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플랫폼 종사자 보호 입법 추진’ 계획 담겨

사용자는 책임 면제, 노동자는 노조법 적용 배제

노조법 2조 개정 통한 노동자성 인정은 외면하나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을 비판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을 비판했다. ⓒ 김한주 기자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21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의결한 가운데, 민주노총이 정부 대책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 대책에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가 별도 입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를 노조법 밖으로 묶어두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이 ‘회색지대’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그간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별도 입법이 아닌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광화문 인근에 있는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엔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 웹툰작가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리했다. 당사자들은 정부 대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을 비판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을 비판했다. ⓒ 김한주 기자

먼저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대책을 통한 정부의 목적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조하지 말라는 것, 교섭하지 말라는 것, 주는 대로 받으라는 것”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런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입법을 왜 추진하느냐. 정부는 입법 추진을 당장 철회하라”고 밝혔다.

연대발언에 나선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도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플랫폼 기업을 ‘직업소개소’로, 라이더를 ‘고객’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플랫폼은 배달료와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를 종속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는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하면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책임에서 벗어난다. 일방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리운전 서비스 플랫폼 사용자인) 카카오는 우리 노조 교섭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자기들이 사용자인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또 다른 법안을 만들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배제하려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16만 5천 명에 달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을 일자리위는 우리에게 한 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은 “퀵서비스 사용자는 지휘, 감독 같은 사업주 노릇을 다 하면서 사업주가 아니라고 한다. 퀵서비스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어 업무를 제공한다. 그래서 노조법상 노동자여야 한다. 우리는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으로 먹고사는 노동자다. 일자리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특별법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하신아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 김한주 기자
하신아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 김한주 기자

하신아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역시 “우리는 작가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정당했다. 일해서 먹고살면 노동자고, 노동자의 노동으로 잉여가치를 창출해 가져가면 사용자다. 그런데 왜 우리를 노동자와 구분하느냐. 정부 대책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얻는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의 책임에서 면제된다. 이번 대책은 플랫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는 “특별법은 플랫폼 노동자를 노조법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ILO는 고용형태를 떠나서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했다. 그래서 EU가 패널 심리를 거쳐 한국 정부에 경고한 것이다. 지금 노조법 2조는 노동자 범위를 협소하게 판단해 결사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다.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플랫폼을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특별법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설명했다. 

이영철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의장은 “우리는 15년 전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보호법이 얘기됐을 때부터 투쟁으로 막아왔다. 우리는 보호를 요구한 적 없다.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헌법이 말하는 권리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특고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정치권을 상대로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실제 보호법을 내놓으면 특고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자, 민주노총과 함께 연대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책 발표에 노동자 의견 수렴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8일 일자리위를 찾아가 항의하자 그제야 김용기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나타나 민주노총 입장을 들었을 뿐이다. 이 자리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대책 발표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입법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김한주 기자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김한주 기자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 김한주 기자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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