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급식실 노동자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고열에서 기름 요리시 발생하는 조리흄이 ‘발암 주범’ ··· 환기 시설 미비하거나 노후해
“급식노동자 뿐 아니라 볶음·튀김류 많은 중식당 노동자 건강도 심각할 것” 우려 목소리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급식실 직업성 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직업성 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28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급식실 직업성 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직업성 암으로 숨진 급식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급식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전면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모든 학교에 대한 조리시설 및 조리방법도 표준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이 28일 민주노총 1층 교육장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집단산재신청자 명단에 포함돼 산재신청을 준비하다 숨진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직업성암119에 접수된 학교 급식실 암환자 접수자는 49명으로, 전체 접수자 141명 가운데 35%에 이른다.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는 급식실 노동자 5명의 폐암발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되기도 했다.

이들 급식노동자의 발암원인으로는 기름을 이용해 고열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초미세분진인 조리흄(cooking fume)이 지목된다. 급식 조리실에는 이 조리흄을 제대로 환기할 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 작업 환경에는 제대로된 환기시설이 없거나, 환기시설이 있다 해도 노후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 참가자는 기자회견에서 정부당국에 ▲급식실 노동자 직업성암 산재인정 ▲유해물질 측정 등 급식실 특화 작업환경 평가 시행 ▲폐암진단 등 급식실 노동 특성에 맞는 특수건강진단 시행 ▲표준화된 환기시스템 마련 ▲조리흄 발생 최소화 식단 및 조리방법 표준화 마련 등을 요구했다.

양선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부직본부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양선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부직본부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연주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 급식 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정부는 급식실 노동자에 대해 직업성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급식실 환기시설부터 전면교체 해야한다”며 “그러나 정부당국인 교육부와 노동부는 환기시설을 포함한 작업환경개선, 급식실 노동자 특수건강진단 요구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급식은 생명이다. 이 생명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직업성암으로 생명 잃고 있다. 특히 조리흄이 폐암 뿐 아닌 혈액암 등의 발생원인으로도 확인된다. 하루 빨리 급식실의 안전진단 및 급식 노동자 전원의 건강검진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양선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1996년 본격화된 급식 이후, 급식노동자들은 천식, 폐암,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도 왜 페암에 걸렸는지도 모르는 채 오로지 자신의 잘못으로만 받아들였다”며 “이들이 일하는 환경은 대체로 지하나 반지하다. 후드(환기)기준도 유해물질 기준도 없는 환경에서 일한다. 기름때를 닦기 위해 독한 약품을 쓰지만 보호장비도 없다”고 증언했다.

고지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지회장은 급식실 직업성 암 발병사례들을 나열하며 “1100명 분 이상의 급식을 만들다보니 급식실 내부는 늘 후덥지근했고 매캐한 조리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얇은 마스크 한 장으로 우리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한 뒤 “지난 23일 폐암 진단을 받고 사망한 강원지부 조합원의 경우, 튀김 솥 바로 앞에 에어컨이 있고 창문이 없는 곳에서 일하며 고농도 조리흄을 흡입했다”고 했다.

이윤근 직업성암119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급식실 노동자 이외에도 대규모 급식노동자들의 건강도 문제가 될 것을 추정된다. 급식노동자의 건강문제가 폭탄이라면, 특히 볶음요리나 튀김 음식이 주를 이루는 중식당 요리노동자들의 학교 급식노동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소폭탄 수준일 것이다. 건강 수준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고지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지회장. ⓒ 조연주 기자
고지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지회장. ⓒ 조연주 기자

이어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암으로 고통받는 수 많은 노동자들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급식 노동자등 기름 요리를 하는 노동자가 걸릴 확률이 높은 암에 특화된 특수건강진단을 하는 것이 방법이다. 대부분의 급식 노동자들의 근무기간이 10년을 넘어섰다. 정확한 진단이 시급한 때”라고 했다.

또한 “현재 급식노동자들의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기시설이 오히려 노동자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열에서 발생한 조리흄이 급식노동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리대에서 발생한 조리흄이 급식노동자의 호흡기를 거쳐 위로 빨아들이는 캐노피 후드 방식을 측면 환기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 뒤 “조리 시 사방에서 에어컨, 선풍기 등을 틀어 조리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난기류가 형성되 조리흄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학교 단위의 자발성에 맡기지 말고 교육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