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용균 3주기 맞아 특조위 이행점검 보고회
“정부 보고서, 의지도 내용도 없어” 비판 일색
“김용균 동료 6561명 중 정규직은 여전히 0명”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민간위원들이 故 김용균 씨 사망 3주기를 맞아 발표한 정부의 발전산업 안전강화 보고서를 두고 ‘알맹이도 없고, 개선의지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검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진행됐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용균 특조위 민간위원 4명이 참가했다. 보고회는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가 주최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성만·황운하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류호정의원이 후원했다.

정부는 지난 8일 민·관 합동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이행점검보고서를 발간해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으로 56개 과제 중 47개는 완료했고, 9개는 진행 중에 있다”며 자찬이 섞인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은 이를 두고 ‘알맹이 없는 보고서’라 지적한다. 현장의 산재사고는 계속되고 있는데, 현장과 괴리된 내용의 과제를 다 끝냈다며 자화자찬한다는 비판이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권영국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권영국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특조위 권고안 대신 이행한 정부의 ‘안전강화 방안’···현장 노동자 목소리 반영안돼

권영국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발제에 앞서 2019년 특조위 설명보고회를 언급하며 “당시 여러 가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공유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데 지금 매우 송구한 마음으로 보고회를 갖게 됐다. 어제 (정부의) 보도자료는 알맹이가 빠진 채 배포됐다. 책임자였던 국무총리의 발간사도 빠져있었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내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일 터”라고 비판했다.

김용균 씨의 죽음 4개월 만에 꾸려진 김용균 특조위는 2019년 8월 조사결과를 종합해 22개 개선방안을 권고안을 발표했고, 실효적인 이행점검을 위해 ‘권고안 이행점검위원회’를 구성, 분기별로 점검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 권고안을 받아본 정부는 2019년 12월 당정 합의안 형태의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을 위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만들어 추진했다.

권고안 내용을 56개 추진과제로 분류한 ‘안전강화 방안’을 두고, 권 변호사는 “특조위 권고안은 원-하청구조에 기인하는 원인을 중심으로 한 고용과 임금구조 개선이나 노동자 참여권 보장 등 실질적 측면을 방점을 둔 반면, 정부 방안은 각 항목별 이행 정도와 완료기준 설정에 중심을 뒀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이행점검보고서'
정부가 발표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이행점검보고서'

항목별 체크리스트 처럼 정리된 정부안은, 유기적 시스템 점검을 바랐던 특조위 민간위원의 권고와 거리가 있다는 게 권 위원의 지적이다. 권 위원은 이 상황을 두고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이 격하게 논쟁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위원들은 발전사 직고용 정규직화 요구한 반면, 정부안은 제3의 기관을 만들어서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이행점검은 작업 임하는 현장노동자 목소리와 평가를 체계적으로 수렴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주로 발전사의 경영진이나 안전 담당자들을 참여시킬 뿐, 실제 작업하는 현장노동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창구는 별도로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화 문제는, 단순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아니라 원-하청 위계 발생을 해소하는 데에 핵심이 있다고 권 위원은 말했다. 원-하청간 위계로 인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지위체계와 보고체계가 중접·간접화되고, 사고시 직접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설비는 발전사(원청)가 소유하는데, 운영은 하청업체가 하게 되면 권한과 책임 사이에 공백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책임을 서로 떠넘길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기준(56개 항목)에 따르면, 발전산업 안전 강화 이행은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은 접근조차 안했고, 파생적인 문제들의 해결여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물론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기술적·기계적 문제들은 상당부분 개선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기준은 정량적인 지표에 머물러 개량적인 성과에 치우친 한계가 있다. 사고의 질적 문제를 평가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반영이 안됐다”고 했다.

아울러 “김용균 사고의 원인은 안전보건 작동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화방안은 법규나 규정같은 규제시스템에만 머물러 있다. 노동자가 제대로 알 권리, 관리 계획 등에 참여할 권리와 위험한 작업을 회피할 수 있는 권리같은 ‘작동시스템’이 실현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책임자 국무총리 발간사도 없는 정부 보고서
김용균 동료 6561명 중, 정규직은 여전히 없어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위는 “석탄화력발전소 산재의 구조적 원인은 위험노동의 외주화에 있다. 정규직화가 중요한 이유는 위험노동의 외주화를 멈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뒤 의료체계의 미비점을 짚으면서 “1000인 이상 기업에는 상주 산업보건의를, 그 미만에는 위촉 산업보건위를 선임하라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의료인력의 인건비를 제외한 산업비 편성이 미미하다”고 했다.

이태성 발전 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김용균의 동료 6561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는 아무도 없다”며 “특조위 및 당·정 발표에 따른 정규직화와 적정노무비 개선방안이 논의된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지적된 (운전분야) 노무비 착복과 지급개선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 이행점점 보고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렸다. ⓒ 송승현 기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우리 용균이가 잘못해서 죽은 게 아니라고, 열심히 일하다 죽었을 뿐이라고 특조위가 발표했을 때 많이 슬펐다. 원-하청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아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특조위가 지금 (이행점검 보고회에) 나서는 것이 우리의 권리를 찾기위한 길잡이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진행을 맡은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이행점검보고서를 발간했음에도, 특조위 민간위원들이 별도로 이행보고회를 진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부관계자들이 되새겨봤으면 좋겠다”고 꼬집으며 “단적으로, 이번 이행점검 보고서에는 이행을 점검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국무총리의 인사말이 없다. 유족과 대책위 앞에서 조사결과 100%를 이행하겠다는 전임 총리의 의지가 보고서에 담겨있지 않다는 말”이라고 했다.

故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달 6일~10일을 김용균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3년 전인 2018년 12월 10일 혼자 점검 작업을 진행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비정규직·하청·취약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며 시민적 분노를 샀다. 대통령도 김 씨의 유족을 직접 위로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겠다”며 재발방지를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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