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충분한 계도기간 두겠다"...특별연장노동도 확대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오전,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책’을 발표했다. 보완책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 52시간제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긴급 재해-재난 시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특별연장노동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현행 특별연장노동 인가는 자연재해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혹은 이에 준하는 각종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임박한 경우로 한정된다. 또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업무를 다른 노동자로 대체할 수 없어 연장노동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노동 확대 배경을 “현장의견을 들어보니, 평상시에는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 등에는 대응이 어렵다는 호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별연장노동 확대 허용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책 기조 자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번 보완책으로 기업은 ‘생산량이 급증하는 시기’를 비롯해 ‘경영상의 이유’로 특별연장노동을 강제할 수 있게 됐다. ‘업무량 증가’나 ‘경영상의 이유’ 등 기업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확대된 허용요건은 사실상 기업에게 ‘일상적’으로 특별연장노동을 허용해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청와대 자료사진

정부의 이같은 ‘역주행’은 재계와 기업의 압력과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인 중소-중견 기업들은 그동안 지속해 주 52시간 제도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한다며 시행을 유예해달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도 기업의 이같은 볼멘 소리에 화답하며 노동 정책의 역주행을 시작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쳐부 장관은 지난 13일 “주 52시간 제도는 경직된 제도”라며 “주 52시간제 도입에 찬성한 것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보완책이 발표된 직후 성명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역설해왔지만, 정부는 시행 준비를 하지 않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특별연장노동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민주노총은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원청 납품기한 일방 단축요구나 긴급 발주 등 원하청 구조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원청 갑질이나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고 보호해줄 노동조합 힘이 약할수록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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