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병원내 비정규직화를 저지하는 고리, 총력집중 예정

<img src=http://nodong.org/main/images/video1.gif><a href=http://www.nodong.org/bbs/view.php?id=nodong_tv&no=39>성모자애병원 일방해고 "그래도 수녀님인데..."(노동방송국)</a>

부평에 있는 성모자애병원 영양과 직원 30명은 지난 5월 1일 병원측의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았다.

며칠 후 이들은 자신이 계약에 동의한 적도 없는 회사의 의료보험증까지 발급받게 된다. 병원측이 이들을 용역회사에 팔아넘긴 것이다.

성모자애병원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깨기 위해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7일 보건의료노조는 성모자애병원에서 '영양과 정리해고, 용역전환 철회 투쟁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1차 집중투쟁'을 갖고 병원내 비정규직화를 막기위한 전국 노동자들의 힘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200여명이 모인 이 날 집회에서 보건의료노조 윤영규위원장은 "지난 4월 30일 전남대병원 사내하청노조 투쟁이 승리한 다음날인 5월 1일 성모자애병원에서 무더기로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4만의 힘으로 함께 싸울 것이고 이길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투쟁의 승리를 예고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도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에 절대 비정규직을 둘 수 없다. 한 곳이 무너지면 모든 병원이 무너진다"며 현 투쟁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이 날 집회에서 영양과 직원 전원이 투쟁의지를 담은 '어머나' 개사곡을 불러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영양과 조합원 전원이 한 명씩 결의 발언을 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흥겹던 집회는 성모자애병원 노승태 지부장과 조합원 2명의 삭발식이 시작되자 울음바다로 변했다.

"그래도 수녀님인데, 우리앞에서 한 약속이 있는데, 우리 모두가 카돌릭 신자이기에 수녀님은 병원장이기 이전에 수도자였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일터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청천벽력같은 해고통지서를 받고 싸운 지도 한달이 다 되어갑니다."

한 조합원이 직접 자신들의 한이 담겨있는 편지를 낭독하자 한 두명씩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참가자들 전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삭발을 마친 노승태 지부장이 "목숨걸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함께 싸울 수 있겠냐고 묻자 참가자들은 "투쟁"으로 답했다.

또 삭발한 황정옥 조합원은 "내 자존심이 짓뭉개지고 있고 박탈되고 있는 상태에서 결의를 다지기 위해 머리를 깍게 되었다"며 "지금의 눈물을 아껴서 꼭 이긴다음에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 흘리고 싶다"는 결의를 밝혔다.

전국에서 참석한 노동자들은 지부장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며 연대투쟁을 다짐했다.

한편 이 날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대회에 앞서 오후 2시 용산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인후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며 부평역으로 이동, 역앞에서 약식집회를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성모자애병원 투쟁이 향후 병원내 비정규직화를 저지하는 고리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집중할 예정이다.

[표시작]
* 동영상 참조

<center><b>삭발투쟁 낭독문</b></center>

동지 여러분!
지금 우리를 우해 투쟁하고 계시는 노승태 지부장님과 영양과 대장인 황정옥 언니, 그리고 제 친구인 김윤월 동지가 투쟁 삭발식을 한다고 합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가슴 저 밑바닥에서는 눈물만 솟구쳐납니다.

힘들고 고되지만 행복한 일터에서 꿈과 희망을 갖고 평화롭게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청천벽력 같은 해고통지를 받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싸움꾼이 되어 정리해고 투쟁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갑자기 당한 일에 솟구쳐 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며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한 달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처절한 절망도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집안의 가장이요, 어머니요, 며느리요, 딸들입니다.
병원 식당일은 그리 녹녹하지 않아서 하루 10시간 가까이를 서서 일하느라 다리가 퉁퉁 붓고 무거운 밥통, 국통 옮기느라 온 관절이 다 쑤시고 몸에 더 이상 파스를 부칠 곳이 없을 만큼 온 몸을 파스로 휘두르다시피하여 파스냄새를 풀풀 풍기며 일하고 고무장갑 속에서 퉁퉁 불어터지는 손가락을 감싸 쥐며 일하고 발 동동 구르며 급하게 화장실을 갔어도 흐르는 땀으로 몸뚱이와 속옷이 범벅이 되어 속옷이 내려오지 않아 그만 찢어지기가 한 두 번 이 아니었습니다. 그 뿐인가요? 끓는 국솥에 데인 사람이 몇이며 시퍼런 칼날에 푹 베인 사람은 또 얼마입니까? 마늘 가는 기계에 손가락까지 갈려나간 일은 너무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영양과 직원들 중에는 너무도 힘겨운 육체노동으로 온 몸이 혹사되어 남들보다 일찍 찾아오는 갱년기 덕분에 그 고통은 말로 하기 힘든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궁적출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직원만 해도 여기 얼마입니까?

그래도 우리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희망이 있었습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당당히 돈을 벌고,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아이들 학비걱정 뒤로 거둘 수 있었고, 든든한 며느리로 시부모님 봉양하며, 친정어머니께는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딸이었기에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늘 그렇게 많은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그렇게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새 병원 지어서 다 같이 이사 가자던 병원장님 말씀이 있었기에 지친 몸 이끌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 헤아려가며 야간 학원에 등록하여 조리사자격증을 8명이나 따냈습니다.

그러나!
세상 만물이 소생하는 파릇한 봄에 우리는 살아생전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환자 음식에 독극물을 넣는 파렴치범으로, 부도덕하고 무식해서 더 이상 상종하지 못할 집단으로 매도되어 &#51922;겨 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병원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정리해고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수녀님인데, 우리 앞에서 한 약속이 있는데, 한 번 겁주시는 거겠지...... 우리 모두가 가톨릭 신자이기에 우리에게 병원장 수녀님은 병원장이기 이전에 수도자이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우리의 한 편 의구심과 또 한 편의 한 가닥 희망은 무섭게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하루아침에 달라져버린 병원장 수녀님의 모든 행동을 감당하기에 우리는 너무도 큰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매달리고 빌기를 얼마나 했을까요?

이 일이 생긴 후 우리는 너무도 힘겨운 많은 사연을 가슴에 척척 담아야 했습니다. 정리해고 되자마자 먹고살기 위해 살길 찾아 나간 사람이 둘 있었습니다. 서운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싸워야 한다고 이를 악물고 온 몸을 던져 투쟁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 고통과 힘겨움은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버겁기만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투사가 되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투쟁하는 기간에 한 동지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나이 어린 저는 하혈이 멈추지 않아 지금도 생피를 쏟으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간 질환이 재발되어 일하다 말고 쓰러져 나가는 동료를 두 눈으로 보아야 했고, 그래도 병원 밥은 내손으로 짓겠다고 밥지으랴 투쟁하랴 만신창이가 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어둡고 차가운 탈의실에 쓰러져 링거를 맞으며 온 몸으로 설움을 삭였습니다.

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수녀님들 친인척이기에 가입하지 못하고 함께 투쟁하는 비조합원 동지들 심정은 또 어떻겠습니까? 어느 한 분은 마음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가눌 수 없어 고생하는 동료들 눈에 밟으며 무작정 혼자 강원도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정년퇴직을 앞 둔 어느 한 분은 퇴직하면서 어려운 사람 돕기 위해 가톨릭 재단인 우리 병원에 기부금을 헌납하려고 굳게 마음먹고 있었으나 배신감에 몸서리쳐져 그 마음을 접으셨다고 합니다. 병원장 수녀님이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내어 법원 집행관이 찾아 왔을 땐 혼절하여 쓰러질 지경이었습니다. 비조합원이지만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며 굳게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같이 정리해고 당하고도 묵묵히 함께 투쟁하는 동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메어옵니다.

그러나 동지 여러분!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얻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세상 돌아가는 물정 하나도 모르던 저희들이 세상살이에서 정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목에 거미줄을 치는 한이 있어도,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심과, 명예와 소신을 위해서는 자신과는 물론 그것을 헤치는 모든 것들과 처절히 싸워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과한 권력과 과한 돈을 가진 자의 오만함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것과 맞서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의 뜨거운 가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온 몸으로 앞장서서 싸워나가는 노동조합 간부들, 정작 직원들 식사를 못해주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음에도 진심으로 우리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직원들, 집회 때마다 열일을 저치고 달려와 주시는 지역 동지들,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 선전전과 1인 시위를 내일처럼 해주시는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동지들, 우리의 든든한 조직인 보건의료노조 전국의 동지들. 동지들이 함께 하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실천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투쟁의 승리는 곧 함께 투쟁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자가 진정한 사랑을 실천할 줄 모른다면
권력을 가진 자가 겸손할 줄 모른다면
우리의 투쟁으로 세상의 정의를 실현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연대로 인간의 사랑을 꽃피워 보겠습니다.
우리의 승리로 사회의 변혁을 일구어 내겠습니다.
투쟁!
감사합니다.
[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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