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위한 총파업 투쟁 현수막과 택배노동자가 함께 찍힌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전국택배노조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위한 총파업 투쟁 현수막과 택배노동자가 함께 찍힌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전국택배노조

"택배는 진짜 심각하긴 하지."

점심시간과 겹쳐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한 정동길.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며 지나가는 시민이 한마디 하며 지나간다.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을 맞아, 서비스연맹은 연맹 소속 노동자들의 위험에 노출된 작업 환경과 노동안전 문제를 사진을 활용해서 시민들과 만나는 캠페인을 15일 서울시립미술관 앞 정동길 주변에서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하였다. 

이번 캠페인에는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 마트 배송기사 노동자,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 택배 노동자,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담겨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구호가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었고, 돌아가면서 사진전의 상황들을 설명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가전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작업 중 다친 사진들을 전시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가전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작업 중 다친 사진들을 전시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 이대로 안전한가!

일식집 정수기 설치 작업 중 도마 위에 있는 날카로운 회칼이 손등으로 떨어져 발생한 상해, ▲모터 교환 작업 중 고객 집 바닥 마루 파손 피해를 막기 위해 떨어지는 가위를 손으로 직접 받아, 손가락 신경을 다침, ▲어린이집 공기 청정 벽걸이 설치를 위해 혼자 이동식 사다리 작업 중 추락, ▲정수기 온수탱크 교체 작업 진행 중 연결 실리콘 파손으로 인해 손가락 전체 화상, ▲난공사 중 사다리와 함께 넘어져 다리가 부러짐, ▲사다리 작업 중 추락으로 인해 무릎 연골 파열 찢어진 연골 40% 절제술 이후 입원 및 치료 등 일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할 때는 안전지침에 따라 2인 1조 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회사의 정확한 지침이 없는 문제와 인력 부족, 과 노동, 임금 저하 문제로 과도한 업무배정, 처리 시간 압박,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은 치료비와 용차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해서 쉬지 못하고 깁스를 한채로 일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조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은 치료비와 용차비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해서 쉬지 못하고 깁스를 한채로 일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조

대형 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의 오늘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노동자들만큼이나 노동강도가 급증한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1인당 하루 3~40건의 배송물량이 할당되며 정해진 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달을 해야 한다. 배송 1건은 1개의 상품이 아니라 배송지 1곳이 기준인데 가정집뿐만이 아니라 공장, 학교, 병원 등에서 대량주문을 해도 1건으로 처리된다. 

한 집에서 음료수 23박스를 시켰다. 마트에서 1+1 행사를 하면 종종 나온다. 한 배송지당 물량과 상관없이 이 모든 것이 1건으로 취급된다. ⓒ 마트산업노조
한 집에서 음료수 23박스를 시켰다. 마트에서 1+1 행사를 하면 종종 나온다. 한 배송지당 물량과 상관없이 이 모든 것이 1건으로 취급된다. ⓒ 마트산업노조

명확하게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지만 대형마트가 제시한 배송시간을 맞추려면 하루 10시간은 배송일을 해야 하는데, 별도의 휴식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배송을 끝내고 쉬어야 한다. 그런데 휴게실도 부족하기 때문에 차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주6일 근무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휴식시간도 부족하다.

아파서 쉬려고 해도 자기 대신 일할 용차를 구해서 쉬어야 하는데, 이 용차비가 하루 평균 급여를 넘어서고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아프지 않은 이상 참고 일할 수 밖에 없다.

대형마트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임이 분명하지만, 대형마트는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 중간에 운송사를 두고 운송사가 위수탁계약을 맺는 형식인데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운송사의 갑질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창고형 대형마트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의자도 없고, 있더라도 카트가 지나가야 해서 앉을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 마트산업노조

아직도 제대로 된 의자가 없다? 

2008년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하자는 서비스연맹의 캠페인과 사회적 합의로 대형마트에 의자가 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계산대 등 구조와 맞지 않으면 되려 불편하고, 있어도 눈치 때문에 앉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뿐만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매장에는 제대로 된 의자조차 비치되어 있지 않거나, 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있어 시급한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 코스트코 같은 경우 한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노동환경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신발 속에 꽁꽁 숨긴 판매노동자의 일그러진 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신발 속에 꽁꽁 숨긴 판매노동자의 일그러진 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서서 일하는 판매노동자의 일그러진 발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유명 화장품을 판매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기 때문에 체중이 발에 집중되면서 무지외반증과 같은 족부 질환에 걸리기 십상이다. 수술 외 치료법은 일하는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것뿐이지만, 일터에는 휴식을 위한 의자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발이 점점 휘어지고 굳은살 박인 발로 변하듯, 노동자들의 삶도 멍들어간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라는 집회에서 '주 71시간 노동은 살인이다.' ⓒ전국택배노조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라는 집회에서 '주 71시간 노동은 살인이다.' ⓒ전국택배노조

과로사로 매일이 위태로운 택배 노동자

택배노동자 98.2%가 과로사에 대해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두렵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배달물량을 맞추기 위해 빨리빨리 배송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운전대를 잡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는 택배노동자이다. 택배노동자의 36.7%가 점심을 거르고, 심지어 22%는 차에 앉아 빵이나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상황이며, 폭우와 폭설, 폭염 속에서도 쉼 없는 배송을 계속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하차 작업환경, 배송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여러 위험요소 속에 처해 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며,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택배 종사자가 4~5만 명에 달하고, 이중 고용노동부가 파악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는 고작 1만 8천여 명. 이 중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노동자는 7천여 명에 지나지 않다.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를 포함하면 훨씬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과로로 죽어가고 있는 셈이다. 일거리가 없으면 생계 위협이 되고, 일거리가 많으면 과로사해 죽어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급식실 노동자의 골관절염으로 뼈마디가 붓고 휜 손가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급식실 노동자의 골관절염으로 뼈마디가 붓고 휜 손가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급식실 노동자의 건강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전국 급식실 노동자 3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2019년)에 따르면 응답자의 93.7%가 지난 1년간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김규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지난 1년간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한 응답자의 비율이 93.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농업인이나 제조업종 노동자의 경우보다도 높은 유병율을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였고. 근골격계 질환 중 두드러지게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이 손목과 팔꿈치 부위의 질환인데 이는 반복적으로 팔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과 매우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악화요인이 될 수 있는 위험요인들(중량물 들기, 개수대의 높이 문제로 인한 목굽힘 자세 작업 등)이 작업장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근골격계 질환 유병율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집단급식의 경우 1인당 식수인원은 노동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학교급식의 경우 1인당 평균 식수인원은 145명 정도이나 타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학교급식의 1인당 식수인원은 두배에 달한다. 2019년 1월 국회 김종훈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과학기술원, 국책연구기관, 국립수련원 등 집단급식을 하는 공공기관의 1인당 식수인원 평균이 57.2명인데 비해 초,중,고등학교 급식실의 1인당 식수인원 평균은 145명으로 2~3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김종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다르면 2014년~2018년 7월 31일까지 학교 급식실의 산업재해 발생 형태별 현황에서 전체 산재건수 2,646건 중 화상이 737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산재로 처리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경우에서 튀김요리를 하면서 기름이 튀거나 뜨거운 물이 장화 속으로 들어가는 등 조리과정에서 화상을 입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 배치기준(식수인원) 하향, ▲ 교육지원청별 거점학교 지정하여 대체인력 채용, ▲산재 교육 강화, ▲ 작업환경 개선, ▲닥트(후드) 청소 전문 업체에 용역의뢰 의무화를 통해 안전한 급식실을 만들어야 한다. 

지나가던 시민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서비스연맹
지나가던 시민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서비스연맹
참가자들은 피켓팅을 진행했다. ⓒ서비스연맹
참가자들은 피켓팅을 진행했다. ⓒ서비스연맹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알리는 사진과 실태조사 결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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