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으로 공식업무 늘지만, 52시간 제한없어
근기법 적용으로 임금상승 시 ‘대량해고’ 과제로 남아
민주노총, “‘임계장, 고다자’ 이제 그만”···조직화 선언

공동주택법에 명시된 경비노동자의 업무범위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경비노동자의 정의가 충돌하게 돼, 경비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더욱 열악해지고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경비노동자의 법적인 업무범위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확대될 예정이나, 경비노동자는 여전히 ‘감시노동자(간헐적 노동자)’로 분류돼 52시간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노동조건이 지금보다 더욱 열악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경비노동자 이만수열사 추모사업회가 10일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이들 참가자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 경비노동자의 업무범위를 기존(방범·순찰)업무 이외에 주차·택배관리·외곽청소 등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개정하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 이상태로 시행령이 개정된다면 경비노동자들의 공식 업무가 대폭 증가함에도 감시단속직 노동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경비노동자의 처우와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며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경비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를 조직하고자 한다”라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지지하는 발언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경비노동자의 처우와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며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경비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를 조직하고자 한다”라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지지하는 발언했다. ⓒ 송승현 기자

감시단속노동자(근로자)란, 경비원, 수위, 물품 감시원 등 감시 업무를 하는 노동자와 보일러 기사 등 간헐적·단속적으로 근무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는 경우’.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감시단속노동자가 되면, 근로기준법 ‘52시간제한’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 경비노동자의 업무를 살펴보면, 노동 시간과 노동업무는 ‘감시단속노동자’의 요건과는 거리가 있다. 공동주택법이 명시한 경비노동자의 ‘노동범위’와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경비노동자의 정의가 충돌하는 대목이다.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합원은 회견에서 “우리 경비노동자들은 순찰 뿐 아니라 우편물 하달, 입주자대표회의 자료 관리, 각종 민원, 청소, 택배관리, 잡초제거, 쓰레기관리 이외에도 셀 수 없는 업무들로 하루종일 쉬지 못한다”며 “우리는 갑도 을도 아닌 ‘정’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일하고 있는 경비노동자들이 더 힘들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들을 감시단속직 업무에서 배제할 생각이 없었다. 두 법률의 충돌에 따라 입주민과의 갈등 등, 법적 소송이 난무하는 사회적 혼란이 생길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들은 경비노동자가 ‘감시단속노동자’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경비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되면 1인당 70~80만 원의 인건비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금 상승으로 인한 경비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참가자는 “이미 충분히 예상되는 사회적 분란을 막기 위해 공론화를 해야한다.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공동주택법 시행령 개정 전 설명회, 대시민 캠페인, 기자회견, 집회 등을 열어 해당 문제들을 공론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1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선언했다. ⓒ 송승현 기자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1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를 선언했다. ⓒ 송승현 기자

 “‘임계장’,‘고다자’ 없애자” ··· 아파트 경비 조직화 선언

이들은 이와 아울러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조 결성(조직화)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지금, 이를 관리하는 경비원에 대한 고용안전과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지역을 비롯한 17개시도 226개 지방자치단체의 30만 아파트경비노동자 대상 조직화로, 경비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사회의 주체로서 당당히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파트 노동자들은 그동안 휴게 시간이라는 미명 하에 대기하며 장시간노동을 감내해왔다. 또한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해왔다.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인 노조 결성을 통해서, 아파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전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지금까지 경비노동자의 다른 이름은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고다자(고르기쉽고 다루기쉽고 자르기쉽다)’였다. 경비노동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진 곳도 있지만 변죽만 울리고 있을 뿐,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며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위원장은 “먼저 지금까지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문제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며 “이는 경비원-입주자주택관리사 뿐 아니라 지자체와 기초단체의 관리당국도 함께 해야 할 문제다”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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