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토론회 ‘일터의 성소수자들, 노동권을 말하다’
“노조는 ‘진보의 장’··· 실질적 평등 일터 만들 수 있어”

노동조합은 왜 성소수자의 평등을 위해야 할까. 성소수자가 있는 노동조합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이 주관하고 서울노동권인센터가 주최하는 성소수자 노동권 연속토론회의 첫 막이 13일 오후 전태일기념관 2층에서 올랐다.

이번 토론회에는 곽이경 민주노총 미전략전략조직실 국장, 이민진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조직부장,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소유 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활동가가 ‘행성인의 성소수자 노동권 활동과 앞으로의 과제’를 기조발제 했고, 오소리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 조연주 기자
ⓒ 조연주 기자

소유 활동가는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가 성소수자 노동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개별 노동자들이 자신의 차별과 혐오에 맞서기보다 집단행동이 가능하고, 보다 큰 목소리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노동조합을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동시에 비장애인 남성 중심적인 노동조합의 현실적 한계도 지적됐다. 소유 활동가는 “2013년 LGBTI커뮤니티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성소수자들이 노동조합을 성소수자에 비우호적인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는 기업에 대한 인식(74.1%)에 비하면 낮은 편에 속하지만, 그만큼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이를테면 이성애자 남성 비장애인이 대부분이라는 인식이나, 남성성이 강한 운동권 문화의 통념 속에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단체라는 인식이 낮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유 활동가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행성인은 여성노동자 운동사 교육, 알바현장 내 성소수자 노동권 현황과 운동방향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진행하며 노동진영과의 연대활동을 높여갔다”며 “그 결과, 민주노총은 2016년부터 공식 참가단 형태로 매년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됐고,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공공운수노조는 처우규칙으로 동성혼을 포함한 사실혼에 대해 가족수당과 경조휴가를 보장하는 성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소유 활동가는 노조의 장기적 과제로 “노조는 성소수자와의 연대체인 동시에 성소수자 노동자성을 강조하고 성소수자 노동자를 조직함으로써 보다 발언권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현재 노조들은 간부들을 중심으로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조합원을 포함한 노조 전반이 성소수자 친화적 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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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진보의 장’··· 실질적 평등 일터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드러난’ 성소수자 조합원·활동가 목소리 필요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소수자들 패널들이 참석해 실제 사례들을 공유했다. 패널 토론에서 특히 논의됐던 점은 노조 내부의 성소수자 활동가 또는 조합원의 필요성 그리고 성소수자 앨라이(연대자)들의 역할이었다. 

이민진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조직부장(활동명 엔진)은 자신을 예시로 들며 “작은 변화가 큰 변화가 새로운 변화가 되면서 공공운수노조내 성소수자 인권은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에는 ‘드러난’ 성소수자의 존재가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이 조직부장은 “공공운수노조 모범단협안에는 ‘대한민국 법률에도 없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들어가있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사업장단협에서 이 내용이 포함된 경우는 많이 없었지만, 선언적 명시만으로도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믿음이 올라가는 효과를 갖는다는 게 이 조직부장의 설명이다.

또, 이 조직부장은 조합원의 의견으로 공공운수노조 조직관리 시스템 성별 기입란에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기타성별을 표기하게 된 과정과, 선전실 담당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있었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안전한 공동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경험도 공유했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110만 명으로 늘며 제1노총이 되는 동안, 구성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 대거 늘고 여성조합원이 많아지며, 노조는 이미 다양성 속에서 서로의 권리가 충돌하거나 갈등하는 문제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곽 국장은 “차별받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이 갈등을 노조 내부의 논의를 끌어와 변화를 추동하지 않는 이상, 노조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노조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 질문에 곽 국장은 성평등 관점을 갖고 활동하는 간부가 더 많아져야 하며, 더 많은 노동조합 대표자가 성소수자 또는 성소수자 지지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노동조합은 실질적인 변화를 요청하고, 자치 규범을 통해 실천으로 옮겨 적용해볼 수 있는 진보의 장이라는 점을 곽 국장은 근거로 댔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안으로는 언론노조의 ’미디어 젠더 균형가이드‘ 등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 각 사업장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게 하고, 성소수자 단체와 실질적 연대를 통해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점 등이 논의됐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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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우선 금속노조는 성소수자의 노동권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뗐다. 현재 금속노조에는 커밍아웃한 활동가가 한 명도 없다. 

금속노조는 현재 모범단협안 개정을 논의중이다. ‘양성평등과 모성보호’장을 ‘여성노동권’장으로 바꾸고 ‘인권’ 장을 신설한다는게 권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신설된 ‘인권’장 첫 항에는 ‘모든 노동자는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평온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할 예정이다. ‘평등한 작업장’을 넘어 ‘평온한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내가 나의 정체성을 말하지 않는게 안전하다고, 우리의 목표는 성소수자라고 드러내 말하고 행동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이 개정의 목표라고 말했다. 모범단협안 개정에는 돌봄. 경조사휴가, 가족돌봄휴직, 휴가등을 보장받는 복지 대상을 ‘가족’에서 ‘동거인’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이밖에도 권 부위원장은 금속노조 여성 조합원 비율은 6%이라며, 최근 ‘굉장히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의 여성사업 대부분은 반성폭력 교육으로 이뤄졌었는데, 이제는 반성폭력을 비롯한 성평등한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20년간 진행됐던 반성폭력 교육이 최근 들어 교육 요청이 늘어난 점과, 교육으로 인한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의 제소가 많아진 점을 성과로 들었다.

권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금속노조 이뤄낸 성과는 부끄럽지만 여기까지였고, 여기서부터 다시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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