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식 개최 맞아 규탄 결의대회
“오늘도 노동자는 떨어져 죽었다 ··· 산재처리 지연 근본대책 마련하라”
“본부 된다고 노동자 삶 안바뀌어‘ 발언에 ‘네 그렇습니다’ 비웃은 관계자들

김부겸 국무총리를 기다리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산재처리 지연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 백승호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를 기다리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산재처리 지연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 백승호 기자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컨트롤타워’를 자임한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한 가운데,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본부 앞에 모여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본부 출범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식이 진행되는 세종시 반곡동 고용노동부 별관 앞에서 13일 민주노총 조합원이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노동부에 산재처리가 지연되는 문제를 두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은 결의대회를 지켜보던 행사 관계자들이 민주노총 조합원의 발언을 두고 비아냥대는 일도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오후 3시 노동부 별관에서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식을 진행했다. ‘중대재해 예방과 감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자임하고 나선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지난 1일 시행된 고용부 소속기관 직제 개정에 따라 국 단위가 본부 단위로 확대 개편된 것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안경덕 노동부 장관,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산업안전보건본부로부터 출범식 초청장을 받았다.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뒤로하고 노동부 장관과 국무총리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정부와 노동부는 언론이 관심을 갖는 산업재해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고, 현장의 고통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죽어나는 노동자를 뒤로한 채, 그렇게 당신들만의 잔치를 즐기시라”고 일침을 놨다.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안경덕 노동부 장관과 노동부 관계자들을 향해 “노동자 안전을 위해 새 건물도 짓고 본부로 출범하신다니 기분이 좋으신가보다. 오늘 새벽 다섯시에는 지붕을 고치러 25m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떨어져 죽었다. 지붕을 고치러 25m 높이에 올라갔지만, 추락 방지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겉치장에 신경쓸 시간에 노동안전의 내용을 채우라”며 “노동자는 매일 매일이 초상집이다. 죽음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지는 못할망정, 자기들이 뭘 한 게 있다고 축하하는가. 노동부는 노동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산재처리 지연에 대한 근본 대책을 내놓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제정하라”고 꼬집었다.

결의대회를 진행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을 향해 비아냥을 내뱉은 출범식 관계자들. ⓒ 조연주 기자
결의대회를 진행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을 향해 비아냥을 내뱉은 출범식 관계자들. ⓒ 조연주 기자

한편, 이날 출범식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발언을 듣고 있던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식 관계자들이 이를 두고 비웃은 일도 있었다. 한 조합원이 발언대에서 “본질이 바뀌지 않은 채 노동안전 체계를 국에서 본부로 바꾸고 건물을 옮긴다고 해서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하자, 한 관계자가 “네 그렇습니다”고 비꼬아 대답한 뒤, 그 자리에 있던 네다섯 명의 관계자가 다같이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중대재해 사망을 예방한다’는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 목적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출범식 참석을 위해 입장하는 김부겸 총리를 향해 산업재해 처리지역 근본대책을 수립하고, 제대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제정하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노동부에 ▲2인1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적정인력 보장 명시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예방대책 직접책임 명시 ▲뇌심질환, 직업성 암 등 직업병 전체 적용 ▲화학물질 시민피해 적용물질, 적용대상 예외 없이 전면 적용 ▲광주붕괴, 판교 붕괴 시민피해 적용대상 확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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