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연대 학생 인권 실태 조사 결과 발표…가장 급한 변화는 ‘학업 부담 감소

▲ 28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코로나 19 속 학생의 인권, 안녕한가요?'를 주제로 진행한 학생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박근희
▲ 28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코로나 19 속 학생의 인권, 안녕한가요?'를 주제로 진행한 학생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박근희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정부‧학교는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보다 시험과 성적에 더 관심이 많다’고 봤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가 ‘코로나19 속 학생의 인권, 안녕한가요?’를 주제로 진행한 조사에서 ‘정부‧학교는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보다 시험과 성적에 더 관심이 많다’는 문장의 공감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8.5%가 ‘매우 그렇다’, 31.9%는 ‘조금 그렇다’라며 80.4%가 공감을 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학교는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문장에는 27.6%가 부정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에서 가장 시급한 변화’는 학업 부담 감소였다. ‘수업 시간과 학업 부담을 줄이고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에 31.4%가 표를 던진 것. 학생들의 참여와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27.5%, 24.7%로 높았다. 원격‧온라인 수업 확대는 11.6%,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4.8%로 나타났다.

▲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0.4%가 정부‧학교는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보다 시험과 성적에 더 관심이 많다’는 문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박근희
▲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0.4%가 정부‧학교는 학생의 안전이나 배움보다 시험과 성적에 더 관심이 많다’는 문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박근희

온라인 수업에 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문제점이나 불편을 고르게 한 조사에서는 ‘과제와 수행평가의 부담이 더 커졌다’를 택한 응답자는 절반을 훌쩍 넘은 61.1%였다. ‘온라인이라서 더 피곤하고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자도 56.3%였고 ‘집안 모습 등이 보여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는 응답자도 32.1%에 이르렀다. 27.7%는 ‘기기나 인터넷 문제, 개인 공간 부족 문제로 참여가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빠듯해진 일정, 원활하지 못한 교사와의 소통 등을 어려움으로 호소한 가운데 “(코로나19로)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개인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부유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성적을 유지‧향상하는데 수월해졌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의지하던 공교육조차 제대로 안 돼 학벌과 성적의 격차가 너무 커져 버렸다.”라고 답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 온라인 수업의 긍정점을 물은 결과, 수면-휴식시간이 증가해 좋다는 의견이 60.7%로 나타났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 온라인 수업의 긍정점을 물은 결과, 수면-휴식시간이 증가해 좋다는 의견이 60.7%로 나타났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반대로 온라인 수업의 긍정 부분도 조사됐다. 60.7%의 높은 응답률로 선택된 항목은 ‘아침 수면시간, 휴식시간 등이 늘어났다’였다. 뒤를 이어 ‘수업 참여를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었다’는 응답은 46.1%, ‘교문지도 등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 않고 더 자유로워졌다’고 답한 응답자도 35.7%를 차지했다. ‘인간관계(교사 또는 학생) 등에서 스트레스가 덜했다’고 답한 응답률은 34.9%로 나타났다.

관련해 제정연대는 “이러한 결과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전의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이 수면과 휴식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수업 참여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음이 온라인 장점으로 꼽혔는데 이는 교육부가 실시간 수업을 온라인 수업 질 제고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속 학교 문화는 어떠할까. ‘학교에서 기존의 규칙 등을 고집해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편한 경험’을 꼽는 조사에서는 ‘접촉을 피하라고 하면서 핸드폰, 소지품 등을 걷어갔다 돌려준다’는 경험이 39.7%로 가장 많았다. ‘두발‧복장 단속으로 거리두기가 안 된 등교 시간’을 경험한 학생은 13.4%였고 ‘의심 증상이 있거나 아픈데도, 조퇴를 잘 시켜주지 않거나 결석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경험을 한 응답자도 13.4%였다. ‘탈의실을 못 쓰는데 체육복 등하교 등 금지’당한 경험은 13.0%, ‘밀집도를 낮춰야 한다면서, 방과 후 학교, 야간자율학습 등을 강제한다’는 경험도 10.8%였다.

▲ 방역 조치로 인한 학생 인권 침해로는 쉬는 시간-식가 시간 단축이 가장 많이 꼽혔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 방역 조치로 인한 학생 인권 침해로는 쉬는 시간-식가 시간 단축이 가장 많이 꼽혔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방역을 위해 이뤄지는 조치로 인한 어려움을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23.4%가 ‘쉬는 시간, 식사 시간을 주지 않거나 너무 짧게 준다’고 답했다. ‘화장실을 너무 멀리 가야 하거나 급하게 다녀와야 한다’도 응답자도 13.2%였다. 한 응답자는 “화장실에 여러 명이 들어가거나 같이 마스크를 벗고 화장을 하는 등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 화장실 앞에 선생님이 서 계시며 한 명씩만 들여보내 주셨다. 줄이 길면 5분뿐인 쉬는 시간이 끝나 화장실에 가지 못하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아무리 멀더라도 화장실 앞에 선생님이 서 계시면 눈치가 보인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려움을 사례로 내놓았다.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학사 운영에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51.7%가 등교나 수업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시험, 학사 일정 변경도 마찬가지로 49.5%가 일방적으로 통보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의견 전달, 건의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경험도 34.5%나 있었다.

조이희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은 “80%가 넘는 학생이 정부나 학교가 학생의 안전보다 시험과 성적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과 한 학부모로서 참으로 가슴 아픈 결과다. 더 놀라운 건 수업 참여가 어렵고 여러 격차가 벌어짐을 실감하면서도 11%가 온라인 수업 확대를 바라며 학교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학교가 얼마나 잔혹한 공간인지, 그 공간 속에서 학생 인권은 대학입시에 밀려 찾아보기 힘듦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라며 결과가 보여준 현실을 꼬집었다.  

9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온라인을 통한 익명성 자기 기입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전국에서 중학생 240명, 고등학생 261명으로 모두 50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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