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기억>, <장면과 순간>으로 돌아본 김용균이라는 빛

어두컴컴한 발전소 쌩쌩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 스물네 살 청년 노동자가 끼어 사망했다는 비보는 ‘처참’하다는 말 그대로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슬펐다. 김용균이라는 이름과 그가 21세기 신분제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컵라면 유품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공분은 어느 재벌가나 권력가가 아닌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며 전국적으로 촛불을 드는 데 이르렀다. 추모에 멈추지 않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투쟁으로 나아갔다. ‘내가 김용균이다’는 외침과 함께.

62일 투쟁 담은 백서 발간

최근 발간된 ‘김용균이라는 빛’ 제목의 백서는 지난 해 겨울 뜨거웠던 62일간의 투쟁 기록을 담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백서발간팀은 고인이 지난 해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을 시점으로 올해 2월 9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되기까지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활동을 담담히 서술했다. 백서는 투쟁의 경과와 의미를 글자로 새긴 <기록과 기억>, 치열했던 찰나를 사진으로 묶은 <장면과 순간> 두 권으로 구성돼있다.

기록과 기억

<기록과 기억>은 ‘전기’의 공공성이 파괴되는 과정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백서발간팀은 1부에서 정부와 자본의 전력산업 민영화와 분할경쟁 체제 강행은 목숨을 내놓고 일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을 낳았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발전소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과 투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김용균 노동자가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문재인대통령을 만나자고 한 것처럼, 발전소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 과정을 기록했다. 이어 2부에서 의제별로 투쟁을 살펴보고, 3부에서 투쟁의 의미와 과제를 정리했다.
특히 <기록과 기억>은 구술 인터뷰를 통해 62일 간의 투쟁을 재구성해 4부에 담아 눈길을 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님, 고인의 수의를 손수 제작한 수녀님 등 12명의 목소리는 각 자의 위치에서 어떠한 고민과 심정으로 고인의 죽음과 만났으며, 투쟁에 나섰는지를 보여준다.

장면과 순간

<장면과 순간>은 62일간의 투쟁을 사진을 통해 시간 순으로 꼼꼼히 기록한 흔적이 엿보인다. 백서에 담긴 200여장의 사진은 매주 6차례에 걸친 범국민추모제부터 시민대책위 대표단 6명의 단식농성 등 주요 시기 굵직한 투쟁뿐만 아니라 모세혈관과 같은 일상적인 투쟁과 활동, 전국 각 지역의 활동이 함께 담겨있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투쟁은 현재진행형

시민대책위 백서발간팀은 머리말에서 “모든 백서가 그러하듯이, 이 역시 투쟁의 끝에 대한 기록은 아닙니다. 풀지 못한 과제와 닿지 못한 힘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입니다. 백서를 펼쳐보는 순간마다 그와 했던 약속을 잊지는 않았는지, ‘내가 김용균’이라고 외쳤던 구호에 부끄럽지 않게 실천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한 번씩만이라도 되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백서의 의미가 아닐까요.”라고 했다. 직접 고용을 권고함은 물론 발전산업의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모순을 쏟아낸 석탄화력발전소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발표된 요즘, 백서를 통해 김용균 동지와 62일 투쟁을 다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김용균이다’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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