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산재참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건설노동자 85% "건설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건설노동자 고용안정 보장하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영철, 이하 건설노조)은 4월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필두로 LH, 건설현장 등지에서 공동투쟁 발대식을 개최했다. 총 16 군데에서 발대식을 갖고 있다. 이후 건설노조는 안전한 건설현장, 건설노동자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전국 현장에서 선전전(캠페인)을 갖고, 지역별 각 기관 면담도 전개할 예정이다.

2020년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산재참사가 있었고,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반면, 건설노동자의 85%는 현재 건설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지난 4월 6일부터 4일간 구글독스를 통해 931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다. ‘달라졌다’고 답한 15%의 경우는 ▷안전교육 확대 및 강화 ▷안전통로, 소화기, 추락구간 등 안전시설물 설치 ▷일자사다리 사용 금지 등 단속 ▷안전 중시 분위기 ▷작업전 위험요소 체크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그 한계 역시 짚고 있다. 근본적인 노동안전 환경을 바꾸기보단 이론적인, 보여주기식, 개별적 안전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실제 건설사로부터 공기 단축에 대한 압박, ‘빨리 빨리’ 속도전을 강요받고 있다는 답변은 77%에 달했다. 되레 안전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통제가 심해졌다는 답변이 25%였다. CCTV 등을 통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정도의 감시를 하고, 퇴출 압박이 강해졌다는 게 답변의 이유였다.

각종 통계에서도 건설현장 산재사망은 줄지 않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불법다단계하도급(66%), 안전 관련 예산 및 인력 축소를 가져오는 최저가낙찰제(63%), 빨리빨리 속도전(46%), 신호수 미배치, 안전시설 조치 미비 등 건설사의 안전관리 감독소홀(41%), 노동자의 개인 과실(11%) 등을 근본원인으로 꼽았다. 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정착은 물론 건설현장 특성에 맞게, 발주처나 감리, 원청 등 안전을 책임져야 할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 처벌을 강화하는 건설안전특별법(김교흥 의원 대표발의)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4%로 나타났다.

현장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세금으로 월급받는 이들이 공적인 업무정보를 이용하여 축재한 부동산 투기는 그저 투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건설사들의 불법다단계하도급이라는 관행으로 답습되어 노동자가 고통받고 있다.”며 울분을 통하고 있다. “한평생 집지어도 서울에선 집한칸 장만할 수 없는데,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발주처, 감리, 시행사, 시공사 모두 다 자기 식구들이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도둑을 잡아야 할 이들이 문 열어놓고 도둑을 기다리는 형국”이라는 원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노동안전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긍정적 역할이 설문통계를 통해 집계됐다. 위험작업을 거부해봤다고 답한 건설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기 때문에(56%) 할 수 있었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또한 노동조합은 현장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79%), 단협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시간에 쉬는 등 속도전의 영향을 덜 받고(35%), 현장 활동을 통해 각종 안전시설을 점검하며(33%), 각종 교육과 홍보를 해(31%) 노동안전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이라는 이유로 건설현장에서 고용차별을 겪고 있으며(49%), 그 이유는 임금 및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46%)이기도 했지만, 위험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 거부하거나 항의하기 때문(4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할 실질적 대책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내용이다.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정석이다.

기자회견 현장 증언에 나선 건설노조 고동철 수도권설비사업단장은 “현장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고용관계가 반복되는 건설현장 특성상 업체 관리자와 오야지들의 말 한마디는 법이 되는 상황 속에서 아무리 위험해도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한 반도체현장에선 새벽5시부터 조출로 시작해 아침도 못 먹고 중간 휴게시간도 없이 저녁 7~8시까지 매일같이 일하는 곳에선 안전은 사치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강한수 부위원장(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공기단축이 최고의 미덕인 건설현장에서 사고는 필연적”이라며 “위험을 피해가는 특전사 출신이 아니라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이 발주/설계 단계에서부터 책정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안된 건설안전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노조 3개 분과위원장들은 건설현장 안전 실태를 꼬집고 개선점을 피력했다. 이영철 수석부위원장(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스카이, 크레인, 살수차 등 건설현장을 오가지만 건설기계로 분류돼 있지 않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장비 노동자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보험 적용 확대를 주장했다. 김인호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은 한전, 철도공단 등이 발주하는 사회기반시설인 전기를 다루지만, 위험을 외주화하는 행태를 꼬집었다. 최동주 부위원장(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의 탁상행정으로 소형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 이영철 위원장과 건설산업연맹 장옥기 위원장 역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한편, “건설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일구는 공동투쟁을 만들어가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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