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 여성위, 한화생명지회 연대 방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재진) 보험설계사지부(지부장 오세중) 한화생명지회(지회장 김태은)가 지난 5일부터 8일에 걸쳐 지회장, 사무국장 보궐선거를 진행한 결과, 총 투표 참여인 793명 중 786명(99.1%)의 찬성으로 김태은 지회장과 김미정 사무국장이 집행부로 선출됐다.

한화생명지회는 사무금융노조.연맹을 통틀어 유일하게 전체 조합원과 집행부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에 12일 정광원 여성위원장 겸 노조 부위원장과 이유나 연맹 부위원장은 사무금융 여성위원회를 대표해 여의도 천막 농성장을 방문, 연대기금과 꽃다발, 간식 등을 전달하고, 간담회를 통해 앞으로의 계획과 고민을 나눴다.

ⓒ 배나은 선전홍보부장
ⓒ 배나은 선전홍보부장

<당선 소감>
정광원 부위원장 : 축하드립니다. 코로나 시기, 예정되지 않았던 선거까지 치르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두 분의 당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김태은 지회장 : 감사합니다. 회사와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이렇게 지회장까지 하게 되었네요. 더 나은 조합을 만들어서 보험설계사 동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김미정 사무국장 : 여의도 천막을 유지하면서 세종 중앙노동위원회 앞 천막을 새로 설치하고, 그 와중 전국 동시다발 피케팅에 선거운동까지 진행하며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압도적으로 지지해 준 조합원 동지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힘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은 지회장이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운영위원들과 함께 노력할 예정입니다.

ⓒ 배나은 선전홍보부장
ⓒ 배나은 선전홍보부장

<출마 이유>
이유나 부위원장 : 이미 투쟁이 진행 중인 조직에서 대표를 맡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요. 그래도 나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태은 지회장 : 지난 3월 3일. 여의도 본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던 날,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때 몸싸움을 하다가 찢어진 코트가 제 사무실에 여전히 걸려있죠.

그 이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고, 또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우리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너희 따위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왜 나서냐?'는 태도로 사측이 무시하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20대 후반 이곳에 입사했는데, 우리 보험설계사 조직 내 여성 비하 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에 계속 문제의식을 느껴왔어요. 열심히 일한 우리들이 왜 이런 무시를 감내해야 하나? 회사와 남성 관리자들은 왜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나? 이런 의문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붙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피케팅을 하는 조합원 뒤를 쫓아다니며 노조 사찰을 시도하는 뻔뻔한 한화 자본의 무식한 행태를 그냥 방관하고 싶지 않았던거죠. 당장은 힘들어도 계속 응원해 주는 조합원들의 목소리. 작은 변화를 보면서 힘을 얻고 있어요.

김미정 사무국장 : 이 싸움은 스스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기도 해요. 실제 현장의 조합원들은 지회 간부들에게 '집회할 때 정장을 입고 모이라는 지침을 내려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 대해 사측 인사들이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니 옷이라도 번듯하게 입으면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정광원 부위원장 : 정장, 원피스, 청바지 그런 건 사실 아무 상관 없는데 말이에요. 뭘 입건 노조 활동에 대한 신념과 자존감을 지니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김미정 사무국장 : 맞아요. 우리가 보험설계사. 특수고용직이기에 무시한 거지, 옷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김태은 지회장 :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조직이 지닌 힘을 보여주면서,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싸워나갈 예정입니다.

ⓒ 배나은 선전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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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위 분리신청 각하 이후 여론>
정광원 부위원장 : 지난 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신청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결정 이후 조합원들의 동요는 없었나요?

김태은 지회장 : 중노위 판단은 중노위 판단일 뿐이고, 이와 별개로 지회는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동요는 없었습니다. 애초 기업, 언론, 정부가 결탁해서 노동자를 소외시킬 거라고 예상을 하기도 했고요. 다만 저나 분회장들은 향후 투쟁 방법을 논의하면서 상당히 분개하기는 했었죠.

김미정 사무국장 : 이 상황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상황을 최대한 알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아요. 투쟁이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조합에 가입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할 거예요.

김태은 지회장 : 저도 처음 투쟁에 돌입할 당시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김미정 사무국장 : 저는 3~4일이면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웃음)

<향후 계획>
이유나 부위원장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조합원들이 새 집행부의 향후 계획을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김미정 사무국장 : 우선은 조합원 조직화에 집중하려 합니다. 분회 결성과 이를 위한 간담회 일정을 계속 잡고 있어요. 분회 유무, 지회 간부와의 접촉 경험에 따라 그 지역 조직의 분위기가 정말 다릅니다. 분회도 있고, 피케팅 경험도 있는 지역단에서는 단장이 피케팅을 지원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합활동에 대해 탄압이 워낙 심해서 눈치 보느라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곳도 있고 그렇죠.

김태은 지회장 : 맞아요. 분회 설립이 그 무엇보다 시급해요. 회사와의 소통 창구가 지점장 뿐이라면 결국 회사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듣게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분회가 생기면 조합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도 듣고 소통도 하게 되니 훨씬 하나로 뭉치기 좋죠. 목표는 한 주에 분회를 하나씩 설립하는 거예요.

<조합원들에게 남기는 말>
이유나 부위원장 : 신임 집행부로서 조합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실까요?

김태은 지회장 : 전국 각지를 돌며 조합원들을 만나면 늘 '내 지점, 내 지역단만이라도 사수해 달라. 노조가 길게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할 때 우리는 정말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늘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해 온 사람입니다. 노조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고 싶어 시작한 일이죠.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며 함께 갔으면 합니다. 누구나 집회에 나오고 피케팅을 할 수는 없더라도 조합원이라면 지회 활동 보고 메시지에 응원 댓글을 다는 작은 활동부터 해 보자는 거죠.

김미정 사무국장 : 지회를 설립한 이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온라인으로 주로 소통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많았는데요. 이젠 보다 정확한 현황 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믿고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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