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 열려
참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사과 없어
누더기 돼버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해야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했던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났다. 1년 전, 38명의 건설노동자가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물류창고 공사의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강요한, 대형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여느 산재 사고가 그러했듯,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2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다시는 제2, 제3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추모하는 것을 넘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자고 다짐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여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한 해 2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 나가고 있다”며 발언을 시작한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2008년 이천 코리아2000 산재 참사 때도 4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사업주는 고작 벌금 2000만 원만 내고 끝났다”며 산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지만, 그 법안은 누더기였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정하고 발주처, 경영진 등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투쟁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발언에 나섰다. 이용관 이사장은 “온전히 추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터에서 다시는 노동자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참사 8개월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재계와 기업의 반발로 발주처 공기 단축 등 건설 현장 산재의 핵심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다 빠졌다”며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온전히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게 하려면, 다시는 일터에서 가족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발언을 마쳤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이 이어서 투쟁의 결의를 밝히는 발언을 진행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일자리위원회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 법이 되다 보니 건설안전특별법조차도 모든 건설사들이 달려들어 누더기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옥기 위원장은 이어 “건설산업연맹은 이번 1주기 추모 기간을 계기로 다시 한번 투쟁에 나서서, 매년 600명씩 건설노동자들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을 바꿔내겠다”며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했다.

이어 산재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인 김지현 씨가 발언에 나섰다. 김지현 씨는 “한익스프레스가 설계를 변경했고, 이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들었다”며 “한익스프레스 전무는 재판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책임이 없다고 했다.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이 없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지시에 따라 일을 했던 노동자가 책임을 져야 하나”며 한익스프레스 측이 산재 참사에 제대로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한익스프레스 본사 빌딩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추모를 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밝힌 바,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은 오는 4일간 계속될 예정이다. 한익스프레스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 및 건설현장 산재사망 사진전은 덕수궁 정동길과 정부서울청사를 옮겨가며 계속 진행된다. 4월 28일에는 ‘2021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참사 당일인 4월 29일에는 오후 2시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3개 종단 기도회’가, 저녁 6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한익스프레스 산재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는 발언에 나선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는 발언에 나선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온전히 추모를 할 수 없다, 노동자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온전히 추모를 할 수 없다, 노동자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투쟁 발언에 나선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투쟁 발언에 나선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산재 참사 유족 김지현 님이 고인이 된 아버지를 기억하며 "저의 시간은 2020년 4월 29일에 머물러있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산재 참사 유족 김지현 님이 고인이 된 아버지를 기억하며 "저의 시간은 2020년 4월 29일에 머물러있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와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와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서 '산재 참사 1주기 추모 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앞으로의 투쟁을 다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 헌화를 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앞으로의 투쟁을 다짐했다

 

[기자회견문]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참사 1주기 추모 행동을 선포하며

-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 생명안전 사회 건설하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2020년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참사로 38명의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우리가 서있는 이 곳 한익스프레스는 물류창고 신축공사를 불법 다단계 하청으로 도급한 발주처입니다. 한익스프레스는 공기 단축을 위해 폭발 위험이 있는 동시 작업을 강제하고, 결로 현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막아 대형 참사의 원인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한익스프레스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참사 1주기를 맞는 지금, 여전히 건설현장은 다단계 불법 하도급 구조, 안전 관련 예산 및 인력 축소를 가져오는 최저가 낙찰제, 안전시설 조치 미비, 기업 및 경영책임자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익스프레스 참사 이후 민주노총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투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제정된 법에서도 공기 단축과 관련된 발주처 처벌은 빠져 건설현장 안전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임기 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보다 2020년에 30명의 건설노동자가 더 죽었습니다. 정부와 건설 자본은 대체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출근해서 오늘도 무사하게 일하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소박한 희망을 짓밟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산재참사 1주기를 맞아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38명의 산재사망 노동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을 넘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를 다짐하는 추모 행동을 결의합니다. 4월 29일 오후 1시 반 각자의 자리에서 잠시 일을 멈추고 38명의 산재사망 노동자를 함께 추모하는 행동을 가집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추모 행동 기간 내내 공기단축 발주처 처벌을 포함하여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다시는 제2, 제3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2021년 4월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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