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通統talk)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노동자들의 마음 건강에 대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해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더 냉정하게 다가오는 현실의 무게를 어떻게 견디게 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 보려 합니다. 현실의 반대편에 담을 것들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기에 그 다름을 하나하나 인정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사실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지 않고, 적절한 균형 위에서 피어날 수 있게 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볼 생각입니다. [편집자 주]

도서관에 간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적막한 고요함을 느끼고 책과 함께하는 사색은 나와 먼 일다. 책장 사이로 비추는 햇빛, 차~악 책 넘기는 소리, 깊은 눈매로 책 사이를 오가며 통찰과 지혜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이 내가 가진 도서관의 이미지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마음껏 책을 보고 행복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정노동 프로그램을 요청해 왔다. 큰 걱정부터 앞선다. ‘뭐, 큰 어려움이 있겠어?’, ‘적어도 공공도서관이니 어느 정도 시스템은 갖췄겠지’, ‘무슨 프로그램을 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상황이다. 몇가지의 가능성을 고려해 다각화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노동자들을 만났다.

각자가 경험한 “내 인생 최고의 진상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다.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작전 B를 준비한 코너이기도 하다. “각자 3개씩 써 볼까요?”라는 주문에 너무 많다며 아우성이 잠시, 정말 무서운 속도로 써 내려간다. 많은 인원이 아니기에 전체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전 일인데요. 찾고 있는 책이 없다고 갑자기 책상을 들러 엎고, 의자를 차고 난리가 났었어요.”

“초중고 학생들은 저희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가끔 저희를 ‘이모’나 ‘언니’라고 부르는 거에요. 전 그런 어른 조카나 동생이 없거든요.”

“도서관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어느 날부터 인근 초등학교 선생님이 그곳에서 볼륨을 크게 틀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시는 거예요. 선생님이니까 부모님들도 뭐라 못하시고, 저희가 몇 번 사정을 드렸는데도 계속하시더라구요.”

“얼마전에는 한 분이 도서관에 오시더니, 원래 누워서 책을 보신다며, 누울 수 있게 해달라고 막 하시는 거 있죠.”

“학생들 자원봉사 기관이어서 아이들이 와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가끔 쓸고 닦는 일을 하게 해요. 그런데 한 아이의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에게 식모나 하는 일을 시켰다며, 사과하라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이에게 전화해서 사과하라고...”

어느 부모님이 초등생 아이를 데려와 책들을 마구잡이로 신청하며, 아이에게 “아랫사람 시켜보는 것도 해 봐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시키는 연습을 했다는 얘기는 충격이었다.

반말, 욕설, 희롱은 다반사다. 이런 일들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급자들은 시끄러워지는 것을 걱정해 정해진 원칙과 규정을 스스로 어기기도 한다. 반납하지 않았음에도 손실처리 해주거나, 대리대출이 안 됨에도 자신의 회원증을 빌려준다. 이용자의 욕설이나 폭언, 무시와 인격침해가 발생해도 감정노동자 보호법 3년이 경과 된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도 처음이라고 한다.

웃고 울고 공감하며 지지하는 시간을 가진 뒤, 권리와 존중이 담긴 매뉴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와 상황, 무엇이 우리의 노동을 행복하게 하는지는 그 현장의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 성희롱, 폭언폭력, 때 쓰는 이용자, 규정 위반 이용자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좋은 내용이 참 많다. 내 앞에 놓이면 좋을 안내문구를 꼴라주로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참가한 분들에게 “나에게 무엇이 있다면, 이런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를 물었다. 하나같이 “자율성”이라고 말한다. 시간제에서 계약직으로, 계약직에서 공무직으로 오는 동안 업무상 권한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은 것이라도 조금만 자율성이 주어진다면,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스트레스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 말한다. 공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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