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의료기관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해야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13일(월)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계적 일상회복의 임시 중단과 공공·민간 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역대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에서 ‘번 아웃’에 다다른 전담병원 노동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노조는 인력소진을 막기 위해 9.2 노정교섭 이후 마련된 코로나19 인력기준 준수와 기준 준수를 위한 인력 마련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사태 악화를 대비해 민간병원의 공공 인수도 적극적으로 검토·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기자회견 여는 말에서 “일상회복을 앞두고 병상과 인력을 준비하자고 여러 번 누누이 이야기해왔지만, 정부는 준비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일상회복을 먼저 시작해놓고 확진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니까 부랴부랴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병상은 어떻게 마련한다 하더라도, 인력 부족 때문에 확진 환자 치료하다가 일반 환자 치료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더 이상 대유행이 오지 않으리라 봤거나, 백신 접종률만 높여서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잘못된 판단을 이제라도 인정하고 장기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2주만 멈추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민간의료기관 모두가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1만 명 이상 확진자 발생을 대비해 긴급히 민간병원 공공 인수 추진으로 충분한 병상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민간병원에 막대한 코로나19 전담병상 운영 손해 보상금을 주면서 병상 확보를 구걸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단계적 일상회복의 2주간 중단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민간의료기관 모두가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을 제안했다.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전담병원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코로나19 병상뿐 아니라 선별검사소, 선제검사소, 백신접종, 생활치료센터까지 운영하는 와중 인력을 쥐어 짜 재택치료 관리에도 투여됐다. 병상  입소 대기 환자에게 하루 두 번 전화해 치료키트를 이용해 산소포화도, 체온 상태를 확인하지만 전화했을 때 치료키트를 받지 못했다는 환자가 절반이나 되고, 받았다 한들 전화로 정확한 상태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연세가 많은 환자의 경우 치료키트 사용은커녕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정은 지부장은 “재택치료 관리 중 중환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응급병상을 신청하고 보호자한테 119를 부르라는 말을 하는 것 뿐이다. 무거운 마음에 잠 못 드는 의료진이 늘고만 있다”고 말했다.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은 “환자 배식과 화장실 청소, 소독뿐 아니라 임종을 지키고 사체 관리하는 일까지 보조인력 없이 하고 있어 현장 간호사들은 말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피폐해져 있다”며 “대유행 때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에 사직만이 살길이라 대부분 생각한다. 인력 확충과 동시에 중장기적 대응방안을 진정성 있게 수립하고 추진해야 지금 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현섭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지부장은 “9.2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의 노정교섭 이후 11월에 코로나19 인력기준을 현장에 적용한다고 했지만, 관련 공문은 병원이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권고’로 내려왔다. 현장은 지금까지 반복된 대유행마다 겪어온 상황에서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현섭 지부장은 “(지방의료원 정원을 관장하는) 지자체에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계속 해왔지만 그때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남는 인력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면서 승인해주지 않았다”며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에게 제대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부담감과 업무 강도가 늘어가면서 퇴사자는 꾸준히 쌓여가고 인력 부족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위중증, 중증병상을 운영 중인 중부지역 상급종합병원인 원주연세의료원지부의 김현태 지부장은 “정부는 병상 수에만 매몰돼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다”며 “숙련된 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확보한다고 해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태 지부장은 “정부가 민간병원에 병상을 동원하라는 행정명령서를 보면 병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만 중점에 두고 그 병상을 운영할 인력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압기가 아니라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임에도 그에 대해선 한 구절도 적혀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호남지역 상급종합병원이자 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지부의 김미화 정치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뿐 이니라 일반 환자(코로나19 미확진 환자) 치료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화 정치부장은 “전남대병원 소아중환자실은 광주전남 지역의 유일한 곳으로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다른 곳에서 치료받을 수 없어 온 환자들인데, 코로나19 병동에 인력이 부족하고, 당장 소화중환자실의 병상 가동율이 적다는 이유로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간호사 두 명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에게 맡겨진 소아 중환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도저히 우리 둘이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김미화 정치부장은 “현장 간호사들은 처음에 어쩔 수 없다 생각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정부가 근본적 대책 없이 우릴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빚어지는 코로나19 전담병원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빚어지는 코로나19 전담병원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김미화 보건의료노조 전남대학교지부 정치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뿐 아니라 일반 환자 치료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김미화 보건의료노조 전남대학교지부 정치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뿐 아니라 일반 환자 치료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임종을 지키고 사체 수습까지 하면서 현장 간호사들은 '사직만이 살길'이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임종을 지키고 사체 수습까지 하면서 현장 간호사들은 '사직만이 살길'이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
김현태 보건의료노조 원주연세의료원지부장은 정부가 민간병원에 내린 병상동원 행정명령에 병상을 운영할 인력에 대해선 한 구절도 적혀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김현태 보건의료노조 원주연세의료원지부장은 정부가 민간병원에 내린 병상동원 행정명령에 병상을 운영할 인력에 대해선 한 구절도 적혀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지금까지 반복된 대유행마다 겪어온 상황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지금까지 반복된 대유행마다 겪어온 상황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최희선 서울지역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보건의료노조는 ▲단계적 일상회복 2주간 일시 중단 ▲정부 차원의 코로나19·일상회복 컨트롤 타워 재정비 ▲병상운영 효율성 재고와 환자배정·병상 관리 행정역량 강화 ▲공공의료·민간의료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마련 ▲민간병상의 공영화(민간병원 공공인수, 스웨덴 사례)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소진 방지 및 인력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 ▲단계적 일상회복 장기전 대비 법사회 총력대응협의체 구성 ▲9.2 보건의료노조-노정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13일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상회복의 일시 중지와 공공·민간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총력 대응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장기전 준비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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