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 시민사회단체 긴급 규탄기자회견 열어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지난 9일 일본 사이타마시가 사이타마 소재 조선학교 유치원에 마스크 지급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규탄 목소리가 거세다.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공동대표 손미희)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는 지난 10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늘어나자 시가 보유한 마스크 24만 장 중 18만 장을 시내 아동클럽과 노인요양시설, 보육원, 유치원 등에 직원용으로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학교 유치원 관계자가 마스크를 받으러 가자 "조선학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지급을 거절해 논란이 일었다. 사이타마시 관계자는 "조선학교에 마스크를 지급하면 되팔 우려가 있어"서라고 지급 거절 이유를 밝혀, 재일동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후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사이타마시는 '조선학교 측이 되팔 수도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책임자 면담이나 마스크 지급 계획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모두에게 비상사태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답답할 뿐"이라면서 "지난 10월 일본 정부가 유보무상화에서도 조선학교 유치원을 제외한 것은 일본 당국의 민족교육 차별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고교무상화며 유보무상화는 우리 동포들도 내는 세금으로 만든 정책으로 시행하는 것임에도 유독 조선학교만 제외하는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손미희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같은 동포이자 하나의 민족으로써 재일동포와 연대해 조선학교와 동포들에 대한 차별을 막고 일본 지자체와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다"라고 긴급 규탄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연대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지자체와 정부를 혐오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라며 "심지어 조선학교 아이들과 동포들의 건강권에도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정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엄연히 같은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일본 정부의 이러한 행위가 세계 경제 대국으로써 선진국임을 자임하는 나라의 국격에 맞는 행위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며칠간 이 차별이 언론을 통해 가시화되고 많은 한국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는 반드시 일본 정부를 향해 엄중히 항의하고 이 차별을 당장 멈추도록 요구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강새봄 대학생 진보넷 활동가는 "사이타마시는 단지 조선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논리도 없이 한 장에 고작 몇천 원하는 마스크를 무기로 휘둘러 조선학교 아이들과 재일동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라며 "일본 사회의 여러 모순에는 눈을 감으면서 재일동포를 혐오의 배출구로 이용하는 일본 정부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활동가는 "사이타마시를 비롯한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 유치원에도 공평하게 마스크를 배분하라"며 "뿐만 아니라 그간 저지른 국가 폭력과 차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를 향한 항의와 경고의 의미를 담아 대형 마스크 그림에 '조선학교 아이들을 차별하지 마라', '아이들에게 차별이 아닌 권리를'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현주 씨는 "사이타마시의 마스크 지급 거부는 조선학교 문제를 떠나 사람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걸린 문제"라며 "일본 정부는 재일동포 차별을 당장 멈춰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13일 정오 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을 비롯한 158개 단체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 노동과세계 송승현

 

한편, 사이타마시의 마스크 지급 거부가 한국 사회에 알려지면서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마스크 후원 문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기억연대와 평화의길, 김복동의희망,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몽당연필 등 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재일조선학교에 마스크 보내기 운동과 모금운동 등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선 바 있다. 

김지형 몽당연필 간사는 노동과세계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제는 지난해 조선학교 유보무상화 배제 등에서 보이는 혐오와 차별"이라면서 "이번 공동행동은 박양자 원장이 라디오에서 한 말처럼 마스크 한 상자가 탐나서가 아닌, 아이들의 생명이 평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재원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전국 보육원과 유치원 무상화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학교 등이 포함된 각종학교가 제외됐다. 전체 88개 각종학교 가운데 조선학교 유치원은 40개다.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물론, 다른 외국인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어려운 조선학교가 다수 포함된 유보무상화 배제는 조선학교 차별 정책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던 고교무상화 배제의 연장선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김 간사는 "유보무상화의 근거는 소비세 인상이다. 소비세는 국적을 떠나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 누구나 내는 세금인데도, 유독 재일동포만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권리를 받지 못하게 됐다"라며 "한국 사회에서도 재일동포 차별 철폐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일 몽당연필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선학교 차별철폐를 위한 가을 거리행동을 열고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을 규탄했다. ⓒ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몽당연필

 

지난해 11월 2일 일본 정부가 유보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 유치원을 배제한 뒤 일본 도쿄에서 이에 항의하는 재일동포 집회가 열렸다. ⓒ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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