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중 하나가 활동지원서비스다. 그러나 이 제도는 ‘만 64세’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된다.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 없다는 의미의 ‘등급 외’ 판정이 나와야만 다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두 제도 간의 서비스 급여량 차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지자체 추가분까지 합하면 하루 24시간까지 보장받을 수 있지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하루 최대 4시간에 불과하다. 하루 4시간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입소해야 한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현 제도는 만 65세가 되면 중증장애인을 시설에 갖다 버리는 고려장”이라고 분노하며 활동지원제도의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1일 단식 릴레이’를 14일부터 사회보장위원회가 있는 국민연금공단 사옥 1층 로비에서 이어오고 있다.

내년 1월 7일에 만 65세가 되는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1일 단식 릴레이 첫 번째 주자로 참여했다. 현재 박 상임공동대표는 한 달에 490시간(복지부 430시간, 대구시 약 6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루 16시간가량이다. 그러나 내년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면 하루 4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2007년 초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3일간 단식농성을 한 적 있는 박 상임공동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쟁취하기 위해 단식한 지 13년 만에 만 65세를 맞이하게 됐다. 활동지원제도가 생겼을 때 어머니가 ‘이제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말씀하시고 77세에 세상을 떠났다”라면서 “하지만 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내세워 저승사자처럼 내 목숨줄을 쥐고 흔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만 65세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활동지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 비마이너 박승원

- 예산 가두고 서비스 지원 제한하는 종합조사표

7월부터 시행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점수 조작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가두는 ‘점수조작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7월 1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활동지원서비스 판정에도 기존의 인정조사표가 아닌 종합조사표가 도입되었다. 정부는 종합조사를 통해 하루 최대 16.16시간까지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기존 수급자들 역시 평균적으로 7시간가량 확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장애계 자체 모의평가 결과, 이는 모두 불가능했다. 장애계의 끈질긴 문제제기로 복지부는 장애계와 종합조사표 모의평가 시행을 약속했으나 시행 하루 전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아야 하므로 활동지원 24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지만, 복지부는 24시간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하루 최대 16시간까지는 지원한다고 했는데 이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 과연 있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종합조사표에서 16.16시간이 나오려면 사지마비와 동시에 청각장애도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 직장생활도 하고 독거장애인이어야 한다. 또 주거환경이 열약해야만 나올 수 있는 꿈의 시간이다”라면서 “16시간이 나올 수 없게 설계해놓고 마치 복지부가 16시간을 지원하는 양 기만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전장연은 “종합조사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할 수 있는 판정체계가 되어야 하며, 점수를 조작하면서 정부 예산을 통제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최중증독거장애인의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보장 △종합점수 465점 이상 활동지원등급 1구간 하향 조정 및 현실화 △장애유형별∙영역별 특성 문항의 별도 배점화 △사회∙환경적 필요를 반영할 수 있는 문항 강화를 요구로 내세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 비마이너 박승원

- 개인맞춤형 3대 정책 예산확대 요구, 주간활동서비스 내년 1만 명 대상 확대 목소리도

이날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50일 만에 장애인의 삶에 변화가 나타났다’라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종합조사표 도입으로 활동지원 시간과 대상자가 확대되고, 올해 3월부터 성인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해서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복지부는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올해 2,500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만 7,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주간활동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높다’라고 한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서 기만적이라고 규탄했다. 윤 회장은 “현재 주간활동서비스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만을 받을 수 있는데 마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요구하는 하루 8시간을 보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대상자 수는 턱없이 적다고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전체 발달장애인의 20% 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1만 명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기존 활동지원이용자들의 월평균 지원 시간이 기존 104.5시간에서 125.2시간으로 증가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복지부가 활동지원시간이 20시간이나 늘어났다고 알리는 뉴스를 보면서 쓸쓸함을 느꼈다”라면서 “신규 수급자의 평균 급여 시간을 살펴보면 월 99.9시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 이용자와 비교해보면 신규 수급자는 기존 수급자보다 월 25시간이 적은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복지부는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에 입도 빵끗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나와서 우리를 속이고 있다”라며 “31년 만의 변화가 시작된 이듬해인 2020년 무엇보다 개인맞춤형 정책인 장애인연금과 장애인활동지원, 주간활동지원의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해찬 대표가 작년 추석 때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을 제도로 챙기겠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더는 미루지 말라. 그래서 오늘 결의대회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가서 이해찬 대표가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 더불어민주당 당사가 있는 여의도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가는 도중 충정로 사거리 육교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 ‘장애인활동지원법 즉시 개정하라’,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하라’ 등 장애계 요구안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 거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저녁 7시 20분경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도착해 이해찬 대표 면담을 요구하는 노숙투쟁을 진행했고, 22일에는 원내 정당을 순회하며 예산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 비마이너 박승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1박 2일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 비마이너 박승원

 

결의대회를 마친 전장연은 오후 4시 더불어민주당 당사가 있는 여의도 방향으로 행진을 했다. 가는 도중 충정로 사거리 육교에서 장애계 요구안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 거는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비마이너 박승원

 

이들은 공덕오거리에 도착해 대형현수막을 다시 펼치며 시민들에게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알렸다. ⓒ 비마이너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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