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휴게실 없다”, 화장실, 계단 밑, 창고, 청소카트 뒤에서 쉰다
16일 국회에서 증언… 보건의료노조, 병원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조사 진행 사례 발표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16일 국회에서 열악한 휴게공간 실태를 증언했다. ⓒ보건의료노조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16일 국회에서 열악한 휴게공간 실태를 증언했다. ⓒ보건의료노조

“새벽같이 출근해 일하다가 계단 밑에서 쉴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정을 아십니까”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16일 병원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이지만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은 병원 어디에도 없었고, 휴게실이 있더라도 지하주차장, 폐기물 처리장 근처에 있는 등 너무나 열악한 환경임이 드러났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지상 20층 지하 5층 달하는 큰 건물에 수백 명 청소노동자를 위한 공간은 사물함 뿐”이라며, “휴게시간마다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은 직원용 엘리베이터, 창고 구석, 심지어는 청소 카트 뒤에 숨듯이 앉아 휴게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의 모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계단 밑에서 박스를 깔고 쉬는 사람의 심정을 아느냐"고 물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의 모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계단 밑에서 박스를 깔고 쉬는 사람의 심정을 아느냐"고 물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 모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B씨는 동료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함께 휴게실에 있었던 청소노동자가 집단으로 격리된 사례를 들며 비좁은 휴게실 실태를 증언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 모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B씨는 동료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함께 휴게실에 있었던 청소노동자가 집단으로 격리된 사례를 들며 비좁은 휴게실 실태를 증언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B씨는 “90명이 사용하는 휴게실은 지하주차장 한복판에 있다”며 “너무 시끄러운데다가 1년 내내 에어컨을 고쳐주지 않아서 소음과 더위, 냄새로 인해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병동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쉬다 집단 격리가 발생한 이후 폐쇄됐다. 사용자측은 폐쇄만 할 뿐 별도의 휴게공간을 주지 않았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숨 돌릴 공간조차 없다

“콩나물 시루” 휴게실 때문에 집단 자가격리까지…

그리고 휴게실은 폐쇄됐다

400여명의 병원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48.1%)이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으며, 휴게실이 없거나 너무 좁아 창고(23.2%), 계단 밑(22.2%) 등에서 휴게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를 발표한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장은 “(청소노동자에게) 임금 등을 적게 주기 위해 휴게시간을 통상 노동자들보다 많이 배치하기도 하기에 열악한 휴게실 실태는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략조직위원장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인당 휴게실 최소면적을 2㎡ 이상으로 하고, 작업 공간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장은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하는 산안법 시행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김경규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위원장은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하는 산안법 시행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논의 경과와 민주노총의 대응방향에 대해 조진영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이 발제했다. 조진영부장은 휴게시설 시행령 관련 연구용역 결과로 시행령(안)이 나왔음을 설명하며, 민주노총은 시행령(안)의 ▲일부 적용제외 규정 ▲ 상시근로자수와 무관한 6㎥이상의 최소면적기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진영 부장은 ‘차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휴게실이 제공되어야 하며, 최소 면적 기준을 넘어 1인당 면적기준이 제시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조진영 민주노총 노안부장은 산안법 시행령에 휴게실 최소 면적 기준을 넘어 "1인당 면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조진영 민주노총 노안부장은 산안법 시행령에 휴게실 최소 면적 기준을 넘어 "1인당 면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청소노동자 휴게실 개선, 내년 보건의료노조 단체협약 공동요구로 제시된다

박노봉 부위원장은 증언대회를 마치며 “실질적으로 휴게실 실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동 안건 상정과 22년 단체협약 공동요구로 개정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장철민 의원은 “제대로 된 시행령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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