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반대" "모범 보이겠다"

이수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5월24일 방한 중인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요청했다. 룰라는 이에 대해 브라질 노정관계와 노조-정당관계 등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자세히 설명했다.

오후 3시15분부터 롯데호텔 임시접견실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애초 예정보다 15분을 넘겨 가며 시종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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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사회양극화와 고용유연화, 특히 비정규직화를 불러옴에 따라 노동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 강제연행 등 노동탄압이 잇따르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노동자 처지를 이해해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동자 인권보다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양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면적 정책 재검토 등 노동자 문제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끌고 나갔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룰라는 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부와 대화하고 있느냐"며 높은 관심을 나타낸 뒤 "정부와 노동자 관계에는 늘 갈등, 투쟁이 따르는데 우리는 노정관계가 매우 원만하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동의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서로 존경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가 참여하는 '국가노동대회'를 여는가 하면, 노조 등 여러 사회단체 대표뿐만 아니라 대통령 비서도 참여하는 '사회경제위원회'를 꾸려 노조개혁법안 제정, 노동관계법 개정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룰라는 이어 "얼마전에는 MST(무토지농민운동) 대표 40여명과 만나 새벽 2시반까지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교섭장이 축하장으로 바뀌는 '훌륭한 경험'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룰라는 또한 "큰 도전도 있었다. 2003년초 취임 때 경제가 매우 불안했고, 국고고갈 뿐 아니라 국가부채도 엄청났다"고 회고한 뒤 "취임 뒤 매달 고용창출이 획기적으로 늘어 많게는 11배 넘는 성과도 있었다"며 고용창출에 전력을 쏟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적 과제인 농업성장과 노동자를 위한 저금리대출 지원도 아끼지 않는 등 노동자, 농민 지원을 강화하고 있음도 덧붙였다.

자리를 함께 했던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은 "현재 한국은 성장은 있지만 고용은 없는 문제가 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노동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그런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공공서비스협상이 중요함을 거론했으며, 쌀개방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는 한국농민의 반발을 들어 브라질정부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7월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서 농업협상 세부원칙을 미국, 유럽에 합의해 줌으로써 사그라들던 DDA 협상을 회생시킨 바 있다. 룰라는 이와 관련해 농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뒤 한국 농민의 쌀주권 역시 소중하다는데 공감을 나타내며 "브라질의 농업협상전략은 우르과이 등 주변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지예 부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와 이라크전쟁 반대 등에 대한 역할을 주문했으며, 이용식 정치위원장은 브라질의 정당운동의 경험 등을 묻기도 했다.

룰라는 이에 대해 "우리의 노동운동, 정치활동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는 노동자가 만든 정당이 한 나라를 지도한 유일한 나라이다. 또한 노조지도자가 대통령이 된 것도 우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PT(노동자당)는 좌파정당이고 CUT(브라질노총)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CUT가 PT를 만들었지만 노동운동과 정당은 분리돼 있으며, CUT가 내 잘못을 감싸줄 의무도, 정견에 동의할 의무도 없다. 그들과 최선의 협상을 통해 동의를 이끌어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혁명이 아닌 선거를 이겼고, 법을 기준으로 정치를 펴되, 국회내 여러 정치관계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어느 사회, 계급에 속해 있는가. 대통령직 그만두면 어느 곳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되묻곤 한다"며 노동자 출신으로서의 책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룰라에게 민주노총 배지와 깃발을 선물하고 머리띠를 묶어준 뒤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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