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실직후 건설현장 뛰어든 50대 초급, 
현장 경력 10년차 30대 고급, 
이들이 서울공업고등학교로 가는 이유는? 
건설기능학교에서 '교육훈련'으로 기능연마
건설기능인등급제에 따라 대회 입상자는 '포상', '자격' 레벨업! 

 

# 2013년부터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는 노형욱. 제법 현장 경력 10년차 인데, 32살이다보니 기능에 의구심을 갖는데, 자격증도 있고 도면도 볼 줄 아는 ‘고급’ 인력이다. 

# 코로나로 인해 하던 자영업 일을 접고 올해 1월부터 건설현장에 뛰어든 김상만. 현장 경력 10개월도 채 안 된 50대다. 어느 순간이든 막힘 없이 일하는 기능공들을 보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초급’이다.

# 건설현장 일을 시작한지 50년이 된 장남인. 기능학교나 기능대회를 접하기 전엔, 퇴근시간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능학교를 거친 이후엔 어느 건물을 보든 각도, 수평과 수직, 그에 따른 공법이나 기술이 떠올랐다. ‘특급’ 건설노동자로 건설기능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건설기능학교에서 기능을 전수하고 연마하던 이들의 공통점은 10월 23일(토)부터 열리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형틀목공, 철근, 건축목공, 전기, 용접, 배관 등의 종목으로 대회가 열렸다. 1백여명의 선수들이 기량을 뽐낸 이번 대회는 13회차를 맞고 있다. 노동조합이 일군 건설기능경기대회는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건설근로자공제회/한국산업인력공단/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번 건설기능경기대회가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 이다. 
첫 번째는 건설기능인 등급제. 앞서 언급한 세 명의 건설노동자는 각기 다른 등급을 갖고 있다. 이 등급은 국가 공인이다. ‘노가다’가 아닌 ‘건설기능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다. 노동조합에서 크게 요구해 왔으며, 2021년 5월 27일부터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가 시행됐다. 제도는 고용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기본계획에서 비롯됐다. 기능인의 체계적이고 종합적 경력관리로 직업전망을 제시하고 신규인력 진입 촉진 및 처우개선이 제도의 배경이다. 건설근로자법을 근거로 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관리한다. 경력이나 자격 등을 근로일수로 산출한 환산 경력으로 직종별 기능등급을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건설노동자를 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나눈다. 각 등급별 승급 기준은 3년, 9년, 21년이다. 
이번 건설기능경기대회 입상자는 이 기능인 등급제에서 ‘포상’ 연수를 받는다. 1위 1.5년, 2위 1.2년, 3위 0.9년 등이다. 이를 테면 8년 환산 경력자가 이번 대회에서 1위를 하면 ‘고급’으로 인정받게 된다. 

 

# 코로나로 차량 정비 일이 줄자 이직한 한성규. 작년 안산건설기능학교를 수료하고 현장에 들어갔다. 기능학교 선생님은 기능 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새겨줬다. 초,중,고등학교 9년간 그런 적이 없는데, 기능학교 선생님과는 안부 전화를 주고 받는다. 이번 대회도 선생님의 추천으로 출전했다. 대회에 입상하면 거푸집 기능사 자격증도 받을 수 있다. 경력으로 ‘초급’이지만, 대회에 입상하면 자격증 환산 경력과 대회 입상 연수가 더해져 중급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건설기능경기대회가 갖는 두 번째 의미는 건설기능학교다. 
형틀목공, 철근 기능을 연마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가 유일하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 학교를 통해 실력을 갈고 닦는다. 어깨너머 배우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차분히 배워, 견실시공, 안전시공을 체득할 수 있다.
반면, 건설기능학교 시설은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다. 시설을 구하기도 어려워 도저히 연습할 데가 없으면 공터나 주차장에서 연습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장남인씨는 “건설기능학교 층고가 낮고 좁아 콘크리트를 부어 벽이나 천정을 만드는 형틀목공 작업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전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비계팀장인 아버지를 따라 일을 시작한 박한솔. 비계공이 일을 해 놓으면 다른 공정 노동자들이 그 비계에 올라와 일을 한다. 최대한 안전하게 하려고 한다. 

# 비계 팀장 이규복, 부산울산경남지역 비계공 1천명이 노동조합으로 들어와 있다. 타 지역 비계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서 만나 기능대회에서 기능을 겨뤄보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꼭 수상해야 한다. ^^

# 비계분회 총무부장 전영철. 비계는 3인 1조가 기본이다. 안전난간대나 안전발판을 설치하는 노동자들이다.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선 저가 낙찰, 용역 방지가 필수라고 본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기능공이 하는게 안전제일이다. 

# 30대 비계공 정수민. 30대인데, 경력은 10년 가까이 된다. 이번 대회에서 다른 비계팀과 경합을 벌이며 내가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철근이나 다른 종목 선수들을 보니 새롭다. 대회가 활성화돼 인식 개선에 역할을 하길 바란다.

이번 건설기능경기대회가 갖는 세 번째 의미는 비계 종목 신설이다.
비계는 단체전과 개인전을 동시에 치렀다. 수평과 수직이 생명이다. 밑에서 3mm 차이는 건물 꼭대기에선 큰 차이가 된다. 수평계는 비계공의 ‘잇템, 필수템’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비계 노동자들의 가입이 최근 줄을 잇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비계 종목이 등장했다. 거푸집, 철근, 배관/용접을 주축으로 시작한 대회에 전기 종목에 이어 비계 종목이 추가됐다. 

건설기능경기대회는 13회차를 맞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주최 건설기능경기대회의 입상 이력이 올해부터 건설기능인등급제 경력환산에 반영된다. 이번 대회에서부터는 정부가 공인한 기능경기대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를 총괄하는 건설산업연맹 (사)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이영록 운영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건설노동자들도 전문직 건설기능인임을 자각하고 직업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간 기능학교에서 기능을 익힌 건설노동자들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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