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경남교육청 공동 농성투쟁 돌입

12월 1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소속 3개 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총파업을 선포했다.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 총파업’이라고 불리고 있다.

11일 경남교육청 앞에는 보름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앞 천막농성 투쟁을 진행 중인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본부천막이 하나 더 세워졌다. 이로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연대회의 3개 노동조합의 대표 천막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됐다. 총파업을 선포하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투쟁역량이 강도 높게 하나로 집중된 것이다. 경남교육청은 사용자인 17개 시도교육청이 모인 ‘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의 교섭대표 교육청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돌봄파업’으로 학교돌봄 지자체 이관의 발판이 될 온종일돌봄특별법 일방 추진을 막아 내고 ‘공적돌봄’의 중요성도 알려낸 연대회의. 그런데 왜 이들은 갈수록 추워지는 이 때 크리스마스이브에마저 길거리에 나와 투쟁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매년 오르는 정규직의 임금인상에 절반 수준의 돈을 내밀며 코로나로 예산이 줄었다며 우리보고 이해해 달라고 주문을 반복 합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올해는 차별해소 격차를 줄이는 통 큰 교섭을 오히려 우리가 주문했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걷어차고 있습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이윤희 본부장)

교육공무직 노동자들과 17개 시도교육청 간 집단교섭은 올해로 4번째다. 산별교섭의 주목할만한 사례라는 말도 있지만, 올해도 시도교육청들은 6월 교섭요구 이후 절차협의만 4개월을 끌었다. 그리고 간신히 열린 10월 본격 교섭부터는 코로나를 핑계로 주구장창 '공무원 본봉 인상률인 0.9% 인상'만 고수하며 효과적인 임금인상 억제에 나서고 있다. 얼핏 들으면 “정규직인 공무원 오른 만큼은 주겠다.”는 소리 같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차별과 격차를 더 확대하겠다는 말을 아닌 것처럼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공무원의 경우 기본급 0.9%가 오르면 연 155만원(9급 10호봉 기준)을 더 받는다. 호봉승급분이 더해지고 명절휴가비 등이 기본급에 연계돼 또 인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에게 0.9% 인상이란, 기본급 1만 7천원, 연 20만4천원이 전부다. 교육공무직은 우리 사회 모두의 필수적인 일(공무)인 학교교육을 함께 수행하는 교육주체이고 같은 교육노동자임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식대, 명절휴가비, 상여금, 맞춤형복지비 등 각종 복리후생성 급여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연유로 “공무원 조상만 조상이고, 비정규직 조상은 조상도 아니냐!”, “공무원만 입이고, 우리는 주둥아리냐!” 하는 구호가 등장한다. 이렇게 복리후생성 급여 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렇잖아도 근속이 쌓일수록 커져가는 공무원과의 임금 격차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 현재 사측의 ‘공식입장’인 것이다.

더 실망스럽고 심각한 건, 비정규직 차별 확대를 공식입장으로 내놓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구성이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무려 14개 교육청이 소위 진보교육감의 교육청이다.

“2기 진보 교육감 시대…더 강해진 혁신교육 열망. <6·13 민심 / 교육감> 전국 17개 지역 중 14곳서 당선, 문 대통령 교육개혁에 힘 실릴 듯.” (2018-06-14 한겨레)

학교 내 교육공무직의 차별문제 해결 방향은 민간기업의 그것과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진보교육감 모두 후보 때 학교 내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별 혹은 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특히나 글자 그대로 복리후생 임금의 차별만큼은 없애겠다고 약속한 교육감도 상당수가 있다. 때문에 학교비정규직의 집단교섭에선 늘 단순한 임금인상 그 자체보다는 차별이라는 쟁점이 두드러지곤 했다. 올해도 교육공무직의 차별해소에 한 발짝이라도 진전하자는 것이 집단교섭의 이유고 전제여야 마땅하다.

또한 진보교육감을 뽑은 시민들은 어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교육인 학교에서 아이들이 차별을 배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고 돈 덜 주는 게 아니라, 노동과 존재의 가치는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평등의 공동체를 세우라고 요구한다. 아이들만 보며 오늘도 고된 노동을 감내하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만큼은 노동의 존엄, 존재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진보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도교육감들은 민주주의와 평등이 우리의 미래를 발전시키리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왜 이렇게 매년 출혈성 교섭을 하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돌봄교실 지자체이관을 둘러싼 노사 간의 대립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잘 생각해보면,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는 현재의 교육공무직 임금과 노동조건은 진보교육감들이 알아서 해준 게 아니라는 소리기도 하다. 매년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지금의 수준이라도 힘겹게 끌어 올린 것이다. 사측은 이번 교섭처럼 언제라도 기회가 있으면 차별을 확대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가 그 기회인 것이다.

“가자!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결국 연대회의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결의했다. 꿈틀하지도 못하고 이대로 사측의 압박에 주저앉을 수 없다는 다짐이다.

사랑과 정의, 평등의 가치를 설파하러 온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은혜로운 세상의 도래를 함께 기원하자는 크리스마스다. 예수는 어딜 먼저 찾아가고, 산타는 누구에게 선물을 줄지, 우리 모두 교육적 관점에서 보자. 예수는 각종 차별과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과 학교를 지키고 돌보는 동시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등한 학교를 건설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노숙 투쟁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허름한 마구간에서 탄생한 예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타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비루한 사측을 뚫고 노동자의 투쟁을 타고 찾아와 학교에 평등을 선물할 것이다. 산타는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만 온다. 아니, 투쟁하는 노동자가 산타를 끌고 온다. 산타 할아버지도 지금 학교를 둘러싸고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정도는 잘 알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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