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 조사 발표…근기법 적용 못 받는 청소년 노동인권 사각지대

‘2020 아동인권 보고대회’에서 발표된 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일한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훌쩍 넘긴 62.5%로 나타났다. 청소년 취업 금지 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93.6%가 업소에서 신분증과 구두로 나이를 확인했음에도 고용했다고 답했다. 더불어 청소년이 일하는 곳은 근로기준법(근기법)을 적용받지 않는 4인 미만 사업장이 39.9%로 가장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연 ‘2020 아동인권 보고대회’ 둘째 날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이 처음 일을 시작한 시기는 노동법에 따라 부모의 동의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만 15세 이상~18세 미만이 54.8%로 가장 많았다. 취직인허증이 필요한 만 15세 미만일 때 일을 시작했다는 응답자도 13%나 됐다.

▲ 조사 결과, 생활비 혹은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율이 높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 조사 결과, 생활비 혹은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율이 높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일한 이유로는 주거비‧교통비‧식비 등 생활비 마련이 62.5%로 단연 높았다. 다음으로 용돈 마련이 20.9%, 진로‧사회 경험이 7.6%로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경험한 일 중에는 전단지 배포가 41.6%, 최근 하는 일은 음식점 등 서빙이 20.5%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카페, 설문조사, 마트‧택배 배달 등의 일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일터는 근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4인 미만 사업장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39.9%가 1인~4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고다. 뒤를 이어 5인~9인이 27.2%, 10인~49인 사업장은 9.1%, 50인 이상은 6.5%였다.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17.3%에 달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년이 가장 많음에도 근기법이 5인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연장‧휴일‧야간근무 시 가산수당, 해고의 제한, 주 12시간 연장근로 제한, 연차휴가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연구진과 함께 조사를 이끈 장명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는 “청소년의 노동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부분이 과연 얼마일까. 권리보장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특히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 높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특히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 높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상황이 이렇다보니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응답도 45.1%로 높았다. 4대 보험 가입 여부도 마찬가지. 모른다는 응답이 41.4%로 가장 많았고 미가입도 34.8%였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응답자 중 43.3%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흥업소, 사행게임 업소 등 청소년 취업 금지 업소에서 일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여성 청소년은 8.0%, 남성 청소년은 17.3%로 집계됐다. 이들 중 나이를 구도로 확인한 경우는 36.5%, 신분증으로 확인한 경우는 57.1%였으나 모두 미성년자인지 알면서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 등을 경험한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는 ‘야, 너 등의 호칭과 반말, 무시’가 41.8%로 가장 많았고 ‘욕설, 폭언, 막말 등 경험’이 28.3%, ‘성적 수치심,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말과 행동’은 11.4%에 달했다. ‘원하지 않는 사적 만남’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7.6%나 됐다. 반말‧욕설‧폭언 등을 한 대상은 ‘고객, 민원인’이 가장 많았다.

현장실습 환경은 어떠할까. 현장실습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노후화된 작업시설 등 안전하지 않은 업무 환경’(38.1%), ‘적정 인원 부족 등 과중한 업무 부담’(33.3%), ‘충분한 직무‧안전교육 없이 실무 투입’(28.6%) 등으로 산업재해사고 위험을 느꼈다.  

▲ 부당한 처우에도 청소년들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 부당한 처우에도 청소년들은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하지만 부당한 처우에도 청소년들은 참고 일하거나(38.8%) 친구에게 이야기(16.2%)하거나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것(15.4%)으로 대응했다.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복수응답)는 ‘문제제기 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어서’(63.4%), ‘상대하기 귀찮아서’(52.5%),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32.0%), ‘불이익을 입을까봐’(27.8%) 등이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거나 가족, 교사, 친구 등에 알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도 일을 그만두거나(23%),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일했다’(10.3%)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는 복잡한 상담 절차, 전문가 부재, 낮은 접근성 등을 들었다. 특히 청소년 응답자의 45.5%는 복잡한 절차를 고충으로 꼽았고 직접 고용노동부 등에 출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31.8%로 나타났다. 청소년 상담업무 관계자들은 전문가가 없어 권리구제까지 지원하지 못하는 점을 대응 상담 문제점 1순위로 꼽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가장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는 복수응답에서 ‘근로계약성 작성‧휴가‧주휴수당 등 근로조건 보호와 관련한 노동법 지식’이 필요하다 선택했고(56.7%) ‘일하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36.3%),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 방법’(32.7%)도 교육받기를 원했다.

▲ 부당처우를 대응하는데 복잡한 절차, 번거로움 등을 고충으로 털어놓은 청소년들은 가장 원하는 교육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동법 지식을 택했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 부당처우를 대응하는데 복잡한 절차, 번거로움 등을 고충으로 털어놓은 청소년들은 가장 원하는 교육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동법 지식을 택했다.  © 아동인권 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 교수는 △청소년이 일하는 사업장은 근기법 5인 미만 적용 예외 제외 고민 △일원화된 정부 부처 전담 부서 설치 △ 청소년 노동 관련 단독 법률 제정 논의 △상담자의 전문역량 강화 △노동인권교육의 전문화 등 개선 △좋은 일자리 제공 등을 정책으로 제언했다.

최근 1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만 13세~만24세 청소년과 공공기관, NGO 등 청소년 노동인권 업무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각각 526명과 84명이 참여했고 조사 기간은 8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표본수를 위해 조사는 수도권 거주 청소년이 대상이었고 응답자의 74.74%는 만 14~18세 미성년 청소년이었다.

한편 인권위가 2017년부터 유엔이 정한 세계 아동의 날이 있는 11월에 여는 ‘아동인권 보고대회’는 아동‧청소년 인권의 종합 보고‧토론의 장이다. 올해는 23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코로나19가 아동인권에 미친 영향, 앞으로의 과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논의 등을 모색했다.

▲ 2017년부터 '세계 아동의 날'이 있는 11월에 열리는 아동인권 보고대회.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국가인권위원회
▲ 2017년부터 '세계 아동의 날'이 있는 11월에 열리는 아동인권 보고대회.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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