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 기자회견… “진상 조사와 처벌, 재발방지” 촉구
병원 근로계약서 공개… “직장 선택·이동 자유 막는 노예 계약” 비판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비극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비극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모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병원측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업무상 재해처리,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복지부에는 간호등급제 운영실태조사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1년 동안 퇴사 불가, 동시 지원해 합격한 타 병원으로 이직 금지, 사직을 원할 경우 2개월 전 미리 통보, 특약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당사자 책임”이라고 특약사항이 적힌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근로계약서를 공개하고 “노예계약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7개월차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신규 간호사임에도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봐야 했고, 식대 거의 사용 내역이 거의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돌볼 여력 없이 일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고인은 힘들다고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청했으나 싸늘한 거절만이 돌아왔다. 퇴직 의사를 전하자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만 받을 수 있었다. 최근 같은 병원 내시경실 간호사가 집에서 돌연사해 현장에선 과로사라는 의견이 파다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호소에도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변하지 않았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비극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비극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비극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근본 원인은 병원이 개원 전 간호인력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지난 3월 902병상 규모로 경기 북부지역 최대 규모로 개원했다. 

“이 지역에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임금은 주변 병원보다 낮은데 일은 더 힘들다. 새 병원이라고 가면 손해다.”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의 설명이다. 백소영 본부장은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강도로 개원 이후 지금까지 이 병원 간호사는 대부분 신규 간호사로 채워졌으며, 그마저도 매우 부족한 인력 상황 속에서 일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간호등급 차등제 상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고인이 실제로 맡은 환자의 수는 ‘1등급’이 아니었다. 장원석 수석부위원장은 “간호등급이 1등급인데 어떻게 간호사 한 명이 23명의 환자를 봐야했나. 관련 부처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처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은 개인사로 몰아가려는 술수를 쓰기 시작하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문제제기가 이어지니 그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심지어 유가족이 고인의 기숙사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기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2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직무상 재해 인정, 재발방치 대책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원회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와 명예회복 ▲직무상 재해 인정 ▲괴롭힘과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간호등급 운영 실사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충분한 인력 확충, 괴롭힘 근절, 충분한 신규간호사 교육훈련, 교대근무제 개선 등)을 촉구하며,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비극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비극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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