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故 이선호 님 장례식, 시민사회장 엄수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이 사회와 세상에 남긴 숙제… 잘못된 법령 고치는 초석이 된 자부심으로 살겠다.”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故 이선호 님 장례식이 치러졌다.

‘故 이선호 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미뤘던 장례를 이날 오전 시민사회장으로 치렀다. 59일만에 아들을 떠나 보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은 연신 눈물만 훔쳤다.

고인은 지난 4월 22일 오후 평택항 내 FR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아래 깔려 숨졌다. 당시 고인은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이뤄진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모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됐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고인의 장례를 미뤄왔다가 지난 16일 사측과 상호협약을 맺고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대책위는 “해수부 직무유기, 동반TS안전점검 부실, 불법근로공급 계약문제, 5대 항만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대책 문제 등이 남아있다”라며 “이는 향후 국정조사 및 고소, 고발 등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추도사로 고인을 추모하며 “이선호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길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라 다짐한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슬픔이 계속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추도사로 고인을 추모하며 “이선호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길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라 다짐한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슬픔이 계속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장례식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재해로 희생된 노동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말 잔인한 이야기다. 나머지 절반은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모든 노동자의 목숨을소중히 여겨야 한다. 우리는 단 한 명의 희생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선호 님을 잃고 나서야 항만노동자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조금 더 빨리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았더라면 지금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애도하며 “이선호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길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라 다짐한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슬픔이 계속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이제는 이선호 님이 차별도 착취도 재해도 없는 편안한 세상에서 편안하길 기원한다. 명복을 빈다”라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59일 동안 고인의 빈소를 지켰던 친구들이 장례식장 무대에 올라 친구를 보내는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 송승현 기자
59일 동안 고인의 빈소를 지켰던 친구들이 장례식장 무대에 올라 친구를 보내는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동반 고인의 친구들이 나서 빈소를 지켰다. 이들은 추모사로 친구의 마지막길에 안녕을 고했다.

이들은 “추위를 싫어하던 선호를 차가운 안치실에 머물게 해 정말 미안하다. 이제는 선호가 행복하고 좋은 꿈만 기다리면 좋겠다”라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없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아버지 이재훈 씨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큰절을 올린 뒤 “제 아이는 비록 23년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다”라며 “마냥 슬퍼하기 보다는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유족을 대표해 아버지 이재훈 씨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큰절을 올린 뒤 “제 아이는 비록 23년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다”라며 “마냥 슬퍼하기 보다는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 송승현 기자

아버지 이재훈 씨는 울먹이며 고인에게 추모사를 전한 친구들을 일일이 안았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울음을 멈추지 못한 이 씨는 장례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붙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처벌에 꼭 힘을 실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장혜영 의원과 김재연 진보당 대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유족을 대표해 참석자에게 큰절로 감사를 전한 이 씨는 “이름도 알지 못했던 분들이 마치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고 약해져 가는 마음을 추슬러줬다”라며 “오늘 장례식에 모여주신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 씨는 “제 아이는 비록 23년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다”라며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라고 말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생전 고인이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주)동방 앞에서 노제를 치렀다. ⓒ 송승현 기자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생전 고인이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주)동방 앞에서 노제를 치렀다. ⓒ 송승현 기자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오전 11시경 발인을 한 뒤 생전 고인이 일했던 평택항 (주)동방 앞에서 노제를 치렀다. 

이재훈 씨는 고인이 숨진 작업장을 마주한 펜스를 붙잡고 생전 아들과의 추억을 되살렸다. 이 씨는 “점심을 먹고 나면 늘저기 벤치에 앉아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저 벤치는 그늘이 좋아 여름에도 정말 시원해 자주 찾았던 곳”이라고 말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만나서는 말없이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이 노제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그곳에서 일하다 책임을 당해야 하는 이런 비참한 현실이 없는 그곳에서 안녕하시길 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 송승현 기자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이 노제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그곳에서 일하다 책임을 당해야 하는 이런 비참한 현실이 없는 그곳에서 안녕하시길 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 송승현 기자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은 노제에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 결과가 똑똑히 나오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라며 “더는 원청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형사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게 남은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이재훈 씨에게 “아버님 잘못이 아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주)동방의 잘못이다. (아들을) 편하게 보내주면 좋겠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그곳에서 일하다 책임을 당해야 하는 이런 비참한 현실이 없는 그곳에서 안녕하시길 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천안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경기도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故 이선호 님 장례식이 치러졌다. ⓒ 송승현 기자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故 이선호 님 장례식이 치러졌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장례식에서 추모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장례식에서 추모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추모사를 마치고 내려온 고인의 친구들을 아버지 이재훈 씨가 일일이 안아주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추모사를 마치고 내려온 고인의 친구들을 아버지 이재훈 씨가 일일이 안아주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에 큰절로 감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에 큰절로 감사를 전했다. ⓒ 송승현 기자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故 이선호 님 장례식이 치러졌다. ⓒ 송승현 기자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故 이선호 님 장례식이 치러졌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영정에 헌화를 마치고 오열하는 누나를 아버지 이재훈 씨가 안아주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영정에 헌화를 마치고 오열하는 누나를 아버지 이재훈 씨가 안아주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를 한 뒤 묵념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정명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를 한 뒤 묵념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발인이 진행될 때 아버지 이재훈 씨가 관을 붙들고 오열했다. ⓒ 송승현 기자
고인의 발인이 진행될 때 아버지 이재훈 씨가 관을 붙들고 오열했다. ⓒ 송승현 기자
장례식이 끝난 뒤 오전 11시경 발인이 이뤄졌다. ⓒ 송승현 기자
장례식이 끝난 뒤 오전 11시경 발인이 이뤄졌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아버지 이재훈 씨가 생전 아들과 함께 일했던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아버지 이재훈 씨가 (주)동방에서 함께 일헀던 동료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아버지 이재훈 씨가 (주)동방에서 함께 일헀던 동료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노제가 치러진 평택항 내 (주)동방.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노제가 치러진 평택항 내 (주)동방.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노제가 치러진 평택항 내 (주)동방. ⓒ 송승현 기자
故 이선호 님 노제가 치러진 평택항 내 (주)동방.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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