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 열어 ··· “위험 생산자·이윤 얻는 자가 위험관리 책임져야”

가전제품을 수리·대여하고 유지·관리하는 가정 방문 서비스 노동자 상당수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중대재해, 근골격계질환, 성희롱 등 갖은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11월 3일 오전 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토론회에서 방문 서비스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실태와 블랙컨슈머로 인한 피해사례 등을 발표했다.

증언자로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엘지전자지회, 하이엠솔루텍지회,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증언대회 참석 조합원들은 ‘위험을 생산하는 자와 이윤을 얻는 자가 위험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대전제 아래 방문 서비스 노동과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는 안전보건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28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지회 윤 아무개 조합원이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드럼세탁기를 수리하다가 감전돼 숨졌다. 관련해 증언자로 나온 김문석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지회 양천센터 분회장은 ▲제품 대형화·인력 부족 ▲과도한 실적압박 ▲열악한 작업 현장이 사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석 분회장은 “2인 1조였다면 100kg이 넘는 세탁기를 옮기는 일이 수월했을 것이고, 감전 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중대재해 사고를 막기 위해서 2인 1조 작업을 반드시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석 분회장은 “과도한 업무와 사측의 실적압박으로 사실상 무리한 작업을 강요받는 상황 역시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가전 방문 서비스 노동자들은 이외에 ▲에어컨 실외기 수리 등 고소작업 낙상 위험 ▲무거운 수리 장비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소비자가정 애완동물에 의한 위협 ▲부실한 안전교육 ▲약품과 분진으로 인한 피부·호흡기 질환 ▲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노동과 성폭력 ▲교통사고 위험 ▲비뇨기질환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금속노조가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금속노조가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백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백선
삼성전자서비스, 엘지전자, 하이엠솔루텍, LG케어솔루션 등 금속노조 방문 서비스 노동자들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현장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변백선
삼성전자서비스, 엘지전자, 하이엠솔루텍, LG케어솔루션 등 금속노조 방문 서비스 노동자들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현장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변백선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가정 방문 서비스 노동자 안저보건을 위한 과제’에 관한 전문가 소견을 밝히고 있다. 변백선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이 11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연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수리 노동자 사망사고로 본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가정 방문 서비스 노동자 안저보건을 위한 과제’에 관한 전문가 소견을 밝히고 있다. 변백선

노조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작업 중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화장실 사용을 부탁하면 불만사항을 접수할 수 있어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다”라면서 “노동자가 동선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물 섭취를 참는 식으로 버티다 보니 방광염, 신우신염 등 비뇨기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김진희 수석은 “비뇨기질환 또한 집단산재 신청에 포함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진희 수석은 “많은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매니저들은 자신의 감정보다 고객에 맞춰 감정을 조절해야 할 때가 많다. 고객으로부터 심한 욕설이나 폭행, 성적 피해를 봤을 때도 회사의 보호 체계 없어서 온전히 개인이 감내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엘지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은 점검 중 남성 고객이 매니저 곁에 밀착해서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매니저에게 업무와 연관이 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진희 수석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작업 중지권을 제조업에 더해 특수 고용노동자인 방문 점검 노동자도 행사할 수 있도록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전문가 역할로 참석한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위험을 생산하는 자,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지는 것이 노동안전보건의 대원칙”이라면서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에 기업이 포괄적인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포괄적인 책임’은 사업주가 법령에 적힌 나열식 안전조치 사항 준수를 넘어서 ‘사업주가 합리적으로 수행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보건 조치 전반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포괄적인 책임 관점에서 안전보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류현철 소장은 “특수고용형태종사자라는 법적 지위 문제도 있다. 기존과 다른 노무 계약 관계가 등장하는 배경은 기업의 이윤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가 어디서는 정규직, 어디서는 특수고용이 되는 등 고용형태가 다르다. 탈법이고 왜곡이다. 이런 문제를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류현철 소장은 “현실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판결이 나도 자본이 이행하지 않는다”라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노동자의 조직된 힘이다. 노동조합의 존재가 가전 방문 서비스 노동자에게 대단히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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