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일을 한 김용균 노동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고인 김용균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태안화력발전소 원, 하청 대표이사들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2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본공판이 열렸다. 8번째 진행되는 이번 본공판에는 태안화력 원청 대표이사 등 9명, 하청업체 대표이사 등 5명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 백승호 기자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 백승호 기자

재판에 참관한 김용균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원·하청 임원들은 피고인 신문에서 “낙탄이 여기에 많이 쌓였으니 청소가 필요하다고 하청에 알려주긴 했지만 누가 어떻게 치워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 지시한 건 아니다”, “비상 제동장치가 너무 팽팽하면 가벼운 자극에도 멈추기도 해서 조금 느슨하게 해서 실제 위험할 때 쓰이도록 했다”, “사고자(김용균)가 열심히 하려고 한 건지 몰라도, 점검구 안에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 없다. 증인인 운전원들이 점검구에 몸을 집어넣고 일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일하는지 몰랐다. 점검 과정이 위험하니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들은 적도 없다”, “사고가 있을 즈음은 석탄을 올려서 이동시키는 때가 아니라서 컨베이어 벨트가 중단 돼야 했는데 왜 공회전(빈 벨트가 돌아가는 것)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고 원인을 나도 모르겠다. CCTV도 없고 나도 너무 궁금하다. 사고 관련하여 회사의 부족한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본 적도 없다”, “낙탄 처리를 왜 2차 업체에 맡겼는지 모르겠다”, “작업장 통로가 어두웠지만 거기는 운전원이 하루 3번, 정비가 필요할 때 정비원이 가는 곳이지 상시로 누가 일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답변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원청 측 변호인은 “피해자(김용균)의 신체가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갔다는 게 이해가 안 되죠?”, “작업 중지 해소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아느냐. 심지어 불가능한 것까지, 굳이 안 해도 되는 것까지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알고 있냐?”, “통로가 어둡다고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 않냐? 어둡다고 근로자들이 떨어지거나 한 적은 없죠?”라고 말하면서 피고인들이 제대로 변명하지 못할 때 답변을 끌어주고 대신 정리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피고인들은 경찰조사,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했던 답변도 뒤집으며 “그때는 언론만 보고 그렇게 말했지만, 법률적으로는 잘 모르겠다”라는 답을 하기도 하며 “사고가 날 이유가 없는 현장과 설비에서 사고가 난 게 불가사의하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7월 원,하청 책임자 고소, 고발 기자회견중 규탄행동. ⓒ 백승호 기자
2020년 7월 원,하청 책임자 고소, 고발 기자회견중 규탄행동. ⓒ 백승호 기자

김용균재단은 공판이 예정된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점검업무를 하다 사고를 당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이 지난 1년여간 이어져 오고 있고, 그간 총 7번의 본 공판과 지난 10월 21일 현장검증이 있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집요하게 사고당사자인 김용균의 책임을 추궁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고인에게 떠넘기려 하였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특조위 조사로 이미 밝혀진 원청의 책임일 수밖에 없는 안전 관련 설비와 업무지시의 문제들마저 부정하며 원청업체는 업무 도급을 주었을 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피고인 신문이 시작되는 11월 2일 8차 공판 기일을 맞아 원청 책임의 중요성과 김용균 재판의 사회적 의미를 알리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1월 2일 8차공판에 앞서 규탄 선전전을 진행. ⓒ 백승호 기자
11월 2일 8차공판에 앞서 규탄 선전전을 진행. ⓒ 백승호 기자

한편 서산지원 재판 대응을 했던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를 비롯해 충남 새움터, 정의당 충남도당, 변혁당 충남도당,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용균재단, 김용균 유족과 함께 원, 하청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이어왔으며 8차 공판에 참석하는 피고인과 법원을 향해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며 엄중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공판은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으며, 이후 11월 23일 원청 피고인 심문을 진행한 후 12월 21일 온종일 피고인 심문과 김용균 유족의 진술 발언이 있은 후 재판부의 선고만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 ⓒ 백승호 기자
권미정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 ⓒ 백승호 기자

권미정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적용될 2022년 1월을 앞두고 김용균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재판은 1심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 김용균 재판의 판례가 다른 죽음들의 재판에 또 다른 길잡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안화력발전소의 원, 하청 책임자들을 규탄하며 모든 힘을 다해 재판에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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