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마석 모란공원 추도식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도식이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 내 김용균 묘소 앞에서 열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용균이 동료들이 편지글 낭독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직도 현장은 깜깜하고 자기 앞날도 깜깜하다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현장이 너무 많다. 용균이 동료들 뿐일까.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바뀔지 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에 숨진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1주기를 앞둔 8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도식이 열린 자리에서 어머니 김미숙 씨가 말했다.

김미숙 씨는 이날 아들 김용균 씨가 가장 좋아했던 갈비찜을 준비하고 영정 앞에 올렸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갈비의 피를 빼고 졸이며 온 정성을 다했다.

김미숙 씨는 “많이 착잡하다. 이 자리에 서 있으면서 아이의 모습들이 생각났다. 우리 용균이는 엄마, 아빠 생활고에 알아서 크는 아이였다. 애어른 같아서 정말 미안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지 몰랐다. 언제나 살 부대꼈던 용균이는 우리에게 전부였다”며 “정치권과 기업들은 똘똘 뭉쳐 우리 서민들을 죽이고 있다. 이런 자본가들 용서할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이 일이 있고 나서 내 가족만 지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이웃을 지켜야 내 가족이 지켜진다는 것이다. 여기 계신 분들 적어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용균이 무덤 앞에서 맹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1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세상, 바꾸려고 하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김용균 동지가 나아가려 했던 저 길에 함께 하신 모든분들이 같이 패달을 밟았으면 좋겠다며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 자본주의를 바로 잡는 길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이다. 아침에 출근한 내 가족이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는 세상, 그 길이 바로 용균이 어머님과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이 바람하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공공운수노조가 이 잘못된 죽음의 외주화를 바로 잡는 투쟁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등 추도식 참석자들은 “산재는 살인이다. 기업살인법 개정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라” “특조위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이준석 지회장은 고 김용균 씨의 양력을 보고한 후 김용균 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이 지회장은 “엊그제는 스물 다섯번 째 생일, 오늘은 너를 떠나보내고 지내는 첫 기일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생일과 기일.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며 “너의 죽음 앞에서 약속한다. 두 번 다시 위험한 현장에서의 죽음이 아닌 밝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게 할 것을 약속한다. 이제는 생일의 촛불이 아닌 투쟁의 촛불을 들어 잘못된 것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발전소에서는 노동자들이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하니 작업을 하면 안 된다는 거부권조차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저희들의 현실”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발전사 원청과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직접고용이 되어야 한다. 정부도 알고 있다. 정부는 직접고용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은 “28년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법으로 불린 이유는 그의 죽음을 계기로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제2의 김용균이 되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문송면과 황유미를, 김용균을, 김태규를 호명하는 것은 기억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이 자리에서 똑같은 죽음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김용균법이라 부르기에는 한참 모자란 법이 됐다. 이 자리는 추모의 자리이기도 하며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김용균법이 될 때까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준 문화활동가의 추모곡 이후 미디어오늘 이정호 편집장의 추도사가 진행됐다. 이후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의 유가족 인사 이후 참가자 분향과 헌화로 추도식은 마무리 됐다.

오는 10일은 지난해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날로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태안화력발전소에 내려가 현장추도식을 진행한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 김용균 조형물을 건립하고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다. 1주기가 되기 전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했던 발전소에 김용균 조형물을 세우기로 합의를 했지만 사측은 조형물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당일 추도식에 앞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도식이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 내 김용균 묘소 앞에서 열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도식 참석자들이 특조위 권고안 이행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동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이준석 지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묘소 옆의 전태일 열사 동상이 보이는 가운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박준 문화활동가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미디어오늘 이정호 편집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가 유가족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가 분향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동료가 헌화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영정앞에 술을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세월호참가가족협의회의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시민사회단체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가 헌화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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