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없다’던 삼성, 노조 탄압·방해공작 여전
“삼성 사측, 노사협의회 어용노조로 사용하고 있어”
“이미 서명한 계약서 임금인상률 1.0% 임의로 내렸다”

삼성그룹이 임금교섭 자격을 지닌 노조 대신 교섭 권한 없는 노사협의회와 임금교섭을 꼼수로 강행했다며 민주노총과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이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이 21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 사측이 노조 대신 교섭 자격이 없는 노사협의회(이하 노사협)와 임금을 결정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서비스연맹,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 삼성그룹 조직화 법률지원단이 주최했다.

민주노총과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이 21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그룹-노사협의회 임금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연주 기자
민주노총과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이 21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그룹-노사협의회 임금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연주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노사협과 협의한 임금안을 발표한 뒤, 개별 직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했다. 이는 법률상 노동조합이 가진 임금 단체교섭 자격을 노사협의회에 넘겨준 것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약화·방해한 불법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 이들은 삼성전자 인사과가 지난 13일 (노사협과 협의한 임금안의) 임금인상율을 1.0% 더 인상해서 연봉계약서를 작성해 개별 직원들에게 온라인 서명을 받은 뒤, 이미 서명받은 계약서에서 임금인상율의 숫자만 1.0% 낮춰 바꾼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삼성은 노사협 위원들에게 돈을 대고 운영 규정을 위반하는 등 노사협을 통한 노조 단체교섭 무력화하려는 불법시도가 넘쳐나고 있다”며 “70년 무노조 경영을 세습하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정주교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 없이 삼성 재벌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는 것은 시혜가 아니다. 노동의 댓가를 받기 위한 노조의 교섭은 명백하게 법으로 보장돼있는 것”이라고 기조연설했다. 

서범진 삼성그룹 노동조합 조직화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현재 삼성그룹 노조들은 ‘있지만 없는 존재’ 취급 당하고 있다. 사측이 노조 대신 내세우고 있는 노사협이란, 법률적으로 노조가 없는 곳에서 보조적으로 노조 역할을 하는 기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변호사는 “사측은 노사협을 일종의 어용노조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고등법원에서 형사판결로 입증되기도 했다. 또한 이런 ‘꼼수 협의’로 올린 임금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약속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연승종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연승종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삼성그룹 노조 조합원이 참가해 발언을 이어갔다.

연승종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노조 위원장은 “삼성에스원 노조는 인력충원, 산입범위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내용이 남긴 노측 개선안을 제출하며 임금교섭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도중 사측으로부터 지난 15일 노사협 임금인상 협의안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 위원장은 “이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명백히 노동조합의 교섭을 방해하는 행위다. 노조는 사측에 협의 내용 공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핑계를 대며 공개하지 않았다”며 “가장 투명해야 할 임금협의 과정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 조연주 기자
조장희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 의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1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삼성전자 노조가 4개나 생긴 상태에서도 그동안 사측이 원하는대로 끌려갔던 노사협의회와 임금을 논의했다. 노조를 지속적으로 와해하려는 것”이라며 “경영진 임금은 전년비 240% 올리고, 직원 임금 인상률은 한자리수에 그치는 데에 동의하는 것이 노사협의회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손정훈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3노조) 기획국장은 “삼성전자는 사법체계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평등과 공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꼬집은 뒤 “앞으로도 삼성전자 노조는 노동자 권익을 대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은 삼성지회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삼성웰스토리지회 , 삼성에스원노동조합 ,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1 노조 ),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3 노조 ), 삼성화재애니카지부 , 삼성지회씨에스모터스분회 , 민주노총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 금속노조가 결합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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