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단위 민주노총 콜센터노동자,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 기자회견 뒤 청운동까지 행진
저임금 타파, 직접고용 쟁취, 등급제 폐지, 정규인력 확충 등 요구
콜센터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한 노동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 윤택근) 소속 콜센터노동자 100여 명은 6일 오후 2시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행진했다.
콜센터노동자는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필수노동자’로 지정됐다. 그만큼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업무란 뜻이다. 그러나 이들이 놓인 노동현실엔 차별과 불평등만이 가득하다.
3차에 걸린 국민건강보험 콜센터노동자 파업과 농성 등으로 콜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 콜 폭증 등 가혹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날 콜센터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임금과 고용불안, 극심한 현장통제 등 콜센터노동의 공동의제를 전면화하는 공동행동에 이어 공동요구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조발언에서 “그간 콜센터노동자들이 서로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며 뜻을 모은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한자리에 모여 함께 요구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행진에는 총 9개 단위 콜센터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사무금융노조·연맹 소속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소속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와 다산콜센터지부, LG헬로비전 콜센터지부, 서비스연맹 소속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지회와 SH콜센터지회, 공공운수노조 소속 국민건강고객센터지부와 국민권익위공무직분회, 민주일반연맹 도로교통공사지회 등이다.
이양수 부위원장은 “콜센터노동자들은 비대면 시대에 전문성이 보다 요구되는 것과 달리 콜 폭증과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환경 탓에 산업재해를 겪는 것도 물론이다. 더는 참을 수 없고 버틸 수 없어 오늘 거리에 나섰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심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 약속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필수노동자인 콜센터노동자의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선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장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상담업무 외주화로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 용역업체 뒤에 숨어 방관하며 공공기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우리 투쟁의 본질은 건강보험의 공공성 강화다. 이는 고객센터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숙연 서비스연맹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지회 사무국장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내 노동이 품질평가로 평가되고, 아무것도 아닌 천 원짜리 커피쿠폰으로 모든 상담사를 줄 세우고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콜센터노동자들은 커피쿠폰 하나에 칭찬점수를 잘 받고자 열심히 노력한다”라며 “고객이 사람이듯 콜센터노동자도 사람이다. 고객은 인정한다. 그러나 원청과 도급업체는 우리를 한낱 기계로 취급할 뿐이다. 이런 차별과 불평등을 더는 자행하지 말라. 불평등이 해소될 때까지 우리 콜센터노동자들은 모든 콜센터노동자 동지와 함께할 것”이라고 소리높여 외쳤다.
조지훈 사무금융노조·연맹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콜센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직접 고객과 대면하는 곳이 사라지고 많은 부분을 콜센터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노동자들을 ‘건당 얼마’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만다”라며 “콜센터 업무의 중요성을 깨달아 노동자들의 건강과 복지, 임금이 다른 직장인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오르길 바란다. 콜센터도 사람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곳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장정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도 “콜센터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라며 “콜센터 상담직은 민원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관의 중요한 축이자 상시지속적이고 필수적인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장정은 사무국장은 “반드시 직접고용으로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뒤 청운동주민센터 앞까지 1인행진을 진행, 마무리 약식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행진을 제한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