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태 조사없이 '물, 그늘, 휴식'만 강조하는 정부의 지침, 실효성 의심할 수 밖에 없어.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2020년에 이어 올 해 2021년에도 폭염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대비를 위한 모니터링사업에 나섰다. 

현장에서 WBGT측정기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현장에서 WBGT측정기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센터는 2020년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실내작업에 대한 보다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점과 건설현장 등 옥외작업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관리기준과 관리방법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도출함에따라 올해 2021년에는 특히 아파트건설현장, 플랜트건설현장, 환경미화, 도로관리, 수도검침, 시설관리등 옥외 노동현장의 폭염실태 및 환경을 집중하여 조사를 진행중이다. 또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화된 지금, 2020년 사업에서 접근하지 못했던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접근과, 고용노동부 및 지자체의 필수노동자 보호지침과의 연계도 함께 고려하여 진행중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현장 교육내용과 관련하여 폭염 및 고온고열 작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내용만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뇌심혈관질환을 비롯한 과로사 위험까지 다루며 예방 및 응급조치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며 결과를 토대로 준비중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WBGT측정기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중인 조사원.
현장에서 WBGT측정기를 이용해 조사를 진행중인 조사원.

이번 조사사업을 수탁받아 진행중인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최진일대표는 "흔히 폭염으로 인한 위험을 열사병, 일사병 등의 온열질환으로 한정하여 생각하고, 정부의 예방수칙 역시 열사병의 기준으로 운영되만 여름철의 고온이 뇌졸중 등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은 열사병 이상의 치명적인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진과 서산일대에 노동현장에는 용광로 옆에서 일하는 제철노동자부터  불볕더위에 용접을 하는 건설노동자, 튀김과 찜을 할 때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학교급식노동자, 종일 밖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과 수도검침원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현장의 온습도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모니터링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바쁜 와중에도 꼼꼼히 수첩에 날씨와 상황을 기록해주었고, 단순한 데이터만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의 면면을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의 환경과 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한편 몇몇 측정기들은 데이터를 담아오는 대신 녹아내리고 뒤틀린 몸통으로 현장의 온도를 증언했다하며 측정기가 파손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최진일 대표는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는 현장을 하나도 모르고 있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고 일축하며 어떤 사업장도 현장의 온도나 습도를 작업환경측정의 대상으로 정해놓지 않았으며 아무도 현장의 온도를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야외에서 이동하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온도는 측정의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장의 온습도를 적절히 유지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조치, 강제력을 가진 조항들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매년 정부에서 '열사병예방수칙’을 발표하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보지않고 내려지는 권고지침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지비정규직센터 이옥선 센터장은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올 해 특히 외부 옥외 작업 노동자에 대한 시태와 현장상황을 시급히 파악하고 폭염재난에 대비 할 수 있는 근거를 조속히 마련, 사업장 및 지자체에 실효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속도있게 조사를 진행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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