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엔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않고 폐업

노동자 30명 고용 승계 투쟁…사측 폭력으로 다수 부상

노동부, 서진이엔지 대상 불법파견 조사 나서

2020년 9월11일 현대중공업 산업보안팀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을 폭행하는 장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의 일방적 폐업 통보에 맞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서진이엔지는 지난 7월 24일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폐업과 해고 예고를 통보했다. 폐업 및 해고 일자는 8월 24일이었다. 지금 서진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을 위한 ‘위장 폐업’이라고 맞서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폐업을 선언한 서진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서진을 제외한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2개 업체(현주기업, 인우테크)는 폐업이나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 서진이 ‘위장 폐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은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로 모이자 탄압을 시작했다. 서진 노동자 30여 명은 지난해 8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면서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노조는 서진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서진은 해태로 일관했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노조는 3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다.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이때부터 서진은 물량을 사외로 빼거나 정규직에 넘기는 인소싱 과정을 거쳤다. 동시에 휴업수당을 무급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노조는 서진에 고용유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서진은 8월 폐업을 기습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면서 서진은 이미 100% 이상 확보된 8월 물량도 밖으로 빼냈다. 일거리가 남아있는데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노조는 서진의 폐업을 위장폐업으로 규정하고 7월 27일 울산고용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했다.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7월 30일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8월 21일부터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서진은 이런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력적으로 탄압했다. 서진이 예고한 폐업일인 8월 24일 서진 경비대는 폭력을 써 조합원 1명이 목과 허리를 다쳐 응급실로 후송됐다. 지난 11일에도 사측의 집단폭력으로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서진은 불법파견 문제도 안고 있다. 서진 노동자들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폐업 전 고용노동부에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부는 8월 25일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조사를 진행했다. 추석 이후 불법파견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노조는 사측이 불법파견 증거인 표준작업서를 인멸하려 한다며 증거인멸 저지 투쟁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현재 서진은 폐업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9월 14일까지 주겠다고 약속한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성호 사내하청지회장은 <노동과세계> 통화에서 “서진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단결하고 투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현대중공업지부와 지역의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해야 한다. 울산의 하청 노동자만 2만 명이다. 노동자들은 서진 투쟁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어떻게 나서느냐가 중요하다. 노조는 직접고용 요구를 걸고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