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고 고용보험 적용 국무회의 의결

“적용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독소조항

갈수록 위기인데…‘단계적 시행’ 고집도 문제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고 노동자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일하는 전국민이 고용보험을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독소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주 등으로부터 대가를 계약을 체결한 특고(노무제공자)를 고용보험에 당연적용하되, 구체적인 적용대상 특고 직종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했다”는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언론은 일제히 특고가 고용보험 당연적용을 받는다며 전국민고용보험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령에 따라 특고 직종을 구분하고, 적용을 다르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 이정훈 정책국장은 “특고 고용보험 적용은 결국 대통령령으로 결국 제한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 대책을 지적했다. 이 국장은 “2018년 특고 고용보험 적용 관련 국무회의 의결할 때와 내용이 거의 같다. 정부는 직종 14개에 대해서만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노동계는 보편 적용을 원칙으로 적용 대상 직종을 더 넓히라고 주장해 왔다. 앞으로 대통령령 논의에서 직종을 따질 텐데 이것이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간병인이나 방과 후 강사 등 현재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직종도 고용보험에 포함될지 미지수다. 사업주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이들 직종은 프리랜서 개념에 속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프리랜서 직종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아울러 향후 논의 과정에서 소득 기준에 따라 적용을 제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 업체에서 월 소득 70만 원 미만의 특고 노동자는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여러 업체에서 받은 소득이 총 70만 원이 넘을 때도 보험 적용에서 배제되는 일이 발생한다. 합산 소득에 따라 더 많은 특고 노동자가 고용보험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은 9월 9일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상공인·특고·임차인·한계채무자·시민사회단체 5대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은 9월 9일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상공인·특고·임차인·한계채무자·시민사회단체 5대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전국민고용보험 ‘단계적 시행’ 고집하는 정부…“이해 불가, 전면 적용으로 가야”

정부는 특고 고용보험 적용 대책과 함께 “일하는 전국민이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마련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연말이라는 시간을 두며 전국민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노총과 특고 노동자들은 전국민고용보험 전면 시행을 코로나19 초기였던 5월부터 줄곧 주장해 왔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성종 대외협력실장은 9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열린 ‘특고, 중소상인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특고 노동자가 처한 어려움을 전하며 전국민고용보험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말을 목표로 고용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면, 당장 고용 위기에 직면한 특고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란 이유다.

이 실장은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기다리게 되는 취약 노동계층은 고통의 시간만 보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을 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지 모르겠다. 전면 시행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재검토할 것을 당부한다”며 “나아가 특고에게 고용안전망이 특히 중요하지만, 사회안전망도 시급히 갖춰져야 한다. 기본적 고용, 4대 보험 등 사회복지 안전망 구축으로 전 국민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영세자영업자도 위기…“영세활성화 대책 전무”

특고 노동자만 취약한 처지에 놓인 게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세자영업자들도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영세활성화 정부 대책이 전무하다”며 “지난 8일 발표된 대책 중 통신비 인하가 가장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통신비를 인하한 적 없다. 오히려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PC방, 식당 등은 문을 닫은 상태에서 60만 원에 달하는 인터넷 비용을 내고 있다. 지금 정부가 통신비를 지원할 게 아니라 거대 통신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처장은 매출 감소를 기준으로 한 지원 방식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2019년 소득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매출 정보는 정확히 집계하기 힘들다. 8, 9월 매출 감소를 집계하면 엉성한 부분이 생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매장 이용 불가 시기인) 지난 1주일 사이 매출이 80% 급락했다. 프랜차이즈 업종 특성을 망각한 선별기준으로 형평성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대상으로 임대료 세액 공제, 부가가치세 감면 등 즉각적으로 효과가 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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