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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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작품을 포함한 일본 시인의 저항시집이 국내 첫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1935년 일본 도진샤에서 출간됐으나 발매금지 처분을 당한 시집 〈참을성 강한 자에게〉에 수록된 시와 마쓰다의 해방 전 시편을 묶어 번역한 것이다. 작가가 쓴 조선 관련 시편을 책 뒤에 배치해 〈조선 처녀의 춤〉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의 조선상이 가장 잘 드러난 시가 ‘조선 처녀의 춤’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된 ‘조선 처녀의 춤’은 마쓰다가 1954년 도쿄의 (생활)보호자대회에서 목격한 조선 처녀의 춤에서 감상을 받아 쓴 시다. 책을 번역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조선을 우호적으로 본 마쓰다 도키코의 시선이 느껴지거니와 조선 처녀의 춤을 감상하며 감동하는 표현이 압권”이라며 “시인은 춤의 아름다움 속에 조선분단에 대한 안타까움과 일본을 향한 우려의 마음을 동시에 새겨넣었다”라고 해설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찍이 재일문예평론가 변재수 씨는 “이 시는 경쾌한 리듬과 함께 조선, 일본의 진정한 우호 친선의 정치 넘치는 절창”이라며 “‘가장 밑바닥의 풀뿌리’ 교류가 조선과 일본의 두 민족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인은 조선 무용의 아름다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다 도키코는 1905년 일본 아키타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교원을 하던 문학활동과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1926년 도쿄로 상경, 1928년에는 노동운동가인 남편과 3.15 대탄압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1930년 전후 재일조선인과의 교류 체험에 근거해 조선 관련 에세이와 르포, 단편소설 등을 연이어 집필했다.

특히 마쓰다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하나오카(花岡) 광산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 11명과 일본인 노동자 11명이 함몰사고로 생매장당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하나오카 사건 회견문’을 펴내는 등 강제징용 피해 실태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조선 처녀의 춤〉, 마쓰다 도키코 지음, 김정훈 번역, 범우사 펴냄, 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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