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 건설현장 일요휴무 정착 및 사회연대를 위한 김장 나눔

지난 11월 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건설노동자들은 노느매기 협동조합과 함께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해 '건설현장 일요휴무 정착'을 요구하며 김장을 나누는 사회연대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11월 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건설노동자들은 노느매기 협동조합과 함께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해 '건설현장 일요휴무 정착'을 요구하며 김장을 나누는 사회연대 활동을 진행했다.

 

“일요일은 쉬는 겁니다. 우리도 이제 일요일엔 쉬어보자는 투쟁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요일에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하자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

 

“천대와 괄시의 대명사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을 고민하는 시기에 와 있습니다.”
-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

 

“집에서도 않는 김장을 불우한 이웃 돕겠다고 왔습니다. 맛있게 담아서 이웃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 김남수 건설노조 서울전기지부장

 

“김장하는 법 잘 배워서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에게 예쁨 받고 싶습니다.”
- 김산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20대 청춘목수

 

11월 8일 일요일 오후 2시, 건설노동자들이 망치를 휘두르던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웠다. 안전벨트 대신 앞치마를 둘렀다. 척박한 건설현장이나 큰 소리 낼 광장이 아닌 식당에서, 생소한 복장으로 배추 앞에 모여서인지 다들 멋쩍게 웃어보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영철)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건설현장 일요휴무 정착을 요구하며 김장을 나누는 사회연대 활동을 벌였다.

 

배추 속 꽉 채울수록 마음도 한껏 채워간다
김장을 하러 모인 사람들은 건설노조 조합원들과 노느매기 협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노느매기 협동조합은 IMF 시절 길거리로 내몰렸던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창립됐다. 조합원들은 대다수 1인 남성 주거 취약계층이다. 배추에 속을 넣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협동조합 조합원 중엔 인테리어 목수도 있었다. “건설사가 건설노동자가 일한 날수 만큼 퇴직공제부금을 적립해야 해요. 1666-1122로 전화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현장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노느매기 협동조합이나 영등포산업선교회 관련 생협 이야기도 꽃피웠다.
“생협에서 만든 비누는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써본 사람은 없다는 그런 비누입니다.”
대다수 50대 남성인 터라 어색한 다소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연대의 정을 나누며 배추 속을 꽉 채울수록, 마음도 한껏 채워갔다.

 

 

“건설노동자도 일요일엔 쉬고 싶다”
건설노조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이제는 우리도 일요일엔 쉬자’며 김장 나눔을 진행했다. 건설노조는 전태일 열사가 1969년 동료 노동자들과 바보회를 결성해 제작, 배포했던 설문을 2020년 건설현장 조합원 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 결과, 28.6%의 노동자들이 일요일에 일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공휴일 역시 34.8%의 노동자들이 일을 했다. 쉬는 날 일하는 이유로 생계를 위해 돈을 더 벌기 위해서(64.3%)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여타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처럼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장시간 중노동 때문에 만성 피로(63.2%), 근골격계 질환(42.9%)에 시달린다고 있다. 또한 피곤해서 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38.3%) 할 시간, 돈이 없어(26.1%) 취미생활은 할 수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하루 8시간 노동 하지만...
7만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하루 8시간 노동(58.4%)을 하고 있고,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쓰고(70.9%)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이후 달라졌다(91%)고 답하고 있다. 임금(69.9%), 유급휴일 등 휴일 보장(56.6%), ‘어이, 김씨, 이씨’ 등 건설사측의 막말 자제로 대변되는 노동 존중(55.3%), 노동시간 단축(55.1%) 등을 꼽고 있다. 건설노조는 임단협과 각종 법제도 개선 정착을 요구해 왔고, 실제 조합원들은 건설현장에서 개선된 처우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0만에 달하는 대다수의 비조합원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13~14시간 휴일도 없이 근로기준법은커녕 천형 같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일요휴무, 연대의 정으로 사회인식 개선으로 정착될 것”
영등포산업선교회는 건설노동자들이 첫 노동조합을 결성했던 1988년 서울건설일용노동조합 시절부터 노동자들과 함께 해 왔다. 김장을 하면서 서로 맺어온 깊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더랬다. 노가다라는 천대와 멸시 속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수많은 연대의 정으로 성장해 왔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가운데, 여전히 건설노동자들은 일요일엔 쉬고 싶다고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큰 흐름 속에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사랑의 집 짓기’ 해보면 좋겠습니다.” 강한수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김장을 시작한 나눔을 더 크게 해보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연대로 성장한 조직, 연대의 정으로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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